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엽.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국민 레전드' 이승엽(41)이 한국 야구 투수들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건넸다. 보다 세밀한 야구만이 치열한 승부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 포인트였다.

한국 프로 야구는 지독한 타고투저 시대를 지나가고 있다. 공인구로 교체하고 스트라이크존을 넓히는 등 투수들에게 힘을 실어 주고 있지만 여전히 타자들의 득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 시즌에도 3할 이상을 기록한 타자가 33명이나 됐다.

이승엽은 스포티비뉴스와 통화에서 타고투저의 원인은 타자와 투수가 가진 한계에서 출발했다고 지적했다.

이승엽은 "타자들은 안 맞으면 1,000개 2,000개씩 타격 훈련을 할 수 있다. 자신의 폼을 찾을 때까지 죽어라고 타격 훈련만 할 수 있다. 하지만 투수는 그렇지 못하다. 러닝과 웨이트트레이닝, 그리고 불펜 투구가 준비의 전부다. 불펜 투구도 100개를 조금 넘는 수준까지만 한다. 육체적 노력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타자들의 빠른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영원히 타자들이 득세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뜻일까. 이승엽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투수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이승엽은 "일본에 가기 전에 비해 투수들이 제구력 면에선 조금 부족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스피드는 크게 향상됐지만 제구력에 대해선 선배들에게 좀 더 배워야 할 것 같다"고 전제한 뒤 "제구력이 뒷받침되면 수 싸움을 하는 데 유리해진다. 강력해진 타자들과 어차피 승부를 해야 한다면 수 싸움을 치열하게 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고 지적했다.

수 싸움에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타자의 파울 타구를 본 뒤 다음 승부를 결정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바깥쪽 패스트볼을 좌타자가 1루 쪽으로 파울 타구를 냈다면 타이밍이 빠르다는 뜻이다. 이럴 때 같은 코스로 스피드를 줄여서 던지면 타자의 타이밍을 뺏으며 범타를 유도하기 쉬워진다.

또한 타자들의 습성을 아는 것도 중요하다. A팀 전력 분석원은 "타자들은 변화구가 볼이 되면 다음 공은 직구를 노리는 경향을 갖고 있다. 아주 많은 타자들이 그런 성향을 보인다. 하지만 우리 투수들은 이런 습성을 파악하는 데 아직 많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이승엽은 "타자들은 앞으로도 더욱 강해질 것이다. 이런 타자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투수들이 공부를 더 열심히 하는 수 밖에 없다. 투수들은 타자들의 발전속도가 빠를 수 밖에 없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훈련으로는 타자를 이길 수 없으니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심리전, 템포 싸움 등이 그것이다. 타자의 심리를 흔들고 타이밍을 뺏을 수 있는 제구력과 볼 배합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예전 선배들은 그런 면에서 정말 뛰어났다. 마음과 귀를 열고 열심히 공부하는 투수들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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