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조형애 기자] "최소한의 개입으로 큰 효과를 보려는 건데, 큰 개입으로 미미한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비디오 어시스턴트 레프리(Video Assistant Referees, VAR)에 대한 한 심판 관계자의 말이다. 또다시 도마 위에 오른 VAR. 이번엔 연장 승부에서 터진 극장 골이 취소된 게 화근이 됐다. 도입 4개월여 째, VAR은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 많이 개입하고, 개입하면 개입할수록 논란이 끊이질 않는다.

◆ 뒤늦은 판정…'조나탄 골 취소' VAR, 논란이 된 이유

조나탄은 25일 영웅이 될 뻔했다. 수원삼성은 KEB하나은행 FA컵 2017 준결승에서 부산 아이파크와 연장 접전 끝에 승부차기 2-4로 졌다. 조나탄이 연장 후반 그림 같은 골을 터트렸지만 곧 VAR 판독 후 골이 취소되면서, 수원의 FA컵 2연패 꿈이 사그라들었다. 심판은 득점 장면 직전에 김건희 파울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경기의 중요성이 남달랐던 만큼, 골 취소 역시 화제가 됐다. 황선홍 FC서울 감독은 "장면을 봤다. 사실 줘도 되고 안 줘도 되는 상황이 있는데, 너무 정확하니까 문제가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렇다. 더 분명하게 말하면 '뒤늦게 정확하니까' 문제였다.

▲ ⓒ대한축구협회

심판들 사이 이번 판정은 이견이 거의 없다. 심판 관계자는 "의심할 여지가 없는 파울"이라고 했다. '그냥 지나갈 수도 있지 않느냐'. 심정적으론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심판 관계자는 "어떠한 반칙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져야 하는 게 득점"이라고 설명했다.

"득점을 주지 않았더라면 계속 플레이가 되는 거다. 득점이 됐기 때문에 VAR이 개입한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가 나왔기 때문이다. 부산 수비가 먼저 공중에 뜬 상황에서 김건희가 같이 공중 경합을 하지 않고 상대를 밀었다. 그 장면에서 곧바로 판단이 내려졌어야 하는데, 콜이 늦은 게 아쉬운 것이다."

단순 이번 일만 보면 즉각 파울을 선언하지 못한 심판 자질 문제를 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더 들여다보면 조금 더 복잡하다.

◆ 지나친 '의존' 문제…VAR은 어디로 가고 있나

애초에 VAR은 완전할 수 없지만 '명백한 오심을 막을 수 있다'는 장점에 힘입어 세계적 바람을 탔다. K리그 클래식에 도입된 게 지난 7월이다.

올시즌 K리그 시즌 초반은 오심으로 물들었다. 3라운드 서울-광주전 오심은 시작과 다름없었다. 광주는 '등에 맞은 볼' 때문에 핸드볼 파울 선언을 받은 뒤 흔들리며 1-2로 졌다. 5라운드에서는 인천 한석종이 가격이 아닌 '스친 팔' 때문에 퇴장당했다. 판정에 대한 불신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VAR 도입 시기를 앞당긴 게 7월 초다.

그 후 4개월여 동안 VAR은 바삐 운영됐다. 하지만 불신은 그대로 남았고 오히려 '의존'이라는 또 다른 문제에 맞닥뜨리게 됐다.

무분별하게 남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VAR 판독을 할 수 있는 상황은 4가지로 제한돼 있다. 하지만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의문. 상황에 따른 범위를 어디까지 볼 것인지가 여전히 모호하다. 사실 이 모호성에서 문제가 시작된다. 심판 관계자는 VAR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범위'를 꼽으면서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해야 할지 논의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국제적으로 그렇다. 그래서 애매한 많은 상황에서 VAR이 가동되고 있는 게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분석

* 영상 확인 가능한 판정 : 경기 결과에 영향을 주는 명백한 오심이나 심판이 놓친 심각한 반칙. '골, 페널티 킥, 직접 퇴장, 제재 선수 확인' 등 4가지 상황으로 제한. 단, 스로인 골킥 코너킥 등 경기 재개 상황은 판독하지 않는다. 경고 누적 퇴장 역시 판독할 수 없다.

두 골이 취소된 31라운드 전북-대구전 VAR은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두 번째 골 취소의 경우, 조현우 골킥으로 경기가 속행된 뒤 빠른 전개로 골이 나왔는데 골킥에서 문제가 있어 골이 인정되지 않았다. 골킥부터 골까지를 하나의 과정으로 본 것이다. '연속성의 스포츠'라고 불리는 축구에서 딱 잘라 골이 나오게 된 시발점을 지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여기서 나온다.

더 큰 문제는 불신이 쌓이고 있는 상황에서 심판들이 VAR에 의존 성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심판 관계자에 따르면 더 큰 오심을 범하지 않기 위해 애매한 많은 상황에 VAR이 개입하고, 또 심판이 그에 의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는 "오심에 대한 불안을 늘 안고 있고, 그럴수록 VAR에 기대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또한 판독 후에도 보는 이에 따라 의견이 엇갈리는 사안이면 주심 최초 판정으로 가는 것이 원칙이지만 잘 지켜지고 있는지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힘들다.

이제 다시 VAR의 의미를 새겨볼 필요가 있다. VAR이란 리플레이 시스템을 통해 판정을 실시간 확인한 뒤 주심의 명백한 오심이나 확인하지 못한 심각한 반칙을 바로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심판이다. VAR은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고, 주객이 전도가 되어서도 안된다. 최소한의 개입으로 큰 효과를 보려다, 큰 개입과 불신만 가져다 주는 상황. 불신이 지배한 자리에 신뢰는 들어 서기 힘들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