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베어스 오재원(왼쪽)과 박건우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가 지금까지 '주장 오재원'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두산은 올해 주장을 2번 바꿨다. 지난 시즌부터 팀을 이끈 김재호(32)가 지난 7월 허리 부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이탈하면서 김재환(29)이 자리를 물려받았다. 정규 시즌을 마친 뒤 다시 주장감을 찾았다. 포스트시즌 공격의 핵심인 4번 타자에게 클럽하우스 리더의 부담까지 안길 수 없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과 코치진, 동료들의 선택은 오재원(32)이었다.

평소 오재원은 두산 더그아웃 분위기 메이커로 잘 알려져 있다. 올 시즌 심한 타격 슬럼프를 겪으며 벤치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지만, 개의치 않고 파이팅을 외치며 동료들의 사기를 끌어올렸다. 박건우는 "내성적인 성격이라 파이팅을 잘 못했는데, 지금은 내 타석이 아닐 때 더 소리 지르려고 한다. (오)재원이 형을 보고 따라하다보니 그렇게 됐다. 내가 하면 더 아래 후배들도 신나서 따라한다"고 설명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농담 섞어 던지는 한마디가 큰 힘이 되기도 한다. 오재원은 그라운드에 나서기 전 선수들에게 "놀러왔으니까 즐기자"고 이야기하며 편한 마음으로 플레이 할 수 있게 돕는다. 유격수 류지혁은 "재원이 형은 늘 한결같다. 평소 말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닌데, 활기차고 재미있게 긴장을 풀 수 있게 한마디씩 툭툭 던지는 스타일"이라며 플레이할 때 도움을 받는다고 했다.

안방마님 양의지는 주장 교체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양의지는 "주장은 혼자 방을 쓴다. (김)재환이가 원래 (박)세혁이랑 쓰다가 주장이 되면서 나랑 세혁이가 방을 쓰고 있었다. 주장 교체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데 재환이 한테 전화가 와서 '세혁이랑 방 다시 써도 되냐'고 하더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감독님께서 재환이가 주장을 맡으면서 힘들었다고 보신 거 같다. 재원이 형은 평소에도 선수들을 잘 이끈다. 단기전에는 팀을 끌고 갈 선수가 필요하니까 변화를 주신 거 같다"고 덧붙였다.

오재원은 선수단의 믿음에 부응하고 있다. 플레이오프 2경기에 2루수로 선발 출전해 9타수 2안타 2도루를 기록했다. 일단 출루하면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내야 리더로서 김재호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류지혁을 이끌고 있고, 2차전에서 7회 김재호가 NC 투수 최금강이 던진 공에 부상 부위 근처를 맞아 흥분했을 때도 선수단을 진정시켰다. 덕분에 두산은 흔들리지 않고 17-7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1승 1패 균형을 맞췄다.

지금까지 '캡틴 오재원'은 두산의 포스트시즌 한 수가 됐다. 두산은 20일 창원 마산구장에서 NC와 한국시리즈행 분수령이 될 플레이오프 3차전을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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