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맨홀'이 28일 종영됏다. 사진|KBS2 화면
[스포티비스타=이호영 기자] "기억나는 건 드라마가 정말 재미있다는 것, 배우들이 정말 연기를 잘 한다는 것이다."

28일 종영된 KBS2 수목드라마 '맨홀-이상한 나라의 필'(극본 이재곤, 연출 박만영 유영은)이 시작하기 전 연출을 맡은 박만영 PD가 제작발표회에서 했던 말이다. 열어놓고 보니 재밌는 드라마도, 연기 잘하는 배우도 없었다.

애초 목표로 잡았던 15%의 시청률은 턱없이 부족했고, 신선하다 자랑했던 타임슬립은 복잡하고 진부했다. 성장해 나아가는 청춘의 모습도 찾기 힘들었다. 호언장담하며 던진 출사표가 매우 민망해진 꼴이다.

'맨홀'은 작품 설명부터 요란스러울 정도로 화려했다. 하늘이 내린 '갓 백수' 봉필(김재중 분)이 우연히 맨홀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빡세고' 버라이어티 한 '필生필死' 시간여행을 그린 랜덤 타임슬립 코믹 어드벤처다.

방송 전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출신의 김재중의 복귀작, 애프터스쿨 출신의 유이, B1A4 바로 등 화제성 높은 스타 캐스팅으로 관심 끌기에 성공했다. 지상파 황금시간대인 오후 10시 편성, 그럴싸한 조건까지 갖췄다. 출연진들이 목표로 잡고, 공약을 내걸었던 시청률은 15%였다. 그러나 방송 내내 혹평은 끊이지 않았고, 저조한 시청률로 이어졌다.

지난 8월 9일 첫 방송 이후 한자릿수 시청률을 벗어나는 것은 고사하고, 4%(닐슨코리아. 전국기준) 근처에도 가지 못한 채 끝이 났다. 첫 방송 3.1% 이후 2%대로 내려앉은 시청률은 8회에서 1.4%라는 최저 시청률을 기록했다. 이는 '애국가 시청률'이라는 비교가 나올 정도의 굴욕적인 수치였다.

'맨홀'이 주요 소재로 택한 타임슬립에 대한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이는 최근 1~2년 사이 숱한 드라마들 사이에서 다뤄졌고, 어느 순간 흔한 소재로 치부됐다. 연출에 따라 호평받는 작품도 더러 있지만, 더 이상 시작 전부터 기대감을 높일만한 소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 앞서 박 PD는 "'맨홀'만의 타임슬립"을 보여주겠다고 자신했다. 주인공인 봉필은 맨홀에 빠져 현재와 과거를 오갔다. 과거에서 일정 시간이 지나면 현재로 강제 소환된다는 설정이다. 과거에 있었던 사소한 일 때문에 현재가 또 바뀌어버리는 것을 '맨홀'만의 특징이라고 내세웠다. 그러나 시간여행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나비효과'를 '맨홀'만의 독특한 타임 슬립으로 쳐주기엔 무리가 있다. 더불어 한 끗 차이의 비슷한 장면 반복은 오히려 복잡한 느낌을 줘 몰입을 방해하기도 했다.

주인공 봉필의 타임 슬립은 오로지 연인 강수진(유이 분)을 위해서만 쓰였다. 백수 2년 차 철딱서니 공시생이라는 캐릭터 설정이 아까울 정도로 사랑만을 쫓은 것이다. 청춘의 성장을 외쳤지만 정작 이 시대 청춘들의 진짜 고충은 담아내지 않아 공감을 사지 못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코믹 연기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돌 출신, 혹은 현직 아이돌 배우들의 어설픈 연기도 혹평에 한몫했다. 과잉된 감정연기와 오버스러운 액션, 표정에 대한 지적은 방송 내내 끊이지 않았다.

위기를 느낀 '맨홀'은 중반부에 공동 연출과 작가 투입, 코미디에 스릴러 장르를 입혀 분위기 전환을 노렸다. 시도는 좋았으나 등 돌린 시청자의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수치상 눈에 띌만한 반등을 이끌어내지는 못한 것. 결국 '맨홀'은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기며 쓸쓸하게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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