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시리즈에서 만난 KIA(위)와 두산 ⓒ SPOTV NEWS 한희재,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역대 34번의 한국시리즈에서 1차전을 내주고 우승한 사례는 단 8번뿐이다. 그런데 10년 단위로 구분을 해보면 1980년대에는 7번 가운데 1번(1982년 1무 제외), 1990년대에는 10번 가운데 1번이었다. 2000년부터 2009년까지는 10번 중에 3번 1차전에서 진 팀이 우승했다. 2010년 이후 7번 가운데 3번은 1차전 패배 팀이 샴페인을 터트렸다. 최근 들어 1차전을 내주고도 우승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2000년대 들어 1차전 패배 팀이 달성한 6번의 역전 우승은 비슷한 면이 있다. 6경기 가운데 4경기에서 1차전 패배 팀이 3득점 아래에서 경기를 마쳤다. 2007년-2008년 SK, 2013년-2014년 삼성 모두 정규 시즌 1위였다. 메이저리그와 달리 비대칭 포스트시즌을 치르는 구조상 2주가량의 실전 공백이 1차전 경기력에 영향을 끼치기 쉽다는 게 정설이다.

2007년 SK는 두산과 6경기를 치르면서 6점 이상 낸 경기가 단 1번(3차전 9-1 승리)에 불과했다. 1차전은 0-2로, 2차전은 3-6으로 졌다. 나머지 3경기에서는 4~5득점을 올렸고 0~2실점하면서 2패 뒤 4연승했다. 2008년 다시 두산을 만난 SK는 1차전에서 2-5로 졌다. 나머지 4경기에서 전승하는 동안에는 6점 이상 낸 경우가 없었다. 5-2, 3-2, 4-1, 2-0. 적은 득점과 그보다 더 적은 실점으로 트로피를 차지했다.

2013년 삼성은 1승 3패의 절대 열세에서 3연승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1, 2차전에서 삼성이 올린 득점은 단 3점이었다. 3차전부터 5경기에서 삼성의 득점은 24점(4.8점), 실점은 14점(2.8점)으로 반전됐다. 넥센을 상대한 2014년에는 1차전에서 2-4로 졌다. 삼성이 이긴 4경기에서 실점은 단 4점이었다. 승리한 경기 중에서는 3-1(3차전), 2-1(5차전) 처럼 투수전도 2경기가 있었다.

요약하면 2000년대 이후 1차전을 지고도 우승한 팀, SK와 삼성은 모두 시리즈 초반 타격 부진으로 고전했다. 그러나 마운드가 안정됐다는 전력상 공통점이 있었기 때문에 경기가 저득점 양상으로 갈수록 타격 침체가 크게 드러나지 않는 경향이 있었다. KIA가 유의해야 할 전례다.

흥미로운 사실은 2000년 이후 1차전 패배 뒤 우승을 경험한 나머지 한 팀이 바로 두산이라는 점이다. 2001년과 2015년 삼성을 상대로 1차전을 내준 뒤 우승했다. 모두 공격력을 앞세운 덕분에 이룬 업셋이었다.

2001년은 역대 한국시리즈에서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화끈한 타격전(6경기 합계 103점)이었다. 2015년은 삼성 주축 선수 3명이 외국 원정 도박에 참여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서 빠진 여파가 있었다. 올해 플레이오프에서 드러난 타자들의 타격감을 보면 이 두 번의 업셋이 재현돼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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