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산 5회 우승을 이룬 전북 현대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 2017년 3월 4일 토요일 개막전을 치른 KEB하나은행 K리그클래식2017이 11월 19일 일요일 38라운드 경기를 끝으로 정규 라운드와 스플릿 라운드까지 대장정을 마쳤다. 20일에는 곧바로 K리그 대상이 열려 최고의 별을 추렸다. 스포티비뉴스는 한 해 동안 대한민국 프로축구 1부 리그에서 벌어진 일들을 총정리했다. 위기론이 거셌던 한국 축구의 현주소가 K리그 안에 있다. <편집자 주>

"경기할 때마다 질 거라는 생각은, 어느 팀과 해도 들지 않았다. 질 거라는 생각 안들었는데, 다만 워낙 견제가 심했기 때문에 우리가 얼만큼 잘 뭉치고 준비하느냐에 달렸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했다." 레프트백 김진수의 말처럼, 전북 현대의 2017년 시즌 우승 여부는 전북 자신에 달려 있었다.  2017년 시즌 K리그 클래식 우승 팀은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개막 전 언론, 전문가, 축구 팬 또는 K리그 현직 당사자들도 전북 현대 모터스를 우승 후보 0순위로 꼽았다. 전북에는  ‘1강’이라는 수식어가 꽤 오랫동안 달려 있다. 

2017년 시즌 우승은 1994년 창단한 전북의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이다. 2016년 시즌 우승 컵을 FC 서울에 내줬으나, 2014년 시즌과 2015년 시즌 챔피언도 전북이었다. 즉, 2013년 여름 국가 대표 팀 감독으로 잠시 자리를 비운 최강희 감독이 돌아온 이후로 4년간 세 차례 우승한 것이다. 

2016년도 최고 성적을 거둔 팀이라면 전북이다. 전북은 2012년과 2013년에 적발된 심판 매수 혐의로 승점 9점 삭감과 제재금 1억 원의 징계를 받았다. 삭감된 9점을 더하면, 전북은 2016년 시즌에 FC 서울보다 많은 점수를 얻었다. 전북은 정규 라운드를 마친 시점에 한번도 지지 않은 1위 팀이었다. 사실상 4연속 우승이다. 지금 K리그가 ‘전북 시대’라는 것을 부인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을 떠나 K리그 무대에 입성한 김진수는 전북이 어떤 팀인지 묻자 "우승 팀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전북은 우승이 자연스러운 팀이다. "우승 팀이기에 따로 어떤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우승 팀만의 분위기 갖고 있다. 처음 와서 경험해 보니 무조건 이기고 우승해야 하는 팀이었다. 그걸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우승했다." 김진수의 말대로, 전북은 '우승 팀'이다.

▲ 힘 있는 전북에 이재성이 창조성을 가미하면 최강이 된다 ⓒ한희재 기자


◆ 제주와 울산의 추월, 전북의 뒷심을 극복하기 역부족

2017년 시즌 전북의 우승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알차게 전력을 보강했고, 제주 유나이티드가 꽤 치열하게 추격했다. 부임 세 번째 시즌을 맞은 조성환 감독의 색깔이 확실하게 팀에 녹아들었다. 조 감독은 전임 박경훈 감독이 이뤄 놓은 패스 축구의 기틀을 스리백 전환 후 더 속도감 있는 축구를 가미해 강화했다.
 
제주는 외국인 선수 영입과 구성도 성공적이었고, 국내 선수 발굴과 육성에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남겼다. 마르셀로가 전반기에 압도적인 활약을 펼쳐 시즌 도중 일본 J리그 오미야 아드리자로 이적했으나, 마르셀로와 멘데가 꾸준히 위협적이었다. 황일수도 시즌 도중 떠났지만 후반기에는 류승우와 윤빛가람을 영입했다. 이창민은 국가 대표가 됐다. 

그런데도 2016년 시즌 더블 우승을 꿈꾸며 더블 스쿼드를 구축한 전북을 상대하기는 역부족이었다. 제주는 정규 시즌 초반 두 경기에서 전북을 잡았으나, 우승 향방을 가를 마지막 두 경기에서 지면서 선두 탈환에 실패했다. 전북은 리그 13라운드에 선두에 오른 이후 최종 라운드까지 선두를 빼앗기지 않았다. 

