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FC서울과 제주 유나이티드는 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K리그 클래식 28라운드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그러나 지루한 경기는 아니었다. 골이 터지지 않아도, 무승부로 경기를 마치더라도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서울과 제주의 전술적 특징이 뚜렷했다. 서울은 공을 점유하고 중원의 연계 플레이로 틈을 만든 뒤 공격을 펼쳤다. 활발한 스위칭 플레이와 간결한 리턴패스로 제주에 틈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시즌 초 밀집 수비에 고생하던 것은 이제 옛말이 됐다.
반대로 원정 팀 제주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경기를 운영했다. 제주 역시 패스로 경기를 푸는 팀이지만, 먼저 공세를 견디고 역습을 펼쳤다. 역습의 완성도가 인상적이었다. 공을 빼앗은 뒤엔 적극적으로 전진했고, 전개 과정도 아기자기해 보는 맛을 더했다.
서울과 제주, 제주와 서울은 골 결정력 부족에 승리하지 못해 모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오히려 골이 터지지 않았기 때문에 90분 내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서울-제주의 전술을 영상과 함께 '리플레이'한다.
제주전에서 서울은 연계로 공격을 풀려고 했다. 핵심에 이상호가 있었다. 그는 데얀, 윤일록 쪽으로 이동해 함께 공간을 만들고 침투했다. 이상호는 "원래 중앙에서도 자주 활약했다. 측면보다 조금 더 편한 것 같다. 오른쪽 미드필더로 자주 뛰다보니 오른쪽으로 자주 돌아나가게 된다"고 설명했다. 황선홍 감독도 "이상호가 원톱을 따라 움직이면서 수비를 흔들고 활로를 여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코바에겐 드리블 돌파를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줬다. 코바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주요 공격 루트였다. 전반 17분 코바가 데얀의 머리에 정확하게 공을 배달했지만 김호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이상호도 "코바가 1대1 능력이 좋아 굳이 왼쪽으로 이동하려고 하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오른쪽에서 이상호가 전방과 우측으로 활발하게 움직이면서 데얀, 윤일록과 호흡을 맞추고, 왼쪽에선 개인 돌파가 좋은 코바가 많은 공간을 확보하고 공격을 펼쳤다.
하대성의 복귀로 공격 지원도 더욱 원활했다. 이명주도 부상에서 복귀해 중원에 힘이 더해질 전망이다. 황 감독도 "오랜만에 출전이지만 자기 임무를 다해줬다. 90분간 하는 것이 관건인데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오른쪽 신광훈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으로 힘을 보탰다.
과정은 괜찮았다. 득점을 올릴 찬스가 있었지만, 마지막 순간 집중력이 부족했다. 그리고 스리백을 세운 제주의 항전이 매서웠다.
# 제주 - '선 수비 후 역습'도 된다, 재빠른 공수 전환
제주의 역습 전개는 간결하지만 짜임새가 있다. 제주는 3-4-1-2 포메이션을 주전술로 사용한다. 최전방의 공격수가 수비를 등지고 공을 지키는 동안 '1'에 배치된 공격형 미드필더, 좌우 측면에 배치된 윙백이 공격에 가담한다. 패스는 신속하게 전방으로 연결된다. 움직이는 동료의 앞으로 스루패스를 하거나, 짧은 리턴패스를 내줘 곧장 전방으로 패스를 넣을 수 있도록 만든다. 제주의 역습은 플랜B지만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쓰는 팀의 플랜A만큼 위협적이다.
안현범은 경기 뒤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로 믹스트존에 등장했다. 그는 "과정 자체는 만족한다. 타이밍이나 이런 건 잘 맞았다"며 과정에는 만족감을 표현했지만 "결국 축구는 골로 말한다"며 무득점 경기에 아쉬움을 표현했다. "생각이 너무 많았다. 과감하게 때렸어야 했다"며 득점 찬스를 놓친 이유를 설명했다.
제주가 역습 전술을 능숙하게 쓸 수 있는 이유는 최근 유난히 단단해진 수비다. 안현범은 "제주의 수비수들끼리 미팅을 자주 한다. (오)반석이 형, (권)한진이 형, (김)원일이 형 모두 경험이 많아서 때론 화도 내면서 맞춰가고 있다"며 비결을 밝혔다. 제주는 8월 이후 치른 6경기에서 1실점을 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