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상 두 번째 패배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2003년 출범한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풋볼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이 12월 다시 열린다. 그 옛 이름은 동아시안컵. 이웃한 나라들과 만나 전력도 비슷하고 함께 다투며 쌓아온 역사가 길어 결과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언제나 한국 축구의 아래일 것이라 여겨졌지만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중국은 결과에 촉각을 세우게하는 상대다.

18승 12무 2패. 수치로 보면 한국의 완벽한 우세다. 공한증이란 말이 생긴 것도 당연한 일이다. 역사적으로 중국은 한국만 만나면 벌벌 떨었고, 한국은 언제나 중국을 상대론 자신감이 넘쳤다.  경기 스코어가 크게 벌어진 적은 없었지만 승리는 한국이 챙겼다. 역대 2골 이상 승리는 없었고,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것은 1986년 9월 아시안게임의 승리(4-2 승)였다. 줄곧 이어진 강세에 오래도록 한국의 우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최근 판세가 변했다.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한국은 중국과 같은 A조에 속했고 맞대결에서 1승 1패를 거뒀다. 안방에서 3-2로 이겼지만 중국의 거센 추격에 마음을 졸여야 했다. 올해 3월 마르첼로 리피 감독이 취임한 가운데 치른 원정 경기에선 0-1로 패했다. 한국의 경기력은 부진했고, 중국 선수들은 자신감이 넘쳤다. 중국 원정에서 처음으로 거둔 패배에 한국은 자존심이 구겨졌고, 창사 허롱 스타디움을 채웠던 중국 팬들의 열기는 하늘을 찔렀다. A대표팀 역사상 2번째 패배. 변화된 두 팀의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중국전 첫 패배도 동아시안컵이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준비하던 2010년 2월 열린 대회에 참가해 중국에 0-3 패배를 당했다. 공식 A매치 첫 번째 패배. 공한증이 깨지는 순간이었다. 

10월 발표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도 한국이 뒤졌다. 한국은 62위였고 중국은 한국보다 3계단 높은 59위를 기록했다. 한국은 자조 섞인 한숨을 쉬었고 중국은 이제 한국을 넘어설 것이라 기뻐했다. 11월 랭킹에선 한국이 다시 59위, 중국이 60위를 기록하며 위아래를 바꿨지만 한국엔 충격적인 사건일 수밖에 없었다.

최근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K리그와 중국 슈퍼리그의 맞대결이 자주 벌어지면서 자존심 싸움이 더욱 잦아졌다. 중국에서 뛰는 대표팀 선수들을 두고 '중국화 논란'이 벌어지면서도, 중국 슈퍼리그의 투자는 부러워하는 상황. 결국 2017년 K리그 팀들이 16강에서 전멸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중국에선 광저우 헝다와 상하이 상강이 8강에 올라 맞대결을 펼쳤다. 마냥 한국 축구의 우위를 말할 수도 없게 됐다.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빠지긴 했지만, 내년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주축을 이룰 선수들이 대거 포함됐다. 하지만 아시아의 호랑이, 아시아 축구의 맹주라는 거창한 타이틀은 이제 한국에 어울리지 않는다. 도전자로서 새로운 업적을 쌓아야 한다. 이번 동아시안컵은 러시아 월드컵을 위한 담금질인 동시에, 동아시아 축구 판도를 가늠할 기회다.

그래서 동아시안컵에서 쉽사리 물러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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