2016년 시즌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룬 전북은 시즌 개막에 앞서 AFC로부터도 심판 매수 징계를 받아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박탈됐다. 그 때문에 외국인 선수 영입 등 선수단 강화를 위해 투자하지 않았다.

레오가 팀을 떠난 이후 대신 영입한 마졸라 등 대체 선수는 실패로 돌아갔다. 부상에서 돌아온 로페즈와 베테랑 에두가 여전히 이름값을 했다. 에델은 화려하지 않지만 헌신적으로 뛰며 제 몫을 했다. 김신욱, 이재성, 김진수 등 국가 대표 급 선수들이 매 경기 활약했다. 전반기에 좋은 활약을 한 김보경이 시즌 중반 일본 가시와레이솔로 이적했으나 이승기가 제 몫을 했다. 신인 수비수 김민재는 국가 대표 팀에서도 중심 수비수가 될 정도로 빠르게 성장했다. 

한국 나이로 마흔을 바라보는 이동국은 선발 명단에 들기 어려운 상황이 됐으나 조커로 나서며 기어코 프로 통산 200호 골을 넣었다. 이용이 시즌 내내 부상으로 뛰지 못했으나 최철순이 베테랑의 나이에도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최철순은 신태용 감독 부임 이후 국가 대표 팀의 주전 라이트백 자리까지 꿰찼다. 

대표 팀에서 로테이션 멤버로 나서던 이재성은 올 시즌 K리그 클래식 MVP로 선정되며 만개했다. 이동국은 과거에 이미 “전북은 이재성이 뛰어야 1군”이라고 한 바 있다. 이재성은 힘 있는 전북이 창조적인 공격을 펼치도록 하는 원동력이고, 신태용호에서도 11월 A매치를 통해 주전 미드필더로 자리 잡았다. 

▲ 김신욱(왼쪽)과 이동국도 부동의 주전이 될 수 없는 전북 스쿼드 ⓒ연합뉴스


◆ 투자하는 전북, 우승할 자격 있는 더블 스쿼드

대표 팀 전력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는 전북은 잘하는 선수가 많고, 최강희 감독의 리더십이 팀을 장악하고 있다. 최 감독은 승부처에서 냉철한 판단으로 실리를 취한다. 최강희 감독은 올 시즌 역대 최연소 K리그 200승 위업을 세웠다. 권순태가 일본으로 떠난 골키퍼 포지션이 약점으로 꼽히지만, 리그 평균 이상이다. 전 포지션에 걸쳐 최고급 선수를 보유했다. 다양한 장점을 가진 선수들이 최 감독의 지휘 아래 최고의 팀으로 기능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2015년부터 K리그 선수들의 연봉 현황을 공개했다. 전북은 공개 이후 내내 이 부문 1위다. 뿐만 아니라 클럽 하우스와 유소년 클럽 하우스 건립 등에 대해서도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다. 전북은 투자가 위축되고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K리그에서 유일하게 투자하는 팀이다. 경기력과 성적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다. 2015년 시즌 후반기 전북에서 뛰었던 바 있는 강원 공격수 이근호는 전북이 강한 이유를 묻자 "선수들이 워낙 좋은 게 가장 큰 것 같다"고 했다.

단지 좋은 선수를 모아 놓기만 해서 잘하는 것은 아니다. 최강희 감독은 좋은 선수들의 활용도를 극대화할 줄 안다. 이근호는 전북의 더블 스쿼드가 강한 이유를 훈련 밀도와 내부 경쟁이 주는 선수들의 집중력과 동기부여로 꼽았다. 

"전북은 축구 도시의 분위기가 잘 잡힌 영향도 있다. 제일 큰 것은, 최강희 감독님이 중심을 잘 잡아서 이끄는 것이다. 전북은 팀 안에 있을 때도 축구하기 힘들었는데 밖에서 부딪힐 때도 힘들다. (웃음) 원체 팀 내에서 경쟁이 심하다. 전북 같은 경우, 운동도 그런 (자체 경기) 운동을 많이 한다. 그러다 보니 부딪히는 게 많은데, 그게 경기력으로 나오니까. 자체 경쟁이 엄청 심하다. 그렇게 하면 부상도 나올 수 있는데 부상 나와도 메워 줄 수 있어서 부담 없이 하니까 그런 면에서 선수들이 더 강한 것 같다."

