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취재 정형근, 영상 배정호 기자] 강원 FC의 변화는 2016년 3월 조태룡 대표이사의 부임에서 시작됐다. 조태룡 대표는 ‘경영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구단이 직면한 문제의 근원이 무엇인지 파악하기 위해 각종 내부자료를 샅샅이 검토했다. 그 과정에서 증빙이 명확하지 않은 지출내역이 발견됐다. 절차를 무시한 외국인 선수 영입과 신인 선수 선발 등 구단 운영의 불투명한 점들이 하나둘씩 드러났다. 이러한 점들이 불합리한 관행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한 조 대표는 해당 사실을 직원들에게 공개하며 '투명한 경영'을 선언했다.

구단의 경영이 안정되자 선수단의 경기력은 탄력을 받았다. 2016시즌 챌린지 준플레이오프에 오른 강원은 승강 플레이오프를 거쳐 승격했다. ‘ACL 진출’을 목표로 삼은 강원은 스쿼드 개편에 돌입했다. 이근호의 깜짝 영입을 시작으로 정조국, 문창진, 이범용, 황진성, 김승용, 김경중, 박선주 등 팀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선수들을 품에 안았다. 기존 선수는 7명만 남았고 새로 영입한 선수만 14명으로 ‘새 판’을 짰다. 강원FC는 돌풍을 일으키며 시즌 중반 2위까지 올랐다. 그러나 클래식은 만만치 않았다. 강원은 구단 역사상 최초로 상위 스플릿에 진출했지만 6위로 시즌을 마감하며 ACL 티켓을 획득하지 못했다. 

스포티비뉴스는 지난 9일 서울 용산 이촌동에서 조 대표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조 대표는 강원FC의 2017시즌을 돌아봤다. 정조국의 이적료 지급 지연 논란과 재정에 대한 우려 등 민감한 질문에도 주저 없이 답했다. 이적 시장에서 장현수와 김영권의 영입에 근접했지만 무산된 사연, 송경섭 감독 선임 과정과 축구계의 발전을 위한 의견도 밝혔다.  
▲ 강원FC 조태룡 대표.

다음은 조태룡 대표와 일문일답. 

-지난 시즌 강원의 행보를 많은 사람들이 주목했다. ACL 진출은 못 했지만 상위 스플릿에 들었다. 시즌을 돌아본다면

“매우 신나는 한 시즌이었다. 구단을 운영할 때 성적보다 더 중요한 건 재무적인 측면이다. 성적을 구현하는 건 감독이지만 경영을 총괄하는 사장은 재무적인 측면에 문제가 없도록 운영해야 한다. 재무적으로 급여를 연체하지 않고 지급한 사실이 자랑스럽다.” 

“K리그 역사에서 승격 첫해에 ACL을 나간 팀은 없다. 목표를 ACL로 설정한 것은 보다 높은 목표를 삼으면서 첫해에 강등당하지 않기 위해서이다. 일각에서는 ACL 못 갔으니 실패가 아니냐고 한다. 하지만 그건 기적과 같은 일이다. 상위 스플릿만으로도 만족한다. 이번 시즌에는 ACL에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수준급 선수 영입으로 강원FC의 재무적인 측면에 대한 일부의 우려가 있었다. 팀 운영 과정에서 문제가 없었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70억대 예산이 200억대가 되는 건 있을 수 없고, 허풍일 뿐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내 마음과 생각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아무 연체 없이 지난 시즌을 보냈다. 재무적인 경영자로서 구단을 잡음 없이 운영할 때까지는 피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다. 말로하자면 책 1권도 넘을 것이다. 그런데 잘했다고 칭찬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면서 지난해 망하지 않았으니 내년에 망할 것이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어떻게 설명하겠나. 항상 말보다는 실천으로 보여주려고 한다.”

