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베트남이 공격 속도가 빠르고 카운터 어택에 능하다. 전체적으로 압박을 많이 하고 순발력이 좋다.”

김봉길 한국 23세 이하 대표 팀 감독은 2018년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 D조 첫 경기 상대인 베트남을 꼼꼼하게 분석했다. 호주, 시리아, 베트남과 한 조에 속한 한국의 목표는 ‘최소 4강’. 이번 대회는 올림픽 예선전을 겸한 2016년 카타르 대회에 비해 결과가 미칠 영향이 크지 않지만,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전초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베트남은 호주, 시리아와 비교하면 D조에서 약체로 꼽힌다. 호주는 빼어난 신체 조건을 바탕으로 AFC 회원국 가운데 강호로 군림하고 있고, 시리아는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 참가한 대표 급 선수가 여럿 포함된 만만치 않은 전력이다. 베트남은 꼭 잡아야 하는 팀이지만 최근 축구 발전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얕볼 수 없는 전력을 갖췄다.

한국 대표 팀 코치이자, 경남 FC, 전남 드래곤즈, 상주 상무 등을 지휘한 노련한 지도자 박항서가 국가 대표 팀을 겸해 지휘봉을 잡아 효율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베트남 역시 U-23 대표 팀에 국가 대표에 속하는 선수가 많다. 베트남축구협회가 유소년 시절부터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키운 세대다. 정해성 감독이 부임한 베트남 클럽 호앙 안 지아 라이 유소년 팀이 아스널 아카데미와 협약을 맺고 아스널 방식으로 키운 선수가 많다. 주장 쯔엉이 대표적이다. 

김봉길 감독은 “박항서 감독이 메신저에 친구 요청을 해서 연결됐다. 하지만 따로 연락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서로 결과에 민감한 시기. 김 감독은 연락 대신 분석에 몰두했다. 베트남의 주요 선수와 경기 방식을 면밀히 살폈다. 
 
◆ 역습+압박 준비한 베트남, 협력 수비+유기적 공격 준비한 한국

U-23 대표 팀 주장을 맡은 수비수 황현수는 “시리아, 호주보다 베트남 경기 위주로 준비했다”고 했다. 베트남과 첫 경기를 잘 치러야 심리적으로나 16강 진출을 위한 승점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수 있다. 호주와 시리아는 두 팀간 맞대결 경기 이후 최신 경기로 분석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도 하다.

황현수는 “베트남 위주로 미팅을 많이 했고, 훈련 프로그램도 베트남 위주”라고 했다. 김 감독이 말한 대로 박항서 감독이 지휘하는 베트남의 색깔은 확실한 역습이다. 전방 압박과 전면 압박을 혼용해 한국 공격을 막고, 수비 뒤 공간을 공략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 태국전을 앞두고 기자회견장에서 박항서감독(왼쪽)과 주장 쯔엉이 기자들 질문을 듣고 있다. ⓒ디제이매니지먼트


그동안 베트남은 신체 조건 열세, 체력의 열세로 좋은 기술을 갖고도 아시아 무대에서 고전했다. 박 감독 체제에서는 신체 조건 열세를 상쇄하는 촘촘한 압박으로 그물 수비를 하고, 가진 기술을 한순간 폭발시켜 극대화하는 역습과 속공 패턴을 만들었다. 태국 U-23 대표 팀과 경기에서 10년 만에 승리하는 등 최근 상승세다. 

베트남 선수들은 한국 축구가 익숙하다. 지난해 여름 열린 대회 예선전에서 한국에 선제골을 넣고 1-2로 역전패했다. 예선전에 앞서 K리그 올스타와 경기에서 좋은 내용을 보였다. 이번 본선을 앞두고는 울산 현대와 평가전을 했다. 2-3으로 석패하며 선전했다.베트남 역시 어려운 조에서 한국과 첫 경기에 올인하는 자세다.

황현수는 베트남의 역습에 대해 “1대1 대인 마크보다 옆에서 도와주는 커버 플레이를 집중 연습했다”며 상대의 조직 플레이를 한국도 조직으로 막겠다고 했다. 1대1에서 앞서도 팀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으면 질 수 있는 게 축구다. 공격적으로는 스트라이커 요원으로 분류되어 온 조영웅과 김건희를 측면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해 공격 패턴에 유연성을 갖도록 준비했다. 

2014년 AFC U-19 챔피언십에서 조별 리그 탈락 경험을 갖고 있는 김건희는 당시 베트남을 상대해 봤다며 강하고 거친 경기를 해서 기선을 제압해야 한다고 했다. “베트남은 내가 해 본 경험으로는, 선수들이 공도 잘 차고 수준이 높다. 하지만, 한국이 강한 체력과 압박으로 강하게 하면 주눅 드는 면이 있다. 그렇게 첫 경기를 잘하면 다음 경기도 좋게 잘될 것 같다.”

한국과 베트남의 D조 1차전은 11일 밤 8시 30분 킥오프한다. 아시아 축구의 평준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위한 여정이 시작됐다. 동남아시아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인만큼 베트남과 경기는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작지 않다. 한국인 지도자간 대결인 점도 흥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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