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민규 기자]지난해 1121(이하 한국 시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마이크 볼싱어를 마이너리그로 이관하기 위해 DFA(양도를 위해 지명)했다. 당시 볼싱어는 한국 프로야구 팀과 계약하는 것도 고려했을 정도로 메이저리그에 머무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불행 중 다행으로 LA 다저스가 애리조나에게 현금을 지불하고 볼싱어를 영입했고 볼싱어는 메이저리그에 다시 한 번 도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볼싱어는 다저스에게 있어서 잘해주면 좋고 못하면 그만인 보험과도 같은 선수였다. 그런데 때마침, 볼싱어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류현진(어깨)과 브랜든 맥카시(팔꿈치)가 부상으로 경기에 등판할 수 없게 된 것. 볼싱어는 그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다.

지난달 24,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의 시리즈 2차전. 당시 다저스의 선발 투수는 볼싱어였다. 볼싱어는 8이닝 동안 실점 없이 8탈삼진을 기록, 1피안타만을 허용하며 메이저리그 데뷔 이후 최고의 투구를 펼쳤다. 당시까지 8이닝 이상을 소화한 다저스 투수는 볼싱어가 유일했다. 볼싱어는 그렇게 올 시즌 다저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선발 투수로 변모했다.

볼싱어는 고등학교 시절 클레이튼 커쇼의 라이벌이었다. 텍사스 주에 있는 맥키니 노스 고등학교를 졸업한 볼싱어는 졸업 학년 당시 93패 평균자책점 1.66을 기록하며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또한 주 대회 준결승전에서 커쇼가 소속된 하이랜드 파크 고등학교를 꺾고 팀을 결승전까지 이끌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볼싱어는 드래프트에서 높은 순위에 지명받지 못했다. 구속이 빠르지 않았던 볼싱어는 고등학교 졸업 후 참가한 2006년 드래프트에서 34라운드, 2009년 드래프트에서 33라운드 지명에 그치고 만다. 볼싱어는 결국 대학 졸업 후 참가한 2010년 드래프트에서 15라운드에 지명되어 애리조나에 입단했다.

볼싱어는 메이저리그에서 평범한 투수에 불과했다. 볼싱어는 커터를 주로 던지는 투수였다. 최고 90마일(144km), 평균 88마일(141km)인 볼싱어의 커터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전혀 통하지 않았다. 지난해 볼싱어의 커터 피안타율은 .341였으며 장타율은 .667에 달했다. 또한 플라이볼 중 홈런이 된 타구의 비율은 무려 31.3%에 달했다(5피홈런 허용). 볼싱어의 지난해 성적은 16패 평균자책점 5.50으로 전혀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볼싱어는 다저스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다저스는 맥카시가 토미 존 수술, 류현진이 어깨 수술로 시즌 아웃되면서 선발 투수 로테이션이 비상이 생겼다. 때문에 다저스는 계속해서 임시 선발 투수들을 계속해서 기용했다. 올 시즌 다저스 소속으로 1경기라도 선발 등판한 선수는 총 10. 이는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함께 가장 많은 수이다. 시즌 초반 트리플 A에 있었던 볼싱어는 11이닝 동안 실점없이 17개의 삼진을 잡았다. 삼진/볼넷 비율은 무려 4.67에 달했다. 다저스는 곧바로 볼싱어를 콜업했고, 예상대로 볼싱어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수준급의 투구를 보여주었다. 볼싱어가 올 시즌 굉장히 훌륭한 활약을 펼쳐주면서 다저스는 비상이 걸렸던 선발 투수진의 급한 불을 끌 수 있었다.


그렇다면 볼싱어가 이와 같이 호투를 펼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 비결은 바로 커브에 있다. 팬그래프 Pitch f/x에 따르면 올 시즌 볼싱어의 커브 구사비율은 51.1%40이닝 이상 던진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 중 커브를 가장 많이 던지고 있다. 올 시즌 볼싱어의 커브 피안타율은 .148으로 매우 좋으며 피장타율 역시 .193에 불과하다. 구종 가치 역시 4.240이닝 이상 던진 선발 투수 중 메이저리그 전체 4위를 기록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최정상급의 커브를 던지는 투수들 대부분의 수직 무브먼트는 9에서 10의 수치를 보인다. 그러나 올 시즌 볼싱어의 커브 수직 무브먼트는 6.6으로 메이저리그 평균(-5.1)보다 약간 더 낙폭이 큰 정도이다. 그러나 커브의 최고 구속과 최저 구속이 9마일(14km)로 구속 가감이 굉장히 잘 이루어지고 있으며 커브의 제구 역시 훌륭해 타자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볼싱어가 커브를 던졌을 때 가운데 코스를 제외한 나머지 코스에서 허용한 피안타는 단 6개에 불과하다(커쇼 5피안타). 올 시즌 볼싱어는 36탈삼진 중 30개를 커브로 잡아냈는데 이는 휴스턴의 콜린 맥휴와 같은메이저리그 전체 5위에 해당한다(1위 클루버, 마르티네즈 37).

볼싱어가 커브로 많은 삼진을 잡을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타자들이 볼싱어의 커브에 컨택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볼싱어의 컨택 비율은 76.6%였던 반면 올 시즌에는 68.8%이며 헛스윙삼진을 만들어낸 비율 또한 10.6%에서 13.5%로 상승했다. 타자들은 볼싱어의 커브에 계속해서 헛스윙하며 맥을 추리지 못하고 있다.

볼싱어는 커브가 좋아지면서 커터 역시 자연스럽게 좋아졌다. 올 시즌 볼싱어의 커터 피안타율은 .304이지만 이미 한 차례의 병살타를 유도한 바 있으며 64.7%의 땅볼 비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에 기록한 51.4%와도 큰 차이가 난다. 올 시즌 볼싱어의 커터는 땅볼 유도를 하는데 굉장한 도움을 주고 있다.

올 시즌 볼싱어의 BABIP.246으로 매우 낮으며 잔루처리율 또한 82.9%로 높다. 볼싱어의 투구에 운이 따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볼싱어는 자신의 공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서 자신있게 타자들을 상대로 투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투수들은 패스트볼로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든 다음 변화구로 타자들을 유인한다. 그러나 볼싱어는 변화구를 사용해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볼싱어는 자신을 ‘Backword Pitcher’ 라고 칭한다. 타자들을 상대로 반대로 접근하고 있는 볼싱어는 드디어 투구에 눈을 뜬 것일까. 고교 시절 자신의 라이벌과 함께 팀 메이트가 된 볼싱어가 앞으로도 좋은 투구를 펼치기를 기대해본다.


기록 출처 : 베이스볼 레퍼런스, 팬그래프닷컴, 브룩스베이스볼

[그래픽] SPOTV NEWS 김종래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