-강원FC 대표로 부임한 이후 구체적으로 예산이 어떻게 달라졌나

"내가 부임한 첫해에는 예산이 70억 정도였다. 지난 시즌은 190억, 올 시즌은 220억으로 예상하고 있다. 물론 첫해도 흑자, 지난해도 흑자였다. 올해도 흑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시즌 정조국의 이적료 지급이 늦춰진 이유는 무엇인가

"이적료를 한 달 늦게 지급했다. 광주FC에는 정말 죄송하다. 기영옥 단장님과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시도민 구단들은 예산 승인을 받은 후 돈이 들어오는 것과 나가는 게 시기적절하게 잘 맞지 않는다. 재무적으로 시즌 초반에 운영 자금을 받는 기업구단과 다르다. 그 점을 고려해서 이적료 부분은 가급적 일시불이 아니라 분할지급으로 했다." 

"그 당시에 들어와야 할 돈이 늦게 들어와서 이적료를 다음 달에 드리면 안 되겠냐고 허락받기 위해 기 단장님께 통화를 시도했다. 광주도 선수 영입에 돈을 써야 하는 상황인 걸 파악하여 바로 지급했다.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외부로 소식이 나갔다. 잘못을 인정한다. 자금 흐름상 우선순위를 신경 쓰지 못했다."

-K리그 겨울 이적 시장이 활발하다. 강원FC의 계획은

"지구 안의 K리그를 생각하고 있다. 선수 영입도 그 틀 안에서 2년, 3년 연속 일정 금액을 투자하려고 한다. 트리플 스쿼드를 갖춰 전북 현대와 싸워도 지지 않을 수 있는 선수 구성이 필요하다. 물론 당장 이번 시즌에 전북 현대를 따라잡기는 힘들다. 자금이 있다고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강원FC의 성적은 프로축구단을 운영하는 지자체장들의 인식 전환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투자해서 성적을 올리고 도시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면 다른 지자체장도 공격적으로 축구에 투자할 수 있다. 그러면 축구 시장이 커지고 선수들의 연봉과 고용이 창출된다. 세계 시장에서 K리그가 맞설 수 있는 상황이 된다."

-지난해와 다르게 ‘파격 영입’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작년과 올해를 비교하는 사람이 많다. 지금은 시장에 선수들이 없다. 작년에는 이근호나 문창진이 바이아웃(계약 기간이 남은 선수를 데려갈 때 지불해야하는 최소 이적료) 조건이 있었다. 유턴 선수도 많았다. 그런데 올해는 이상하게 바이아웃조건이 걸린 선수가 별로 없다. 유턴 선수도 중국에서 뛴 수비수들이 있는데 가격 차이가 너무 난다. 눈높이를 낮춰야 하는데 선수들이 낮추지 않는다. 12월에는 유망주 위주로 영입했고 1월에는 FA선수들을 발표하고 있다."

-이청용의 영입 추진과 이근호 이적설 등 이슈도 있었다

"이청용과 지동원, 김영권, 장현수 등을 접촉했다. 장현수 같은 경우는 불과 몇십 시간 전에도 최종 승낙을 받고 세부 조건을 조율하고 있었다. 바이아웃조건이 있었지만 FC도쿄에서 끝까지 놓아주지 않았다. 김영권 선수도 본인이 오고 싶어 했으나 해당 소속 구단이 절대 놔주지 않는 상황이라 어려움이 있었다. 홍정호는 전북과 협의를 하는 것 같은데 우리는 임대 생각이 없다. 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화폐는 들고 있다. 지속적으로 영입할 생각이다."

-송경섭 감독, 김병수 전력강화부장 체제로 시즌을 맞이한다

"FC바르셀로나의 감독이 바뀐다고 바르셀로나 축구가 바뀌진 않는다. K리그 구단들을 두 시즌 동안 지켜보니 감독이 바뀌면 모든 게 바뀌었다. 다시 말하면 구단의 정체성이 한국에는 없는 것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래서 작년부터 강원FC의 색깔을 입히려는 작업을 했다. 강원FC가 어떤 축구를 할지, 축구 철학을 만들고자 했다. 올 시즌 강원FC는 EPL에 가까운 축구를 하려고 노력할 예정이다. 물론 완벽하게 가까울 수는 없고 수준도 아주 높다. 하지만 노력하는 모습을 봐주셨으면 한다."

