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 마그노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여름 이적 시장에 적잖은 전력 손실을 입은 제주유나이티드는 브라질 공격수 마그노를 다시 얻었다. 아립에미리트(UAE) 클럽 알샤르자 이적에 합의했던 마그노는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해 계약이 무산됐고, 제주로 복귀했다.

서아시아 이적 시장에 정통한 전문가는 “무더운 날씨 등 기후 문제로 서아시아 팀들은 메디컬 테스트를 굉장히 꼼꼼히 한다. 특히 심전도가 불규칙하거나 이상이 있으면 계약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서아시아의 무더위 속에 본 기량을 보이지 못할 우려는 물론, 건강과 생명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아시아 클럽의 메디컬 테스트에서 떨어진 것이, 향후 프로축구 선수로 활동하는 게 어렵다는 진단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마그노는 그 동안 제주에서 빼어난 활약을 해왔고, 이전에도 K리그에서 서아시아 클럽으로 진출하려던 국내외 선수가 메디컬 테스트 과정에서 무산된 사가 있다. 서아시아와 선수 교류를 자주한 에이전트는 “K리그에서 간 선수뿐 아니라 알려지지 않은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서아시아 클럽과 계약 과정에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했다.

‘오일머니’로 부유하게 운영되는 서아시아 클럽은 지도자와 선수뿐 아니라 의료 장비에도 만만치 않게 투자한다. 비싼 돈을 들여 영입한 선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값비싼 의료 장비를 구단이 직접 구비하고 있다. 서아시아 지역의 알려진 빅클럽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독일 분데스리가 등에서 활동한 메디컬 스태프를 영입해 선수 영입 과정은 물론, 선수단 몸 관리 임무를 맡기고 있다.

메디컬 테스트가 꼼꼼한 것은 무더위가 상존하는 서아시아뿐이 아니다. 프리미어리그 역시 선수 영입을 진행하면 전신을 세세하게 체크한다. 유럽 축구 이적 시장에 밝은 관계자는 “선수 메디컬 검사 과정을 국내에서 진행한다면 1,000만원 가량 든다”고했다. 운동과부하 등에 대해서도 테스트하고,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부상 위험을 미리 체크한다. 선수의 건강 상태와 부상 위험, 향후 활용 기간 등에 대해 따져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물론, 영입하는 모든 선수에 대한 것은 아니다. 영입하는 선수의 이적료나 연봉에 따라 검사 항목은 조정된다. 검사 항목 역시 구단 마다 다르다. 간소하게 진행하는 팀도 있다. K리그의 경우 메디컬 테스트는 형식적인 수준이 대부분이다. 구단 내 의료진의 문진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외국인 선수의 경우 부상을 안고 있거나, 부상을 당할 위험이 큰 선수라도 고액이 드는 철저한 메디컬 테스트를 진행하는 문화가 아니다.

K리그에 유독 영입 선수, 외국인 선수가 입단 초기부터 컨디션 문제, 부상 문제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것은 철저하지 못한 메디컬 테스트와 관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만만치 않은 비용을 들여 영입한 선수들에 대해, 비용 문제로 검사를 ‘대충대충’하는 문화는, K리그가 개선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다. 

과거 모 구단은 선수단이 이미 전지훈련을 떠나 메디컬 테스트를 생략하고 계약서에 사인 한 뒤 전훈지에 보냈는데 장기 부상 중인 상태라 반년 가까이 활용하지 못하고, 결국 이적 시적 시킨 사례도 있다. ‘프로’ 구단에서 생긴 일이라고 믿기 어려운 일이다.

유럽의 주요 클럽은 선수의 부상에 대비한 보험도 들고 있다. 대개 3개월 이상 장기 부상의 진단이 내려지면, 선수의 급여 등을 보험으로 처리한다. 보험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해당 선수가 부상을 당해 장기간 쓸 수 없는 상황에 대안 선수를 찾기 위한 자금을 융통하려면 필요한 안전장치다. K리그 구단 대부분은 부상 선수 발생시 손실에 대한 대비도 없다. 선수가 경기 혹은 훈련 중 장기 부상을 입어도 그대로 급여를 지불하고, 그런 와중에 새 선수를 찾아 이중으로 돈이 드는 상황이 된다. 

외국인 선수 영입 및 관리 과정에 철저한 메디컬 테스트와 장기 부상 발생시 대비 등은 K리그가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다. 당장 올 시즌 몇몇 K리그 팀들이 영입한지 얼마 되지 않은 핵심 외국인 선수가 부상을 입자 계약 및 등록을 철회, 중단하고 새로운 외국인 선수로 대체했다. 마그노가 알샤르자의 메디컬 테스트에서 떨어진 것은 단순한 웃고 넘길 해프닝이 아니다. 경기를 잘하고, 성적을 잘 내는 게 구단과 리그 수준의 유일한 지표가 아니다. K리그가 배울 점이 있다면 배워야 한다.

글=한준(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