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산과 경기 전 묵념을 하는 부산 선수들.
[스포티비뉴스=부산, 정형근 기자] 경기 종료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부산 선수들을 기다렸다. 그런데 오랜 시간 동안 선수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부산 관계자에게 이유를 물었다. 

“우리는 승패와 관계없이 경기가 끝나면 선수단이 함께 모여 저녁을 먹는다. 간단히 도시락을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진호 감독님이 만든 문화이다. 감독님은 선수단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다 같이 저녁을 먹고 선수들이 빨리 집으로 돌아가 쉬기를 바랐다. 그 문화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부산과 아산의 K리그 챌린지 플레이오프가 펼쳐진 18일. 부산 구덕운동장에는 고(故) 조진호 감독의 향기가 곳곳에 퍼졌다. 경기 시작 전 부산 이승엽 감독대행은 조 감독을 위해 승리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승격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막내부터 고참까지 승리를 향한 의지가 대단하다. 선수들에게 승격이라는 좋은 열매, 달달한 열매를 따서 감독님 영전에 가져가자고 말했다.”

주심이 휘슬이 울리기 전. 조 감독을 기리는 묵념이 진행됐다. 구덕운동장을 찾은 2,710명의 팬과 선수단, 관계자는 모두 애도를 표했다. 전광판에는 ‘조진호 감독님,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조 감독은 부산 선수들이 죽을힘을 다해 그라운드를 뛰는 순간에도 함께 했다. 부산은 벤치의 감독 석을 비워 놨다. 조 감독이 선수들과 호흡했던 자리였다. 부산 관계자는 “시즌을 마칠 때까지 감독님의 자리를 비워둘 예정이다”고 말했다. 

부산은 무승부만 거둬도 승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산은 초반부터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다. 조 감독이 추구한 ‘공격 축구’로 상대를 꺾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전반 32분 이정협의 선제골이 터지자 분위기는 완전히 넘어왔다. 후반에도 공격을 멈추지 않은 부산은 이동준이 2골을 더 넣으며 3-0 완승을 챙겼다. 

경기 후 이동준은 “승격과 FA컵 우승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다. 준비를 잘해서 고 조진호 감독님께 좋은 선물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을 나타냈다.
▲ 고 조진호 감독 사진 앞에 선 이정협. ⓒ부산 아이파크

“지난해 챌린지 준플레이오프에서 졌을 때는 유리병이 날아왔다. 선수단에 대한 실망과 불신을 순식간에 없앤 분이 조진호 감독님이다. 감독님이 오고 난 뒤 부산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이 달라졌다. 이제는 부산 팬들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걸 느낀다. 살아계셨다면 부산과 정말 오랫동안 함께 하셨을 텐데…”

부산 관계자는 먹먹한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부산은 조 감독이 세상을 떠난 뒤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부산은 이제 상주 상무와 승강 플레이오프, 울산 현대와 FA컵 결승전을 남겨 뒀다. 

“언제나 경기가 끝나면 감독님은 선수단 전체와 함께 사진을 찍었다. 팬들과 찍는 것도 즐기셨다. 감독님은 어디를 가든 항상 사진을 남기셨다.”

부산은 승격 확정 사진과 FA컵 우승 사진을 들고 조 감독의 영전을 찾을 수 있을까. 부산의 행보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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