"강원FC 축구를 구현할 수 있는 감독 후보자들 몇 사람을 긴 시간 면담을 했다. 그 결과 내가 생각하기엔 우리 구단 철학에 부응하기가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을 했다. 차제에 한국에서 강원FC의 철학을 구현하면서 세계적인 지도자를 양성하겠다는 마음을 가졌다. 나와 많은 대화를 통해서 축구에 대한 공감대를 가진, 실력보다 평가를 못 받은 송경섭 감독을 선임했다. 일각에서는 송경섭 감독이 내려오면 김병수 강화부장이 감독이 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있다. 그건 아니다. 나는 항상 문제점을 해결해가는 해결사를 즐겨하는 입장이다. 위기에 놓이면 어떤 문제가 있는지 힘을 합쳐서 논의해 극복할 생각이다."

-도시민 구단과 기업 구단의 운영 방식에 어떤 차이가 있나

"내가 자부심을 갖는 건 올 시즌 대부분의 도시민 구단들이 예산을 100억 정도 잡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 K리그가 크게는 기업구단과 도시민 구단으로 나눠져 있다. 그동안 도시민 구단은 기업구단의 승률을 올려주는 들러리 같은 존재였다. 인식의 전환이 강원FC를 통해 이뤄졌다는 게 강원FC대표로서 자부심을 느낀다."

-2018시즌에는 ACL에 갈 수 있다고 보는가

"우리 구단은 3위 안에 든다. 현재 우리 스쿼드가 무조건 3등 이상의 성적을 올린다고 본다. 영입을 보면 알지 않나. 수비 강화부터 미드필드 링크 역할. 최종 공격, 골게터까지 스쿼드가 갖춰졌다. 작년에 안타까운 건 최전방에선 정조국, 최후방에선 발렌티노스가 제대로 못 뛰었다. 그런데 상위 스플릿 간 것이라면 그 정도로도 너무 잘했다."

-경기장을 춘천으로 옮긴다

"3번째 시즌인데 첫 번째 강릉, 두 번째 평창 스키점프대, 세 번째 춘천이다. 덕분에 프런트 직원들의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 마케팅도 벌써 강릉, 평창에서 162군데에 이어서 춘천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31군데가 됐다.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평창은 에피소드가 많다. 국가대표 스키점프 선수들 훈련 일정 때문에 눈을 너무 늦게 치웠다. 평창에서는 대도시처럼 일용직 근로자나 아르바이트를 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경기를 하기 위해 직원들이 직접 얼음을 깰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 당시 고생했던 인턴분들이 입사를 하면 좋은데 정규직 채용에서 탈락자가 생겼다. 같이 고생했는데 입사를 못 하게 된 분들에게 정말 이 자리를 빌어서 사과하고 싶다. 인생에서 첫 출발인데 그분들께 사과하고 싶다." 

"일각에서는 우리 구단의 인턴을 지원하지 말자는 얘기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우리 구단 프런트 직원들이 나에게 인턴 채용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조언을 했다. 하지만 나는 고용창출을 위해 계속 모집할 생각이다. 덕분에 내가 부임 당시 직원이 10명이었는데 지금은 30명이 넘는다. 인턴을 포함하면 거의 40명이 되는 것 같다. 나는 계속 정규직을 늘려갈 예정이다. 그리고 축구단의 고용을 창출할 생각이다." 

-강원FC 대표 임기가 내년 3월까지다. 개인적인 계획이 있는가 

"계획을 길게 세우지는 않는 편이다. 인터뷰를 보는 사람 가운데는 후배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본다. 그래서 말하고 싶은 건 행복은 미래가 아니라 현재라는 점이다. 나는 항상 현재에 충실하고 즐기면 더 좋은 일이 많을 거라고 본다. 미래에 어떻게 하겠다고 말하면 중압감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에 집중하고 문제 인식을 하고, 문제점을 수정하려고 과감하게 노력하다 보면 그림이 그려지고 방향 설정을 할 수 있게 된다."

-하고 싶은 말

"지구의 역사는 수십 억 년 됐다. 반면 인간의 인생은 100년밖에 안 된다. 남아 있는 몇 년 동안만 생각하지 말고, 지구의 역사 안에서 축구의 발전을 생각하면 좋겠다. 다들 짧게는 정년까지, 남아 있는 인생만을 놓고 축구를 생각하니 발전하기 어렵게 된다. 길게 보고 함께 축구 발전을 생각하면 EPL, 라리가 리그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부터 집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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