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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전반전에 괜찮아 보였던 경기력은 허상에 가까웠다. 홈팀 러시아도 전반전에는 새로운 선수를 허리에 투입해 실험했다. 그래서 불안정했다. 전반전에도 알렉산드르 코코린의 부족한 골 결정력 덕분에 선제 실점 타이밍이 늦춰졌던 한국은, 후반전 10분과 11분에 내리 수비수 김주영의 자책골이 나오는 불운을 겪었으나, 대량 실점할만한 경기를 했다.

한국의 긍정적인 부분은 손흥민-황의조-권창훈으로 구성된 스리톱의 전방 압박과 스위칭 플레이, 연계 플레이 과정이었다. 구자철과 이청용이 적절히 지원했고, 정우영의 볼 배급도 무난했다. 하지만 이는 이날 A매치 데뷔전을 치른 러시아 미드필더 안톤 미란추크와 달레르 쿠자예프가 중원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발생한 일이었다.

쿠자예프와 미란추크가 빈번하게 패스 미스를 범하면서 러시아는 전체적으로 경기 안정감이 떨어졌다. 둘이 공을 적절히 관리하지 못하자, 전성기의 스피드를 잃어 가뜩이나 활력이 부족했던 좌우 윙백 유리 지르코프와 알렉산드르 사메도프도 힘을 쓰지 못했다. 그 덕분에 상대적으로 한국의 경기력이 나아보였다.

러시아는 허리 부실을 파악한 뒤 5백이 뒤로 내려가고 세 명의 미드필더와 투톱을 배치한 5-3-2 대형으로 역습 전략을 폈다. 한국이 볼 점유율 우위를 가져갔으나 실효가 없었다. 한국이 전진하면서 배후 공간이 열렸고, 특히 전문 풀백이 없는 윙백 뒷 공간으로 벌리는 투톱의 비대칭 움직임에 커버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러시아는 중원을 버리고 투톱을 향한 롱패스 공격에 나섰다. 한국 스리백 수비는 실책을 연발했으나 전반전을 1실점으로 잘 버텼다. 후반전 김주영의 연쇄 자책골은 불운한 장면이기도 했으나, 전반전에 보였던 불안의 결과이기도 하다. 

양 팀 모두 후반전에 활용 가능한 6장의 교체 카드를 썼다. 러시아는 후반전 시작과 함께 안톤 미란추크를 빼고 베테랑 미드필더 드미트리 타라소프를 투입해 전반전의 문제를 보정했다. 쿠자예프가 한 칸 전진하고, 타라소프가 뒤를 받치니 허리에 힘이 붙었다.

후반 19분에는 기동성이 부족했던 두 명의 윙백 지르코프와 사메도프를 뺐다. 귀화 선수 콘스탄틴 라우시와 마리우 페르난데스가 들어갔는데, 러시아 공격에 활기가 돌았다. 여기에 본래 주전급 미드필더 알렉세이 미란추크가 알렉산드르 에로힌 대신 투입되면서 창조성도 가미됐다. 후반 38분 알렉세이 미란추크는 러시아의 네 번째 골을 넣었는데, 득점으로 연결한 감각적인 슈팅 외에 안톤 자블로트니가 1차로 연결한 슈팅을 끌어낸 패스도 탁월했다. 

러시아의 진면목은 후반전 교체 투입 선수들이 들어간 이후 나왔다. 한국도 교체 투입 단행 이후에 권경원과 지동원이 득점하며 신태용호 무득점 침묵을 깼지만, 러시아의 경기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 뒤였다. 

러시아는 4-2 승리 이상의 향후 발전 실마리를 봤다. 한국도 지난 두 번의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의 미진했던 화력 숙제를 덜었지만, 고질적인 수비 불안이라는 더 큰 숙제가 내려졌다. 전문 풀백 없이 변형 스리백으로 나선 경기였다는 점에서 할 말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날 경기는 4실점이 다행일 정도로 부실한 수비 조직을 보였다. 완패가 당연한 내용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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