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친선 경기 2차전에선 0-6으로 대패했다. 하지만 배운 것이 더 많았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무지를 아는 것이 곧 앎의 시작"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무엇이 부족한지 아는 것, 그것에서 발전이 시작된다는 뜻이다.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24일 미국과 두 차례 친선경기를 마치고 귀국했다. 20일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1차전에서 1-3으로, 23일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치른 2차전에서 0-6으로 졌다. 미국은 FIFA 랭킹 1위를 달리는 명실상부 여자 축구 최강의 팀. 연이은 패배였지만 한국은 오히려 배울 점을 발견하는 기회였다.

윤덕여 감독은 "세계 최강 미국과 경기할 수 있어 행운"이었다면서 "월드컵에 가기 위해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우는 기회"였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선진 축구와 직접 부딪쳐 보는 것과는 차이가 분명했을 터다. 평소 접하기 힘든 미국 축구의 맛을 제대로 보고 왔다. 윤 감독은 "한국 축구의 현 주소를 봤다"면서 "미국의 선진 축구를 따라가야 세계적 수준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축구가 미국 축구에 비해 부족한 점을 윤 감독은 술술 풀어놨다. 그만큼 눈 앞에서 보고 배운 것이 컸다는 뜻이겠다. 윤 감독은 템포, 압박을 미국 축구의 강점으로 꼽았다. 우선, 공격에서 수비로,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랐다. 수비 형태가 갖춰지기 전에 공격하고, 상대가 공격을 펼치기 전에 수비 조직을 정돈한다는 뜻이다. 이미 '속도'가 핵심으로 떠오른 현대 축구의 흐름에서 미국처럼 빠른 팀과 경기한 것은 좋은 경험이다.

압박도 중요한 요소다. 윤 감독은 "강하고 빠른 선수들이 있어 공을 우물쭈물 잡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공을 소유했다가도 빼앗기는 장면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설명과 비슷한 맥락이다. 한 번 먼저 생각하고 간결하게 움직여야 압박도 피할 수 있다. 백문이불여일견(百聞而不如一見)'이라고 했다. 세계적인 수준의 '속도'를 경험한 것은 분명 2019년 프랑스 여자 월드컵을 준비하는 한국에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다.

부족한 점도 확인했다. 세트피스에서 실점을 줄여야 한다. 미국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을 신체 조건에서부터 압도한다. 윤 감독도 "175cm가 넘는 선수가 수두룩하다"면서 신체적 불리를 인정했다. 하지만 "지혜롭게 약점을 이겨내야 한다. 혼자 수비할 순 없다. 누군가는 공격수와 함께 공을 다투고, 세컨드 볼 싸움을 하는 등 노력이 필요하다"며 수비 조직력을 강조했다.

수확도 있었으니 새 얼굴들의 발굴이다. 한채린은 이번 원정에서 유일한 득점을 올렸다. 박초롱 역시 이번 친선 경기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데뷔전을 치렀다. 윤 감독은 "(한채린은) 기대가 컸던 선수인데 그만큼 잘한 것 같아 기쁘다. 박초롱도 데뷔전에 잘 준비해서 나선 것 같다. 소속 팀에서도 잘하는 선수들이라 발전이 있을 것"이라며 칭찬했다.

▲ 윤덕여 감독은 미국 선수들의 '템포'와 '압박'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배울 점도, 부족한 점은 알았다. 이제 채우는 일이 남았다. 윤 감독도 "경기에서 느낀 부족한 점을 채우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이번 미국 원정을 평가했다. 윤 감독과 선수들은 미팅에서 무엇이 잘되는지, 또 잘 되지 않는지도 이미 이야기했다고 한다. 

1차 목표는 내년 4월 요르단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이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 배정된 티켓은 모두 5장. 아시안컵에서 4강 이상에 들면 본선에 직행하고 3위에 오를 경우 플레이오프를 거쳐 월드컵 티켓을 얻을 수 있다. 한국은 12월 동아시안컵과 이후 키프로스컵에서 본격 담금질에 들어간다. 윤 감독은 "최종적인 목표는 2019년 프랑스 월드컵이다. 내년 4월 아시안컵에서 월드컵 티켓을 확보해야 한다. 일단 아시안컵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동아시안컵도 중요하지만 아시안컵에 맞춰 준비하겠다"면서 "동아시안컵도, 미국전도 결국 아시안컵 준비"라고 설명했다.

2번의 아픈 패배를 겪고 돌아왔다. 하지만 오히려 발전의 기회를 삼을 수 있어,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 윤 감독의 얼굴은 어둡지 않았다. 한국 여자 축구 팀의 눈은 월드컵을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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