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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부산, 조형애 기자] 감히 말한다. 부산아이파크와 수원 삼성의 KEB하나은행 FA컵 준결승은 축구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감정을 이끌어 낸 경기였다. 처음엔 슬픔이 감돌았고, 나중엔 긴장이, 더 후엔 열광과 실망이 자리했다. 막판엔 환희와 분노가 공존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승자는 부산이었다. 부산은 25일 부산구덕운동장에서 열린 KEB하나은행 FA컵 4강전에서 수원을 꺾고 결승에 올랐다. 90분을 1-1로 마친 뒤 득점 없이 연장을 보냈고, 승부차기에서 4-2로 이겼다. 2줄로 간단히 요약되는 경기. 하지만 이들의 120분은 이렇게 표현하면 실례일 정도로 훨씬 더 다양한 이야기가 있었다.

◆ SCENE1 : 부산 축구 성지에서 고 조진호를 만나다

구덕운동장에서 가장 먼저 마주 한 건 고 조진호 감독의 영정. 경기장 밖에는 지난 10일 급성 심장마비로 운명을 달리한 조 감독의 추모 공간이 마련돼 있었다. 사람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그 자리로 향해 고인을 애도한 뒤 경기장 안으로 향했다. 경기장은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환한 미소로 반기는 조 감독이 없었다는 것을 빼면 말이다.

조 감독이 실제하진 않았지만 그를 킥오프 전까지 여러번 만날 수 있었다. 먼저 그와 인연이 있는 사람들을 통해서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어렸을 때 생활을 같이 했던 친구다. 마음이 아프다"면서 추억했고, 이승엽 감독 대행은 "생전에 감독님께서 대진이 확정되고 수원 분석을 해두셨다. 함께 하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경기 시작 얼마 전에는 전광판을 통해, 직전에는 묵념을 통해서 조 감독을 다시 떠올렸다. "부산아이파크 화이팅!"하며 환희 웃는 전광판 속 조 감독. 울컥하는 감정을 재운 건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 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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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2 : "골~" 긴장이 열광으로 바뀐 순간…치열했던 90분

경기가 시작되자 열띤 응원전이 시작됐다. 팽팽했다. 응원전도 경기도 물러섬없이 맞선 두 팀이다. 긴장이 풀리고 그 자리에 다른 감정이 치고 들어 온 건 후반이었다. 후반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최성근이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하면서 분위기가 급박하게 돌아갔다.

골을 먼저 얻은 건 수원. 박기동이 얻어낸 페널티 킥을 염기훈이 성공시키며 의외로 빠르게 분위기를 환기시켰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흘러 후반 30분이 넘어가고 있었다. 부쩍 쌀쌀해진 날씨에 몸이 으슬으슬 떨렸지만 서포터석은 한여름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웠다. 줄어드는 시간 만큼이나 특히 부산의 응원 강도는 더해져만 갔다. 응원에 화답이 온 건 후반 32분이다. 이정협이 수원 팬에게는 실망을, 부산 팬에게는 열광을 안기고 승부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 SCENE3 : VAR 골 취소…수원은 흥분했고, 서포터는 화가 났다

이미 오후 9시 30분이 훌쩍 넘은 상황이었지만 자리를 뜨는 팬들은 없었다. 양 팀의 팬들은 한 장면을 두고 완전히 희비가 엇갈렸다. 연장 후반 6분 조나탄의 득점이 취소가 됐을 때다. 세리머니를 하고 돌아선 뒤 곧바로 들어간 VAR 판독 결과 골은 무표가 됐다. 득점 장면 직전에 김건희가 먼저 파울을 했다는 것이다. 부산 수비가 먼저 공중에 뜬 상황에서 김건희가 같이 공중 경합을 하지 않고 상대 중심을 밀었다고 본 것으로 보인다.

곧바로 수원 서포터석에서는 "심판 눈 떠라"는 콜이 쏟아져 나왔다. 선수단도 흥분하긴 마찬가지였다. 땅을 쳤고, 소리를 질렀다. 항의하다 결국 서정원 감독도 퇴장까지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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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CENE4 : 경기 후…울려퍼진 '부산 갈매기'와 부산의 눈물

결국 '11M 러시안 룰렛'으로 불리는 승부차기에서 웃은 건 부산이었다. 구덕구장에는 조 감독이 생전 좋아했다던 '부산 갈매기'가 울려 퍼졌고 부산 선수단은 얼싸 안았다. 북받친듯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부산 갈매기'를 들으며 인터뷰실로 향했다. 서정원 감독은 만날 수 없었다. 경기 후 인터뷰를 고사했기 때문이다. 뒤이어 부운 눈을 닦으며 들어온 이승엽 감독 대행은 선수단과 조 감독에게 모든 공을 돌렸다. "준비했던 것을 선수들이 잘 따라줬고 그게 들어 맞은 것 같다. 위기도 있었지만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준 게 좋은 결과까지 이어진 것 같다. 솔직히 말하면 감독님이 많이 생각난다.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이 기쁨을 나누고 싶다."

이후 수원 선수단은 빠르게 구장을 빠져나갔고, 부산은 꽤 오래 라커룸을 지키다 귀가했다. 극적이었던 결과. 믹스트존 해프닝도 있었다. 허탈한 표정을 짓던 서 감독이 결국 화를 참지 못하고 언성을 높인 것이다.

부산과 수원의 120분. 보통 경기보다 길었던 시간 만큼이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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