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정원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조형애 기자] 수원 삼성은 서정원이고 서정원은 수원 삼성이다. 밖에서 보기엔 그렇다. 서정원 감독은 수원의 상징과 같은 존재다.

벌써 5년째 동행. 2016시즌 강등권 추락 위기를 뒤로하고 FA컵 우승으로 무관을 끊었다. 2017시즌 '리그 선두권+FA컵 4강'이라는 성적으로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구단의 온도는 뜨뜨미지근하다. 벌써 9월 중순에 접어들었지만 서 감독과 '재계약'을 미적거리고 있다.

◆ 재계약 소식, 늦어지는 이유는…

일반적인 상황으로 볼 때, 구단이 서 감독과 함께 갈 의지가 확고하다면 이미 재계약을 했어야 했다. 서 감독과 계약이 올 시즌을 끝으로 계약이 끝나는 데, 보통 다음 시즌 구상은 이미 7·8월에 접어들기 때문. 선수단 구성과 전지훈련 계획을 세워야 하는 시기에 재계약을 서두르지 않다는 다는 건 수원의 재계약 의지가 '당장은' 높지 않은 것으로 봐도 무리는 아니다.

끈끈해 보이던 수원과 서정원 감독의 관계가 소원해 진 건 지난 시즌이다. 명문가가 추락의 길을 걸으면서 사실상 수원은 서 감독과 결별을 준비했다. 서 감독 역시 사임을 생각했다. 축구계 이적 시장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 2부 리그 감독 물망에 올라 협상이 꽤 진척됐다. 하지만 FA컵 우승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구단도 이별을 할 명분이 사라졌고, 서 감독의 중국행 협상도 여러가지 이유로 마무리되지 못했다. 

지난 시즌의 일은 앙금을 남겼다. 서로 일체감이 떨어진 상태로 올 시즌을 맞았다.

이제 다시 '키'는 수원이 쥐고 있다. 리그 준우승 2회, FA컵 우승 1회. 괜찮은 성적이지만, 서 감독에게 파격적인 대우를 해 줄 만한 수준은 아니다. 더구나 서 감독이 가진 선택지가 많지 않다. 중국 내 한국 지도자 인기는 식는 추세다. 아시아 쿼터 폐지로 한국 선수들의 입지도 크게 줄었다. 최근 한국 지도자들과 연결이 잦은 일본 무대와 서 감독은 특별한 인연이 없다. 

실상 국내 구단 가운데는 수원보다 매력적인 구단을 손에 꼽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시간을 끌면 '조건'에서 득을 보는 건 수원. 서 감독은 구단의 제시를 그대로 따라야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구단은 서 감독을 지키면서도 보다 나은 조건으로 계약을 끌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 안갯속으로 빠진 재계약, 다음 시즌도 안갯속으로

문제는 늦어지는 재계약이 불러올 부정적 '나비 효과'다. 다음 시즌 선수단 구상과 전지훈련 틀을 잡아야 하는 시기지만 재계약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는 서 감독이라도 일을 제대로 꾸려 가기 어렵다. 13일 KEB 하나은행 FA컵 4강 대진 추첨에서 한 서 감독 발언도 이와 맥락을 같이 한다.

"지금까지 재계약이 없는데 대해서는 구단 내 방침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말하긴 적절치 않다. 다만 걱정스러운 내용은 수원이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가는 팀인데, 7·8월에 내년을 계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 수원이 늦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밑그림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음 시즌 그림이 제대로 그려지길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수원과 서 감독도 '언젠가는' 이별을 할 운명이다. 하지만 수원 삼성은 그렇지 않다. 늦어지는 구상이 다음 시즌, 또 그다음 시즌 어떤 부메랑이 돼 돌아올 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멀리 갈 것도 없다. 이미 선수들은 흔들리는 선장의 거취에 따라 함께 흔들리고 있다. '주장' 염기훈은 "선수들과 감독님 재계약과 관련된 이야기가 공유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선수들도 궁금해 하고 있다"면서 "재계약이 빨리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선수를 영입하는 것보다 감독님 재계약을 하는 게 우선이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계약'을 둘러싼 잡음은 어느덧 눈덩이처럼 커졌다. 팬들도 선수단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문제가 됐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지금'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수원은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잃을 수도 있다.

[영상] 서정원 감독의 늦어지는 재계약에 관해, 서정원 감독-염기훈 선수 생각. ⓒ정찬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