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일 워커(왼쪽)가 윌프리드 자하를 막고 있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축구에서 승리하려면 골만큼 중요한 것은 실점하지 않는 것. 연승행진에 도전했던 맨체스터시티가 그래도 무패 행진을 지킨 데 든든한 버팀목이 된 것은 오른쪽 수비수 카일 워커였다.

맨체스터시티는 31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 셀허스트파크에서 열린 2017-18시즌 프리미어리그 21라운드 크리스탈팰리스와 경기에서 득점 없이 비겼다.

맨시티의 연승 행진에 맞선 크리스탈팰리스가 예상보다 강수를 뒀다. 4-3-3 전형으로 나섰고 전방부터 맨시티를 압박하면서 '맞서 싸우기'를 선택했다. 

팰리스의 전략이 적절했다. 맨시티를 멈춰세우기 위해 자신들의 장점을 살리려고 했다. 크리스티안 벤테케는 제공권과 몸싸움에서, 윌프리드 자하는 속도와 개인기에서 맨시티 선수들과 1대1이 충분히 가능한 선수들. 팰리스는 공을 빼앗은 뒤 단순하게 중앙의 베테케의 머리를 향해서 또는 측면으로 넓게 벌린 자하에게 연결하면서 단순하게 공격을 전개했다.

특히 위협적이었던 것은 자하였다. 자하는 양발을 활용한 드리블과 폭발적인 주력이 장점이다. 공격적인 팀 맨시티의 뒷문을 혼자서 열어제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로이 호지슨 감독이 준비한 '비수'는 자하였다.

이런 자하를 막아 세운 것은 카일 워커였다. 워커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 측면 보강을 위한 카드로 영입된 선수다. 강력한 몸싸움을 갖췄으면서도 빠른 발을 자랑한다. 공격과 수비 모두 되는 선수로 이번 시즌에도 선발로만 19경기에 나설 정도로 입지가 단단하다.

워커는 믿음에 보답하듯 단단했다. 자하를 꽁꽁 묶었다. 자하는 왼쪽 사이드라인까지 넓게 벌려서서 역습을 준비했다. 반대쪽의 안드로스 타운젠드가 수비적으로 적극 가담했으나, 자하만큼은 역습에 무게를 뒀다. 팰리스의 역습 전개는 숫자가 부족해 세밀할 순 없었으나, 자하의 속도를 최대한 살릴 수 있게 공간으로 패스가 향했다. 여기서 강력한 몸싸움, 빠른 발을 바탕으로, 자하의 움직임까지 영리하게 읽으면서 계속 1대1에서 승리했다.

맨시티의 뜻대로 경기가 풀리지 않아 워커의 몫은 더욱 컸다. 자하의 역습 한 번에 무너진다면 맨시티가 더욱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을 수도 있다. 워커가 든든히 자하를 묶어놓은 덕에 맨시티도 공세의 고삐를 잡아둘 수 있었다.

호지슨 감독은 후반 25분께부터 자하를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시키면서 워커의 마크를 벗어날 수 있도록 배치했다. 후반 33분 자하가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는 경기에서 가장 위협적이었던 안드로스 타운젠드의 슛으로 연결됐다. 타운젠드의 임팩트가 부정확해 골대를 크게 넘어가면서 맨시티도 가슴을 쓸어내렸다. 

후반 추가 시간에 자하가 페널티킥까지 얻어낸 것도 워커가 없는 왼쪽 측면이었다. 다행히 에데르송 골키퍼가 루카 밀리보예비치의 페널티킥을 막으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워커가 평소보단 공격적으로 날카롭진 않았다. 하지만 뒷문을 든든히 지켰다. 연승 행진을 18경기에서 멈추게 됐지만, 무패 행진을 20경기까지 이어 갈 수 있었던 것은 팰리스의 키플레이어 자하를 묶은 워커의 공이 컸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