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창훈(왼쪽)과 손흥민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한국 축구 대표팀이 7일 밤 11시(한국 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러시아와 친선 경기를 치른다. 신 감독이 '등판'한 뒤 고작 실전만 2경기를 치렀다. 신 감독이 자신의 전술을 입힐 시간은 부족했고 당장 결과부터 내야 했다. '해외파' 선수들로만 2번의 친선 경기에 나서는 가운데 신 감독의 전술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다.

그렇다면 상대인 러시아는 어느 정도 전력을 갖췄을까. 이제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집중하는 신태용호에게 적합한 상대일까. 국제축구연맹(FIFA)이 매달 발표하는 FIFA 랭킹에서도 64위에 불과한 러시아가 정말 괜찮은 스파링 파트너일까. 지난 6월 러시아에서 벌어졌던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경기를 토대로 러시아의 전력을 미리 알아본다.

◆ 공격: 제공권 강하지만 공격 템포는 떨어진다

러시아는 평균 신장이 184.5cm에 이른다. 워낙 크고 억센 선수들이 많다. 당연히 후방에서 단번에 넘겨주는 롱패스 빈도도 적지 않다. 뉴질랜드의 수비수들은 러시아 선수들과 제공권 다툼에서 애를 먹었다. 반대로 멕시코는 비교적 잘 대처했는데, 차이는 수비수들이 정확한 킥을 할 수 없도록 방해했는지 여부다. 한국 공격수들은 전방에서부터 수비수들이 정확한 킥을 할 수 없도록 괴롭혀야 한다.

단점은 공수 전환 속도가 느리다는 것. 수비에 성공한 뒤엔 빠르고 정확하게 역습을 전개하는 것이 최근의 전술적 흐름이다. 한국도 늘 수비적으로 물러섰다가 여러 방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침투하는 역습에 고전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수비에 성공하더라도 빌드업부터 다시 만드는 경향이 강하다. 한국의 역습 대비를 점검하기엔 러시아의 공격은 무겁고 느리다. 다만 지난 컨페더레이션스컵을 바탕으로 변화를 시도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롱패스 비중이 꽤 높지만 골은 '만들어서' 넣었다. 러시아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3골을 터뜨렸다.(뉴질랜드전 2골, 멕시코전 1골) 글루샤코프가 뉴질랜드전에선 유기적인 삼자패스로 뉴질랜드의 중앙을 뚫어버리면서 선제골을 만들었다. 두 번째 득점에서도 스몰로프가 오른쪽으로 직접 패스를 내준 뒤 크로스를 쇄도하면서 마무리했다. 멕시코전에서도 골로빈이 왼쪽 측면을 허물고 올린 크로스를 사메도프가 마무리했다. 알렉산드르 사메도프의 슛 이전에 알렉산드르 에로킨이 헛발질을 하긴 했지만, 옆으로 살짝 공을 밀어주면서 도움을 올리면서 실수를 만회했다. 공격이 마냥 투박하지만은 않다는 뜻이다.

중앙 미드필더 알렉산드르 골로빈과 측면 미드필더 사메도프는 요주의 인물이다. 날카로운 킥을 갖고 있고 동시에 뛰어난 드리블 돌파 능력을 갖췄다. 한국 선수들을 1대1 상황에서 괴롭힐 수 있다. 최전방에 배치되는 피오도르 스몰로프 역시 공격수로서 갖춰야 할 덕목을 두루 갖춘 선수로 슛이 정확하다. 지난달 29일 레알 소시에다드와 유로파리그 경기에서 2골을 몰아넣은 알렉산드르 코코린도 득점 감각이 좋은 장신 스트라이커다.

▲ 러시아 중원의 살림꾼, 골로빈(오른쪽)

◆ 수비: 탄탄한 스리백, 수비수가 느리다

스타니슬라프 체르체소프 감독 부임 뒤 러시아는 줄곧 스리백을 활용하고 있다. 수비에 무게를 두면서도 공격력이 뛰어난 왼쪽 수비수 유리 지르코프를 비롯해 윙백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공격적 부담도 덜고 있다. 세 명의 중앙 수비수들 역시 크고 강하다. 당연히 제공권이 좋다. 스리백을 보호하는 1차 저지선도 잘 구축하기 때문에, 단순한 공격 패턴으론 수비를 흔들기 어렵다.

그러나 장신 수비수들이 갖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으니 순발력이 떨어지고 방향 전환이 늦다.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선 포르투갈에 1골, 멕시코에 2골을 허용했다. 포르투갈전에선 크게 휘두르는 크로스에 쇄도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잡지 못해 실점했다. 수비수 피오도르 쿠드리아쇼프가 뒤에서 접근하는 호날두를 미처 막지 못했다. 멕시코전에서도 첫 실점은 밀고 올라오던 수비 라인과 교차하면서 네스토르 아라우호가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고 머리로 득점을 터뜨렸다.

한국이 러시아 수비는 느린 공격엔 아주 잘 대처한다. 공격 지역에서 빠른 템포의 패스로 공격을 전개한다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정도의 수비 완성도를 보였다. 빠른 공격 전개에 대처하지 못하는 것은 어느 팀이나 매한가지겠지만, 러시아 센터백들이 유난히 느린 면이 있어 한국에겐 좋은 연습 상대가 될 수 있다.

골키퍼 이고르 아킨페예프도 여전히 불안하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조별 리그에서 이근호의 중거리슛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골을 헌납한 깅억이 있다. 슈팅 선방 능력은 매우 뛰어나지만, 순간적인 실수를 자주 저지르고 판단이 늦어 위기를 자초하기도 한다. 최종 예선 마지막 2경기에서 무득점에 그친 한국은 과감한 슛으로 아킨페예프를 공략하는 것도 좋은 방책이 될 것이다.

▲ 신태용 감독이 잡음을 잠재우고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을까. ⓒ한희재 기자

◆ 러시아는 강점과 약점이 두루 있다, 현재 신태용호에겐 좋은 평가전 상대

러시아의 FIFA 랭킹이 64위긴 하지만 결코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개최국 자격으로 월드컵 예선을 치르지 않기 때문에 랭킹 포인트를 벌기에 불리하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더구나 안방에서 열리는 월드컵을 위해 전력 강화에 힘을 쓰고 있다.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도 1승 2패를 거두고 조별 리그 벽을 넘지 못했지만, 경기 결과나 내용으로 보면 포르투갈(0-1 패)과 멕시코(1-2 패)와 엇비슷한 경기를 했다. 러시아는 월드컵 예선이 아직 끝나지 않은 가운데 상대할 수 있는 가장 뛰어난 전력을 가진 유럽 팀이다.

그러나 이제 새롭게 출발한 한국이 못 넘을 상대도 아니다. 공격 전환 속도가 떨어진다는 약점이 있다. 수비수들이 발이 느리고 순발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공격 전술을 연습할 기회기도 하다. 일단 있는 힘껏 부딪쳐보면 쓰러뜨릴 수도 있는 상태다.

이제 중요한 것은 한국의 준비 상태다. 최종 예선 이란전과 우즈베키스탄전에 이어 짧은 소집 기간 동안 얼마나 조직력을 끌어 올렸는지, 그리고 신 감독이 어떤 전술적 색을 칠했는지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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