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르지마~" 멀티 골을 터뜨린 제주스(왼쪽)와 멀티 도움을 올린 더 브라위너(오른쪽). 그리고 멘디(가운데).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맨체스터 시티는 9일(한국 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18 시즌 프리미어리그 4라운드 리버풀과 경기에서 5-0 대승을 거뒀다. 지난 5번의 맞대결에서 1무 4패로 밀렸지만 맨시티는 시원한 승리로 설욕했다.

팽팽했던 경기는 전반 36분께 승패가 갈렸다. 1-0으로 맨시티가 앞선 상황에서 사디오 마네가 에데르송 골키퍼와 충돌하면서 레드카드를 받았다. 수적 우위에 선 맨시티는 줄곧 리버풀을 밀어붙이고 4골을 추가했다. 5골이나 벌어질 정도로 전력 차이가 크진 않았다.

'수비의 핵' 뱅상 콩파니가 종아리 부상으로 결장했지만 주제프 과르디올라 감독은 3-1-4-2 포메이션을 선택했다. 다닐루를 존 스톤스, 니콜라스 오타멘디와 함께 스리백 가운데 하나로 기용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콩파니-오타멘디 조합은 포백에서 매우 좋은 경기를 했지만, 스톤스가 출전할 경우 스리백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비를 3명 배치할 경우 역습에도 대비하기에 좋을 것이라 봤다"고 덧붙였다. 후반전엔 수적 우세 속에 포백으로 전환해 경기를 치렀다.

3-1-4-2 전형은 밀집 수비를 공략할 때도 좋은 포메이션이다. 지난 시즌 주로 활용한 4-1-4-1 포메이션과 번갈아 시도하겠지만, 일단 이번 시즌엔 3-1-4-2가 맨시티의 주전술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맨시티가 리버풀전에서 선보인 3-1-4-2 포메이션을 분석한다.

▲ '3-1-4-2' 맨체스터시티 vs '4-3-3' 리버풀 선발 명단.

"이기심이 없었다. 그들은 기꺼이 골을 공유할 생각이 있다. 공존에 아주 중요한 순간이었다." - 피터 스미스(스카이스포츠 기자)

지난 시즌 맨시티에 내려진 대체적인 평가는 '과정은 좋지만 결과가 없다'는 것이었다. 80골이나 넣었지만, 기회를 충분히 살리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 시즌 맨시티는 첼시에 2패, 리버풀과 토트넘에 각각 1무 1패를 거뒀다. 라이벌과 맞대결에선 많은 찬스가 오지 않는다. 확실하게 골로 마무리해야 승리를 거둘 수 있다. 축구 통계 업체 'OPTA'에 따르면 맨시티는 지난 시즌 101번의 '명백한 찬스'를 만들었다. 2위는 토트넘으로 86번을 기록했지만, 맨시티보다 많은 86득점을 기록했다. 맨시티가 골 결정력이 떨어졌다.

변화의 징조가 보인다. 세르히오 아구에로-가브리엘 제주스 투톱이 3골을 터뜨렸다. 두 선수는 전반전 각각 1골씩 득점에 성공했다. 아구에로가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했고, 제주스는 한 명 퇴장당한 리버풀의 숨통을 끊는 헤딩 골을 성공시켰다. 제주스의 두 번째 득점에 많은 이들이 찬사를 보냈다. 아구에로는 시몽 미뇰레 골키퍼와 1대1로 맞선 상태에서도 슛을 시도하지 않고 제주스에게 패스했다. 최전방에 배치된 투톱이 단순히 개인 득점이 아니라 팀플레이를 생각한다는 의미다.

일단 확실한 득점력을 선보였다. 여기에 투톱이 '기회를 공유한다면' 더 많은, 그리고 더 완벽한 찬스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아구에로의 플레이는 내게 많은 것을 의미한다"며 이타적인 플레이에 만족감을 표현했다. 골잡이 두 명의 '공존'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 시즌과 달리 찬스마다 골로 마무리할 수 있을까.

"멘디와 워커는 매우 빠르고 신체 능력이 뛰어나다. 그들은 수비 복귀에도 빠르다." - 케빈 더 브라위너(맨체스터 시티 선수)

3-1-4-2 포메이션에서 '4'의 좌우 날개에 배치되는 선수들은 전형적인 윙어가 아니다. 공격적으로 배치되지만 측면 수비수인 카일 워커와 벵자맹 멘디, 경우에 따라 다닐루가 나선다. 세 선수의 공통점은 신체 능력과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라는 점이다. 측면에서 직선적 공격을 맡아 수비의 좌우 간격을 벌리는 것이 임무다. 2도움을 올리며 공격을 이끈 케빈 더 브라위너는 "피치를 크게 만든다"면서 칭찬했다.

