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이 잔류에 성공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인천, 유현태 기자] 생존 왕. 어느샌가 인천유나이티드에 붙은 별명이다. K리그 챌린지 창설 뒤 매 시즌 클래식 잔류 싸움을 벌이면서도 매번 살아남았다. 2017년에도 최종전 승리로 자력으로 잔류를 확정했다. 인천의 최종전 현장엔 잔류를 향한 '믿음'과 '열정'이 흘러넘쳤다.

그리고 믿음은 정답으로 이어졌다. 비기기만 해도 잔류를 확정할 수 있었던 인천은 18일 '안방'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상주상무를 2-0으로 완파했다. 인천은 '선 수비 후 역습' 전술로 갈 길 바쁜 상주를 제압하고 시즌을 9위로 마쳤다.

◆ 팬: "절대 패할 일 없다."

인천 팬들은 열정적이기로 소문났다. 그 열정이 때로 과해 '사고'를 치기도 한다. 지난 37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전에서 운동장에 난입해, 직원과 물리적 충돌을 빚는 '사건'이 벌어졌다. 분명 옳지 않은 일이었으나, 팬들의 마음은 그만큼 간절했다. '숭의 아레나'를 채운 관중은 6121명. 이번 시즌 5932명의 평균 관중을 살짝 웃돌았지만, 기온이 뚝 떨어진 점을 생각하면 적잖은 인원이 모였다.

'생존'에 일가견이 있는 팀을 응원하는 팬들답게 잔류를 확신했다. 일본인 친구와 경기장을 찾았다는 최민수 씨는 "절대 질 일은 없다. 무조건 잔류한다. 승점 3점을 끌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며 팀에 신뢰를 보냈다. 이어 "지난 시즌보단 상황이 좋지 않았다. 외국인 공격수 선발에 문제가 있었는지 득점이 안 나와서 고생했다. 내년 보강만 잘한다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강등은 생각지도 않는다고 강조했다. 함께 경기장을 찾은 마츠모토 준코 씨는 일본에서 한국을 방문해 경기장을 찾았다. 그 역시 "중요한 경기에 오게 돼 기쁘다. 추운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인천의 잔류를 응원했다.

또 다른 팬 박종환 씨 역시 "최종전이니 꼭 이겨서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사실 잔류하는 것이 가장 크다. 1년 동안 고생 많았는데 팬들과 함께 만세삼창하길 기다리고 있다. 다같이 뛰면서 응원할 계획"이라며 기대감을 밝혔다.

▲ 잔류를 응원하는 인천 팬들 ⓒ유현태 기자

◆ 이기형 감독: "일단 저부터 자신감을!"

경기 전 이기형 감독도 자신감을 강조했다. 그는 "일단 저부터 자신감을 갖고 하려고 한다. 중요한 경기일수록 선수들이 긴장한다. 감독부터 잔류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피치에서 보여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팀을 앞에서 이끄는 '선장'이 흔들리면 '선원'들도 우왕좌왕 한다는 뜻.

다행히 승점 1점의 여유를 안고 있었다. 곧 침착한 경기 운영으로 이어졌다. 이 감독은 "상주는 공격 성향이 강하다. 급하게 상주를 무너뜨리려고 하면 어렵다. 여유 있고 침착하게 운영하면 상주가 급하게 나온다. 이번 경기에서도 그런 점을 활용하라고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이 상주의 공세를 잘 막아내면서 급해진 쪽은 상주였다. 의욕이 곧 독이 돼 돌아왔다. 전반 종료 직전 상주의 주장 여름이 거친 태클로 퇴장 명령을 받았다. 수적 우위에서 경기를 치를 수 있게 돼 인천은 유리한 위치에 섰다. 인천 팬들은경기장을 떠나는 여름에게 "숭의에서 나가!"를 한 목소리로 외치면서 들뜬 기분을 함성으로 표현했다. 

인천은 후반에 2골을 집중시켰다. 후반 8분 문선민이 과감한 돌파로 상주 수비 3명을 제친 뒤 득점을 터뜨렸고, 후반 14분엔 문선민의 감각적인 터치에 이어 김도혁이 강력한 왼발 슛으로 추가 골을 완성했다.

▲ 문선민도 잔류를 믿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선수단: 김도혁-문선민 "분위기 반등…강등은 없다고 확신했다."

감독이 팬이 잔류를 믿는다고 해도, 결국 피치에 선 선수들이 결과를 내야 한다. 직접 경기를 치른 선수들은 어땠을까. 골을 터뜨린 문선민과 김도혁 모두, 어려운 시즌이었지만 마지막 경기를 앞두곤 잔류를 믿었다고 입을 모았다.

김도혁은 "올 시즌까지 4년 동안 강등 싸움을 했는데, 올해가 정말 불안했다. 지난 시즌과도 분위기가 달랐다"면서 2017년이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팀의 긍정적인 기운이 돌면서 반전을 이뤘다. 김도혁은 "분위기가 정말 중요한 것 같다"며 "안 좋은 분위기를 바꿔서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서 반등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천이 주의해야 할 또 하나의 걸림돌은 부담감이었다. 부담감이 커지면 몸은 굳고 생각이 많아진다. 선수들이 제 실력을 제대로 내지 못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리고 부담감을 떨치려면 '자신감'이 필요하다. 1골 1도움을 올리며 잔류를 이끈 문선민의 인터뷰에서 부담감과 자신감 모두가 읽혔다.

"강등 싸움은 처음해봤다. 전남전 전까지만 해도 불안했다. 이후엔 강등이 안될 것이란 확신이 있었다. 선수들이 하고자하는 의지가 강했다. 경기 전날까지 잠을 못 잤는데, 경기장에 오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칭스태프, 선수 그리고 팬들까지 강등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지난 3번의 시즌 동안 잔류를 성공한 경험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올해도 인천을 잔류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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