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잔vs더 브라위너.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20년간 회자될 경기다." 위르겐 클롭 감독이 경기에서 승리한 뒤 내린 평가다. 아직 15라운드가 더 남았지만 이번 시즌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경기로 미리 꼽아도 손색이 없었다. 수준 높은 경기를 만든 요소들은 무엇이었을까.

리버풀과 맨체스터시티는 15일(한국 시간)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7-18시즌 프리미어리그 23라운드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안방에서 강한 리버풀이 '무패 행진' 중이던 맨시티를 4-3으로 꺾고 승리를 신고했다.


◆ 소극적이지 않았다…주도권 잡기 위한 '전방 압박'

주도권을 강조하는 두 팀이 만났다. 당연히 소극적인 경기는 없었다. 두 팀 모두 최전방 공격수까지 모두 수비에 참가하면서 최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위르겐 클롭 감독은 자신의 팀이 펼친 전방 압박을 두고 "다른 행성에서 온 압박"이라고 설명했다.

세세하게 보면 두 팀의 전방 압박엔 약간의 차이가 있다. 목표가 다르다. 리버풀의 전방 압박은 공격 전개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 반면 맨시티는 계속 공격을 펼치기 위한 '역습 차단'의 수단으로 전방 압박을 한다.

"우리는 맨시티가 후방부터 경기 푸는 것을 좋아하고, 또 잘한다고 알고 있었다."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리버풀 미드필더)

이번 경기에선 리버풀의 전방 압박이 먹혔다. 아기자기한 공격 전개가 장점인 맨시티의 공격을 최후방 빌드업 단계부터 압박해 패스 성공률을 낮췄다. 그리고 공을 끊어낸 뒤엔 직선적인 공격을 펼쳐 빠르게 반격을 가했다. 이른 시간 골도 터뜨렸다. 전반 9분 알렉스 옥슬레이드 체임벌린이 중원에서 호베르투 피르미누가 볼 다툼에 승리한 뒤 넘겨준 패스를 받아 중앙으로 직접 돌파한 뒤 땅볼 슛으로 선제골을 기록했다.

맨시티는 경기 흐름을 잃었으나 '개인 기량'에 기대 균형을 맞췄다. 전반 40분 르로이 사네가 왼쪽 측면에서 조 고메스와 조엘 마팁을 연달아 뚫은 뒤 가까운 포스트로 강력한 슛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 스톤스(왼쪽)를 제압하고 득점에 성공한 피르미누.

◆ '심리적 압박'까지 전방 압박의 힘…리버풀의 몰아치기

후반전은 1-1로 맞선 채 팽팽하게 진행됐다. 후반 14분이 결정적인 승부처였다. 리버풀은 역습으로 전환해 직선적인 공격을 전개했다. 체임벌린의 스루패스에 맞춰 피르미누가 침투하면서 존 스톤스를 몸싸움에서 제압했다. 피르미누는 대시하는 에데르송 골키퍼를 칩킥으로 넘겨 득점을 터뜨렸다.

"1-1에서 경기는 우리가 통제했다. 하지만 마무리가 좋지 않았고, 갑자기 1-4까지 됐다. 골을 허용했을 때 평정심을 유지해야 하는데, 우리는 충분히 단단하지 못했다." -주제프 과르디올라(맨체스터시티 감독)

기세가 오른 리버풀은 맨시티의 수비진을 압박했다. 맨시티 수비진들은 허둥거리기 시작했다. 전방 압박의 장점은 수비진을 심리적으로도 압박할 수 있다는 것. 리버풀은 맨시티를 옥죄기 시작했다.

주도권 측면에서도 중요한 득점이었다. 두 팀은 모두 수비 라인을 높이 끌어올리는 팀이다. 수비 뒤 공간이 약점이고 그래서 전방 압박을 펼친다. 리드를 빼앗긴 맨시티는 필연적으로 수비 라인을 높게 잡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리버풀의 스리톱은 맨시티의 수비 뒤 공간을 적절히 공략했다.

리버풀은 피르미누의 득점 뒤 9분 동안 2골을 더 터뜨렸다. 엄청난 기세로 맨시티를 압박했다. 후반 15분 니콜라스 오타멘디가 공을 미숙하게 처리하면서 마네가 찬스를 잡았다. 마네의 강력한 슛은 골대를 때렸다. 1분 뒤에 또 다시 오타멘디가 살라에게 공을 빼앗겼다. 마네가 다시 찬스를 잡았고 이번엔 추가 골을 뽑았다. 맨시티의 실수는 계속됐다. 후반 23분 중원에서 볼 다툼 끝에 리버풀이 소유권을 되찾아 역습을 펼쳤다. 에데르송 골키퍼가 공을 걷어내겠다고 나왔다가 킥 실수를 저질렀다. 공을 차단한 살라가 빈 골문으로 공을 차 넣어 득점에 성공했다.

▲ 명장들의 경기엔 특별한 것이 있었다.

◆ 무너지지 않고 정신 차린 맨시티, 끝까지 맨시티의 축구를 했다

"모든 경기에서 우리의 철학을 보여준다. 우리는 언제나 득점하기 위해 노력한다." 르로이 사네(맨체스터시티 미드필더)

3골 차이까지 벌어졌다. '선두' 맨시티의 패배는 확정적인 것처럼 보였다. 더구나 맨시티가 추격하려면 수비 라인을 끌어올려야 했고, 당연히 리버풀의 역습에 무너질 가능성은 커진다.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맨시티는 포기하지 않았다. 언제나처럼 득점을 노렸고, 패스를 중심으로 찬스를 만들었다. 단순하게 롱패스를 시도하거나 요행을 바라고 중거리슛을 남발하지 않았다.

후반 39분 베르나르두 실바의 골은 일카이 귄도안이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2대1 패스로 리버풀의 수비를 깨뜨리면서 시작됐다. 귄도안의 슛이 굴절됐지만 반대편에서 기다리던 실바는 깔끔하게 득점으로 연결했다. 후반 추가 시간 터진 귄도안의 득점도 아구에로의 크로스가 정확히 연결됐고, 귄도안은 수비진 사이에서 침착하게 공을 컨트롤해 득점으로 연결했다. 위기의 순간에도 맨시티는 짜임새 있는 공격을 펼쳤다.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피치 위의 맨시티 선수들이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클롭 감독은 "20년 동안 회자될 역사적인 경기다. 왜냐하면 맨시티가 올해 다른 패배를 거둘 것 같지 않기 때문"이라며 칭찬했다. 리버풀이 멋진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그에 걸맞는 상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포기하지 않고 정면에서 맞서 싸운 맨시티 역시 아름다운 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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