공격적인 임무를 담당하면서도 측면 수비에 가담할 수 있다. 발이 빠르고 체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세 명의 중앙 수비수가 시간을 버는 동안 빠르게 수비적으로 물러난다. 리버풀의 측면 공격에 고전했지만, 측면의 워커와 멘디는 전후를 활발하게 오가며 공수 모두를 책임졌다.

리버풀전에서 드디어 웃은 과르디올라 감독.

"프리미어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상이었다. 머리-머리-머리로 공이 오갔다. 더 브라위너가 멋진 패스를 했고 아구에로가 해결했다." - 주제프 과르디올라(맨체스터 시티 감독)

측면 수비수가 높이 전진한 3-1-4-2 포메이션은 또 다른 강점도 있다. 최대 6명이 전방에 배치돼 전방 압박을 강력하게 시도할 수 있다. 윙백인 워커와 멘디도 윙어들을 높은 지점부터 압박하거나, 경우에 따라선 리버풀 풀백까지 압박했다. 최후방의 스리백과 공수 밸런스를 잡는 수비형 미드필더 페르난지뉴의 존재를 믿고 전진했다.

리버풀이 긴 연결을 시도했을 때 맨시티는 무리하게 공을 소유하려 하지 않고 다시 전방으로 투입했다. 이후엔 전방에서 활동량을 살려 다시 전방 압박을 펼쳤다. 맨시티의 골문에서 먼 지역에 공이 머무르기 때문에 위험을 피할 수 있고, 세컨드볼 다툼에서 이긴다면 빠른 역습으로 이어갈 수 있다. 아구에로의 첫 번째 골이 전형적 장면이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프리미어리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상이었다. 머리-머리-머리로 공이 오갔다. 더 브라위너가 멋진 패스를 했고 아구에로가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확실하게 공을 소유할 수 없다면, 명백하게 공을 리버풀 진영에 머물도록 하겠다는 의도를 보였다.

잉글랜드 축구의 특성에 맞춘 전술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프리미어리그는 압박의 강도가 높다. 또 신체 능력을 많이 활용해 공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고 공이 오갈 때가 많다. 과르디올라는 지난해 12월 영국 매체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에서 "공이 잔디가 아니라 공중에 떠있다. 뮌헨에서 사비 알론소가 '세컨드볼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이었다. 세컨드 볼은 물론 세 번째, 네 번째까지 신경써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맨시티는 몇 년 동안 센터백이 부족했다. 그들이 쓴 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약해 보인다." - 게리 네빌(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선수)

네빌을 비롯해 영국 현지 다수 매체가 맨시티의 센터백 선수층이 얇다고 지적했다. 콩파니가 이탈하자 스리백으로 나선 것은 측면 수비수 다닐루였다. 전문 센터백 엘리아킴 망갈라는 후반 26분에야 오타멘디와 교체돼 피치를 밟았다. 기술이 뛰어나고 영리한 수비수 콩파니가 없을 경우 수비 불안이 가중될 수 있다.

특히 측면 수비가 문제였다. 전방 압박을 위해 두 윙백 워커와 멘디는 전진한 상태였고, 리버풀의 발빠른 사디오 마네, 모하메드 살라, 호베르투 피르미누 스리톱을 중앙 수비수들이 막아야 했다. 오타멘디 쪽이 살라의 주력을 따라가지 못해 찬스를 여러 차례 줬다. 대시 타이밍이나 커버플레이도 조금씩 늦었다. 과르디올라 감독도 경기 뒤 인터뷰에서 "측면으로 아주 많은 공격이 왔다. 풀백을 막으러 나가면 그들은 안쪽으로, 바깥쪽으로, 코너 쪽으로 측면까지 공격했다. 정말 빨랐다"며 역습 수비에 애를 먹었다고 인정했다.

3-1-4-2 포메이션에서 측면에 빠른 윙어가 배치될 경우 더 안정적인 수비가 필요하다. 수비의 리더 콩파니 복귀나 다닐루의 스리백 배치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맨시티는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FA컵, EFL컵까지 유난히 많은 경기를 치러야 한다. 다양한 변수가 발생할 수 있다. 측면 수비 보강으로 든든해졌지만, 뒤를 받쳐야 하는 중앙 수비는 여전히 선수층이 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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