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아래)과 중국 여자 배구 대표 팀 ⓒ FIVB

[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세트스코어 0-3 패배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 세계 최강 중국(세계 랭킹 1위)을 상대로 한 세트를 따내는 것은 매우 어렵게 여겨졌다. 그러나 2세트 스코어 4-25는 충격적이었다. 앞서 열린 일본(세계 랭킹 6위)과 미국(세계 랭킹 2위)을 상대로 선전했던 한국 여자 배구 대표 팀은 중국을 만나 맥없이 무너졌다.

한국은 8일 일본 나고야 가이시홀에서 열린 2017년 국제배구연맹(FIVB) 여자 배구 그랜드 챔피언스 컵 중국과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0-3(14-25 4-25 12-25)으로 졌다.

한국은 2세트에서 4점밖에 뽑지 못했다. 1~3세트까지 합쳐 한국이 기록한 총점은 30점에 그쳤다. 세계 랭킹 10위 한국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이번 그랜드 챔피언스 컵은 김연경(중국 상하이)을 비롯한 주전 선수 6명이 빠졌다. 이재영(흥국생명) 하혜진 전새얀(이상 한국도로공사) 등 젊은 선수 위주로 대표 팀을 꾸렸다.

2진 전력이었기에 좋은 결과는 애초에 기대하지 않았다. 젊은 선수들이 세계 강호들과 경기를 치르며 좋은 경험을 쌓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한국은 1차전에서 개최국인 일본과 매 세트 접전을 펼쳤다. 또한 미국을 상대로 1, 2세트에서 20점을 넘으며 인상적인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정예 멤버가 모인 중국은 일본과 비교해 차원이 다른 팀이었다. 중국은 높이와 힘은 물론 스피드와 수비까지 뛰어났다. 중국의 기세에 눌린 한국은 한번 무너진 뒤 일어서지 못했다.

2세트에서는 4-25로 지는 수모를 겪었다. 중국과 경기에서 드러난 현실은 엄연히 한국 여자 배구의 현주소다. 과거 대한배구협회의 계획 없는 행정으로 한국 여자 배구는 끊임없이 추락했다. 오직 '배구 여제' 김연경에게만 의존하며 올림픽 2회 연속 출전을 이룬 점에 만족했다.

▲ 한국의 블로킹 위에서 스파이크하는 주팅 ⓒ FIVB

그랜드 챔피언스 컵에 출전한 중국의 상당수 선수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다. 이들은 2군, 3군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중국 대표 팀의 체계적인 시스템에서 성장했다. 어린 나이부터 국제 대회에 출전해 경험을 쌓으며 기량을 국내 리그에 아닌 세계적인 수준에 맞췄다.

지난달 필리핀에서 막을 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은 주전 선수들이 아닌 23세 이하 유망주들을 출전시켰다. 이들은 3위 결정전에서 한국에 져 4위에 그쳤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국제 대회에 출전해 지속적으로 성장의 토대를 만들었다.

반면 한국은 선수층이 열악해 프로 2군 시스템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 대회가 열리면 급하게 선수들을 소집해 내보내는 안이한 시스템으로 대표 팀을 운영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여자 배구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들은 좀처럼 등장하지 않았다.

올해 국가 대표에서 뛰며 가장 떠오른 이는 황민경(현대건설)이다. 그는 프로 입단 뒤 국제 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없었다. 황민경은 올해 국제 대회에서 28살의 나이에 비로소 가능성을 증명했다. 하혜진도 프로 리그에서는 많이 출전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외국인 선수에 밀려 제대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그는 한일전에서 선전했다.

한국이 배구 강국 같은 풍부한 선수층을 갖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기본적인 대표 팀 운영 시스템과 유망주 발굴에 대한 계획은 필요하다.

선수들을 키우기 위한 프로 리그 2군 시스템과 국가 대표 상비군, 유망주 발굴 등은 여전히 한국 여자 배구에게는 머나먼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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