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에서 1년을 보내고 프로로 진출한 조영욱.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한국프로축구연맹과 K리그가 뿌리부터 강해지기 위한 제도적 개선을 이어 가고 있다. 10대의 나이에 프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유망주들이 등장할 수 있을까.

한국프로축구연맹은 15일 2018년도 제1차 이사회를 열어 각종 안건을 심의, 의결했다. 이 가운데 눈에 띈 부분은 '프로 계약 가능 연령 하향 조정'이었다. 프로 계약이 가능한 연령을 현행 만 18세 이상에서 만 17세 이상으로 하향 조정하기로 했다. 또한 K리그 구단 산하 유소년 선수들에 한하여 연맹 주관 유소년 대회와 프로 경기 출전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적 여건도 마련키로 했다.

◆ K리그 구단, 무분별한 해외 진출 막아 환영

현재 K리그에서 프로 계약을 맺을 수 있는 조건은 고교 졸업 예정자이거나 18세 이상으로 중,고교에 재학하고 있지 않은 자다. 일반적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프로 계약을 맺는 것이다.

프로 계약 연령은 이미 여러 차례 문제가 됐다. K리그 팀들은 산하 유스 팀 소속의 고등학생 선수들이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해외 진출을 하더라도 법적인 문제는 없었다. 프로 계약을 맺을 수 없었기 때문. 구단 측은 공들여 키운 선수가 해외로 떠나면서 손해를 봤고, 선수들도 실패할 경우 위험 부담을 떠안아야 했다. K리그엔 '구단 동의 없이 해외 진출 시 K리그에서 5년간 뛸 수 없다'는 규정이 있다. 

K리그 구단들은 선수들의 소유권을 강화할 수 있어 반기고 있다. 한 K리그 클래식 구단 관계자는 "사실 K리그 팀이 유소년 육성은 하지만, 프로에 진출할 선수들은 많지 않다. 제도적으로 완비되지 않다보니 해외로 나가는 경우가 많다. 해외로 떠난 선수들 중 다수는 실패한다. 선수도, 구단도 서로가 잃는 것이 크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클래식 구단 관계자 역시 "선수에 대한 구단 소유권을 강화할 수 있어 좋다. 구단은 특별한 선수를 발굴하고 기르기 위해 팀을 만들고 운영한다"면서 환영 의사를 밝혔다.

▲ 최근 바이에른뮌헨에 진출한 정우영은 인천에 이적료를 안기고 독일로 떠났다. ⓒ한희재 기자

◆ 조기 프로 진출 길 열렸다…고교생 프로 선수도 나올 수 있다

구단만 웃는 규정은 아니다. 유망주들이 조금 더 빠른 시점에 프로 무대를 경험할 수 있다. 연맹이 설명한 이번 결정의 궁극적인 목표는 구단의 선수 소유권 강화를 위한 것이 아니다. 어린 선수들이 K리그에서 이른 시점부터 프로 경험을 쌓아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연맹 관계자는 "인정 받는 유스 선수들도 K리그 무대를 경험하고 오면 눈빛이 달라진다"면서 프로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프로에서 통할 가능성을 보인 선수들도 K리그에서 뛸 수가 없었다. 구단이 그리고 선수가 바라도 이뤄질 수 없었다. 제대로 된 제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연맹 관계자는 "이번 유소년 관련 규정 개정은 크게 두 가지로 봐야 한다. 프로 계약 연령을 낮추는 것이 하나이고, 하나는 고교 선수들과 준프로 계약을 맺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프로 계약 연령을 낮추면서 고교생 선수들이 프로 선수로 등록될 길이 열렸다. 고교 2학년, 늦어도 고교 3학년 때엔 프로 무대 출전이 가능하다. '준프로 계약'으로 유소년 대회와 프로 경기 출전을 병행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려고 한다.

K리그는 국내 축구 선수들에겐 꿈의 무대다. 해외 진출을 노린다고 해도 K리그에서 보장된 선수들이 성공을 거둘 확률이 높다. 문제는 K리그 11명 선발 명단에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20대 초반 주전으로 도약하는 경우는 K리그 클래식 전체를 따져도 많지 않다. 아직 성장기의 선수들이 비슷한 연령대에서 활약하는 것과, 신체가 여물고 경험이 쌓인 베테랑들과 경기를 치르는 것은 천지차이다. 

K리그 구단에서도 반기는 결정이다. K리그 클래식 한 구단 관계자는 "실력만 갖추면 프로 무대에서 경험을 쌓을 수 있다. 본인 가치가 올라가지 않나. 에버턴의 웨인 루니도 10대부터 프리미어리그를 누볐다. 한국에서도 그런 선수가 나올 수 있을 것이고,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군경 팀 22세 이하(U-22) 선수 의무출전제도'도 비슷한 맥락

2020년부터 적용될 '군경팀 22세 이하(U-22) 선수 의무출전제도'도 비슷한 맥락이다. 현실적으로 성적이 최우선 과제인 구단들에서 출전이 쉽지 않다. 연맹 관계자는 제도 도입 취지를 "어린 선수들의 잠재력을 키우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구단에 어린 선수들이 많이 있지만 사실상 출전 기회를 잡기는 쉽지 않은 일. 모든 팀들이 2017시즌에도 23세 이하 선수들을 상당수 보유하고 있었지만, 23세 이하 선수들의 출전 비율은 절대 크지 않았다. 군경 팀에서 어린 선수들이 국방의 의무를 다하면서도 출전 기회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는 것이다.

아산 무궁화 관계자는 "군경 팀의 존재 목적이 한국 축구의 발전 아닌가. 군경 팀에서 출전 기회를 얻고, 개인의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면서 22세 이하 의무출전규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어 "열심히, 간절히 뛰는 선수들이 성적도 좋을 것이다. 개인적 가치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병역 문제를 해결한 선수들이 해외 진출에도 유리한 점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어린 선수들의 더 많은 출전 기회는 한국 축구 발전을 위한 길이다. 목표를 확실히 알아야 갈 수 있다. 선수로서 경험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한국 축구의 차원에서 봐도 장기적으로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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