[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리듬체조 선수들은 한결같이 '프로그램 클린'이 가장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신의 프로그램을 완벽하게 수행할 경우 좋은 결과가 수반되기 때문이다. 심판의 채점으로 승부가 가려지는 만큼 주관적인 견해를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메달 경쟁을 펼치는 이들 중 실수를 적게 한 이가 승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리듬체조는 지난 2013년부터 채점 방식이 변경됐다. 기존 난도(D) 실시(E) 예술(A) 3가지로 나뉘어졌던 채점은 예술이 실시와 통합이 됐다. 현재 채점은 선수들의 기술 난이도를 채점하는 난도 10점과 실수를 체크하는 실시 10점을 합친 20점 만점제로 진행된다.

현역 최강인 야나 쿠드랍체바(18)와 마르가리타 마문(20, 이상 러시아)이 실수 없는 연기를 펼칠 때 19점을 뛰어넘는다. 각 종목에서 18점 이상을 받을 경우 메달 경쟁에 합류한다. 손연재(21, 연세대)는 시니어 데뷔 1년차 일 때 15~16점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 그러나 러시아 노보고르스크 훈련장에 둥지를 튼 이후 급성장했다. 16점과 17점대를 기록하던 그는 어느새 18점을 뛰어넘는 선수가 됐다.

손연재는 지난 24일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막을 내린 국제체조연맹(FIG) 월드컵 시리즈 개인종합에서 동메달을 수확했다. 후프 결선에서는 18.200점을 받으며 3위에 올랐다. 이어진 볼 곤봉 리본 종목에서 추가 메달 획득에 실패한 점은 아쉬웠다. 하지만 발목 부상을 털어내며 멀티메달 획득에 성공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올 시즌 손연재의 행보는 조용하다. 시즌 개막전인 러시아 그랑프리 출전을 포기했다. 부상으로 올 시즌 준비를 늦게 시작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올해 처음으로 출전한 포르투갈 리스본 월드컵에서는 개인종합 4위 후프 종목 은메달을 획득했다. 4월에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월드컵에 출전해 개인종합 4위에 이름을 올렸다. 전 종목 결선 진출도 성공했지만 후프 경기 도중 발목을 다쳤고 남은 종목을 모두 기권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4위에 오른 손연재는 꾸준하게 개인종합 72점 종목별 점수 18점 대를 유지하고 있다. 간혹 이 수치에서 떨어지면 안 좋은 성적표를 받는다.

이번 타슈켄트 월드컵은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자인 쿠드랍체바가 출전하지 않았다. 벨라루스의 에이스 멜리티나 스타니우타(22)도 불참했고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다.

올 시즌 두 번이나 개인종합 4위에 그친 손연재에게 타슈켄트 월드컵은 좋은 기회였다. 개인종합에서 손연재는 정규 네 종목을 고르게 수행하며 총점 72.100점을 받았다. 올 시즌 가장 좋은 점수였다. 마문과 쿠드랍체바의 경우 총점 75대를 넘어선다. 러시아의 '투톱'은 '넘사벽'의 위치에 있으며 3~5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이 경쟁 대열에 손연재도 포함되어 있다.

'72-18' 손연재가 올 시즌 유지해 나가야할 수치

비록 이번 타슈켄트 월드컵은 상당수의 강자가 빠졌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대회였다. '러시아의 신성' 알렉산드라 솔다토바(17)가 출전했고 이스라엘의 에이스인 빅토리아 필라노프스키(20) 카치라이나 할키나(17, 벨라루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의 강자들이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필라노프스키는 지난해보다 한층 성장한 기량을 펼치며 손연재를 위협하고 있다. 스타니우타와 벨라루스 리듬체조를 이끌고 있는 할키나도 어린 나이만큼 매해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수구 숙련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실수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지나치게 안정된 패턴을 추구하면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이러한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종목 점수 18점 종합점수 72점대를 넘어서야 메달권에 진입할 수 있다.

올 시즌 손연재는 리스본 월드컵(72.050)과 부쿠레슈티 월드컵(72.050) 그리고 타슈켄트 월드컵(72.100)에서 모두 종합 점수 72점대를 넘어섰다. 이번 대회 개인종합에서는 볼(17.750)을 제외한 나머지 종목에서 모두 18점대를 돌파했다.

손연재는 다음달 충북 제천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에 출전한다. 인천아시안게임에 이어 다시 한번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도전한다. 7월에는 광주유니버시아드대회가 손연재를 기다리고 있다. 유니버시아드는 올림픽과 아시안게임과는 달리 종목별 결선 우승자에게 메달을 수여한다.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리듬체조도 치밀한 전략을 가지고 경쟁에 나선다. 실수를 막고 최상의 점수를 얻기 위해 코치와 선수는 늘 고민한다. 그러나 수치에 연연하면 자신의 연기에 집중력을 잃을 수 있다. 부상 관리와 체력 증진 그리고 '종합72-종목18'의 수치를 유지하는 것이 손연재의 과제다.

[그래픽] 손연재 올 시즌 성적 ⓒ 스포티비뉴스 김종래

[사진] 손연재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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