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실점한 평가전의 의미는 '문제 발견'이다.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한국은 러시아를 상대로 0-4까지 뒤진 경기를 막판에 2골을 쫓아가는 데 만족해야 했다. 끝까지 집중력을 놓치지 않은 것을 위안으로 삼기보다, 애초에 4골을 줄줄이 내주면서 참패 직전까지 몰렸는지 돌아봐야 한다. 

평가전의 의미는 결과에 있지 않지만, 러시아전의 4실점이 남긴 상처가 작지 않다. 수비 조직력이 크게 흔들렸다. 세트피스 수비는 오래된 문제다. 공격적으로도 세밀한 마무리를 가다듬어야 한다. 

◆ 경기 내내 불안했던 수비

"지금 이슈는 결과다. 사실 내가 원하는 것은 선수들이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해야 한다는 점이다." - 신태용 감독(러시아 출국 인터뷰)

월드컵은 결과로 말한다. 한국이 월드컵 본선에서 점수 쟁탈전으로 이길 수 있는 상대는 만만치 않다. 신태용 감독이 러시아로 떠나며 말한대로 결과를 잡으려면 단단한 수비 전술은 필수다. 자책골 2골에 운이 따르지 않았다며 자위할 시점이 아니다. 4골이나 실점한 이유를 철저히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급조한 변형 스리백이 조직력을 다질 시간이 부족했다. 스리백을 써서 수비수는 많이 배치됐지만 세 명의 센터백의 손발이 잘 맞지 않아 불안했다. 수비진에 확실한 리더가 없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려웠다. 단적인 장면이 전반 25분에 나온 실수다. 권경원과 김주영이 겹치면서 공이 알렉산드르 코코린에게 흘렀다. 코코린의 부정확한 슛이 한국의 침몰을 조금 뒤로 늦췄다.

미드필더 2명의 중원 수비도 헐거웠다. 한국은 중원에 3명의 미드필더를 배치하는 4-2-3-1 또는 4-1-4-1 전술에 익숙하다. 중원에서 러시아 최전방 공격수까지 지나치게 쉽게 공이 투입됐다. 짧은 리턴패스 때문에 몇 차례 수비 형태가 무너지면서 불안한 장면을 연출했다.

결국 수비 조직력 문제가 실점으로 이어졌다. 후반 11분 헤딩으로 공을 다투는 동안 김주영, 장현수, 정우영까지 모두 공을 쫓다가 수비 형태가 무너졌다. 결국 알렉산드르 에로힌의 전진 패스가 김주영의 발에 맞고 자책골로 연결됐다. 후반 39분엔 알렉세이 미란추크가 가슴으로 컨트롤할 때 1차적 압박이 없었고 안톤 자볼로트니도 놓쳤다. 자볼로트니의 슛 이후에 김주영이 리바운드되는 볼을 완전히 놓친 것도 문제다.

◆ 세트피스 수비는 최우선 과제

"스리백 훈련을 이틀하고 경기에 나섰다. 세트피스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면서 자책골이 2골이나 나왔다. 이런 부분을 고쳐나가야 한다." - 신태용 감독(연합뉴스와 러시아전 뒤 인터뷰)

세트피스 수비는 더 심각했다. 한국은 지역 방어와 대인 방어를 혼용해 세트피스 수비에 나섰다. 네 명의 수비수가 골문 앞에 일렬로 서서 문전을 지키고, 위협적인 선수들 일부는 1대1로 맡았다. 그러나 이도저도 아닌 처방이 되고 말았다. 선수간 임무 배분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 특히 지역 수비 밖에서 움직이는 공격수를 놓치면서 실점 빌미를 줬다.

첫 골 실점 땐 표도르 스몰로프를 놓쳤다. 스몰로프는 지역 수비를 펼친 4명의 선수 뒤에 위치하고 있다가 알렉산드르 사메도프의 킥 타이밍에 맞춰 돌아나오면서 완전히 한국 수비수들을 떨쳐냈다. 두 번째 실점도 선수를 놓치면서 시작됐다. 코코린이 지역 수비를 펼치고 있던 장현수 앞으로 움직이면서 코너킥을 '잘라' 먹었다. 완벽한 헤딩이 되지 않았지만 김주영의 몸에 맞고 골문으로 흘렀다.

세트피스는 경기력과 관계없이 득점을 연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상대를 압도하다가도 세트피스에서 실점하면서 무너지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번 경기에서도 세트피스에서 허무하게 실점하면서 한국의 기세가 꺾이고 말았다. 세트피스에서만 2골을 허용한다면 승리는 먼 일이다. 세트피스 수비는 신태용호 출항 이전부터 한국 축구 대표 팀이 안고 있던 문제다.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 권창훈은 개인 돌파로 러시아 수비진을 완전히 헤집었다. 다만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연합뉴스

◆ 과정 살아났지만, 마무리 짓지 못한 공격

"경기 내용에서는 뒤지지 않았지만 결국 결정력에서 밀렸다. 앞으로 강한 팀이 되려면 골 결정력을 살려야만 한다." - 신태용 감독(연합뉴스와 경기 뒤 인터뷰)

최종예선 이란전과 우즈베키스탄전에서 침묵했던 한국은 2골을 터뜨려 무득점 행진은 끊었다. 그러나 승패가 확정적인 상황에서 나온 득점이었다. 한국은 이미 0-4로 끌려 가는 상황에서야 득점에 성공했다. 러시아의 경기 집중력이 떨어질 수밖엔 없었다. 2득점에 마냥 기뻐할 수 없는 이유다. 지금 한국에는 팽팽한 경기 양상에서 승패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득점이 필요하다.

후반 41분 권경원의 득점 상황에선 코너킥에서 시작돼 좌우로 크게 방향이 전환되면서 권경원을 놓친 상황이었다. 지동원이 앞에서 수비와 싸우면서 시선을 끈 것도 좋았다. 후반 45분 터진 지동원의 득점은 이청용의 완벽한 전진 패스와 지동원의 침착한 마무리로 만들었다. 분명 러시아가 허술한 수비가 중요한 이유였다. 이청용이 공을 갖고 전진하는 동안 중원에서 전혀 압박을 가하지 않았다.

작은 희망은 원터치패스를 살려 공격 흐름을 살린 것이다. 오른쪽에 배치된 권창훈이 직접 공격과 패스 모두에 능한 점이 중요했다. 여기에 주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 체제에서 측면에 고립되던 손흥민도 프리롤로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경기력이 살아났다. 전반 18분 손흥민-구자철-손흥민-권창훈으로 이어지는 원터치 패스 전개, 전반 33분엔 권창훈의 스루패스에 이은 손흥민의 슛 등 몇 차례 좋은 장면을 만들었지만 골로 연결되진 않았다.

공격 면에서도 아직 성과보단 과제가 더 많다. 득점과 더 가까운 완벽한 찬스를 만든다면 득점도 자연히 늘어난다. 실마리는 잡았으니 이제 공격을 더 세밀하게 가다듬어 골까지 연결하는 것이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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