이 점에 대해선 2017년 영플레이어상을 받은 신인 수비수 김민재도 언급했다. "좋은 선수들이 있는 환경에서 자체적으로 경기하다 보니까, 실전에 나갔을 때 오히려 더 편했다. 저희 팀 선수가 워낙 레벨이 높은 선수들이고, 실전에 나가면 우리 팀 선수보다 월등한 선수 없어서 편하게 경기했다. 자체 경기를 통해서 계속 편해진 거 같다."

▲ 2017시즌 MVP 이재성(왼쪽)과 영플레이어 김민재(오른쪽)는 최강희 감독이 발굴해 키운 대표작이다 ⓒ한희재 기자


◆ 2018년 시즌 우승도 전북이 유력…2020년까지 최강희 체제 독주 이어질 것

전북이 압도적으로 화려한 시즌을 보낸 지 4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K리그 최고의 흥행 카드로 꼽히던 수원 삼성과 FC 서울의 슈퍼 매치를 향한 기대감도 줄었다. 우승을 다투던 수도권 두 팀의 대결에 양 팀 팬을 떠나 K리그 팬 전체가 주목했던 시절이 있었다. 두 팀은 전술적으로도 국내 최고 수준의 경기를 했다. 지금은 전북 1강이다. 두 팀은 2017년 시즌에도 우승권과 거리가 있었다. 제주가 전북 대항마로 떠오르고, 울산도 젊고 강한 팀으로 거듭나 수원과 서울의 위세가 떨어졌다.

제주와 울산의 약진이 전북 독주 시대에 파문을 일으킬 수 있을까? 두 팀 모두 2017년 시즌 전북을 꺾은 경기가 있었다. 그러나 최종 순위가 결정되는 스플릿 라운드에서 전북은 제주에 3-0, 울산에 2-1 승리를 거두며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것을 보였다. 최강희 감독은 전북과 2020년까지 장기 계약을 맺은 상황이다. 2018년 시즌에는 AFC 챔피언스리그와 K리그 더블 우승에 다시 도전하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외국인 선수 영입 과정에 투자가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북 견제는 더더욱 어려워졌다. 

제주는 2017년 시즌을 치르며 주력 선수 이적을 막지 못했고, 울산도 2018년 시즌 몇몇 선수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 수원과 서울도 선수단에 과감한 투자를 하기는 어려운 상황. 전북 독주 시대는 2018년 시즌에도 여전할 전망이다. 월드컵이 열리는 해의 특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경제 상황이다. 지금 시장에 획기적인 반전이 이뤄지긴 어렵다. 베테랑 공격수 이동국은 2018년 시즌 목표로 "누구도 해 보지 못한 리그 우승, FA컵 우승, 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해 보고 싶다"고 했다. 일단 국내 트로피 두 개를 드는 일은 꽤 가능성이 높다.

지금 전북을 견제하는 팀들이 주력하는 분야는 자체 유소년 선수 육성이다. ‘선수를 사 오는 팀’ 전북이 K리그 지표에서 유일하게 선두가 아닌 분야가 유소년이다. 전북도 한 세대가 끝나 가고 있다. 이재성도 이제는 유럽 진출의 꿈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동국은 은퇴가 머지않았다. 에두, 에델과도 결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승기도 이적 가능성이 제기된다. 

리빌딩에 대한 고민은 해가 갈수록 깊어질 것이다. 그래도 한동안은 전북의 위세를 막기 어려울 것이다. 전북은 리그 내 최고의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자금을 갖고 있다. 전북 독주를 막기 위해선 더 치밀한 전략과 시즌 운영 능력을 갖춰야 한다. K리그 클래식의 나머지 11개 팀이 전북 우승이 공식처럼 굳혀지는 K리그클래식의 단조로운 흐름을 깰 수 있는 묘안을 찾을지 궁금하다. 최 감독이 재임하는 2020년까지, 전북은 우승 후보 0순위를 지킬 것이고, 올해를 기점으로 연속 우승의 새 역사가 써질 수 있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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