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살 차이'지만 친형제같은 로페즈(왼쪽)와 조성환.
2018시즌을 맞이하는 스포티비뉴스는 성실한 발걸음으로 현장의 소리를 전하고자 합니다. 'K리그' 12개 구단의 국내외 프리시즌 훈련을 현장에서 취재해 밀도있는 기사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겠습니다. <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유현태 기자] "로페즈! 로페즈! 스트롱! 카메라 있잖아. 스트롱!" 전북 현대의 웃음이 넘치는 24일 오후 훈련 풍경이다.

올 초부터 담금질에 들어간 전북은 23일 콘사도레 삿포로와 첫 연습 경기를 치르며 실전 감각 조율에 나섰다. 긴 휴식기를 거친 뒤 치른 경기라 24일 훈련은 단촐했다. 각자 수준에 맞게 회복 훈련을 진행했고, 오후에도 사실상 휴식을 부여했다.

24일 오후엔 몸 상태가 완벽하지 않은 선수들만 '자율적으로' 오후 3시 웨이트 트레이닝 훈련장에 모였다. 등장한 선수는 조성환, 신형민, 이용, 이재성, 로페즈 그리고 티아고까지 모두 6명. 

덤벨과 바벨을 비롯한 운동기구가 가득찬 훈련장에서 가장 큰 목소리를 낸 것은 베테랑 조성환이었다. 그는 강도 높은 근력 운동에 "쯔아, 쯔아" 의미를 알 수 없는 괴성을 질러가면서도 성실하게 동작을 취했다. 조성환은 "기합을 넣는 의미도 있고, 훈련 분위기를 밝게 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옆을 지킨 것은 '악동' 로페즈다. 두 선수는 동갑내기 친구인 듯 훈련 내내 장난을 쳤다. 로페즈와 조성환은 운동 사이 쉬는 시간마다 가위바위보로 '뺨때리기' 내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형님'을 가차없이 때리는 로페즈와 맞고도 기분 좋게 웃어넘기는 조성환 덕분에 훈련장엔 활기가 돌았다.

▲ "티아고 ET, 하늘에서 왔잖아." 조성환(왼쪽)과 로페즈의 즐거운 한때.

마무리 운동으로 피치를 달리던 두 선수는 뒤에 따로 떨어져 달리면서도 장난을 멈추지 않았다. 한국어와 포르투갈어. 두 선수가 구사하는 언어는 다르지만 의사소통엔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이 즐거웠던 이유는 바로 티아고. 조성환이 티아고가 영화 주인공 'ET(이티)'를 닮지 않았냐면서 손짓발짓을 하면서 로페즈에게 설명했다. 두 선수 사이에 텔레파시가 통했다. 아무 것도 모른 채 경기장을 성실히 도는 티아고를 두고 두 선수는 웃다가 배꼽을 잡고 쓰러졌다.

달리기를 마친 뒤 두 선수는 피치에 누워 복근 단련을 했다. 로페즈가 꾀를 부리자 조성환이 "로페즈! 로페즈! 스트롱! 카메라 있잖아. 스트롱!"이라면서 재촉했다. 전지훈련을 취재하는 카메라 앞에서 전북 선수가 약한 모습을 보일 순 없다는 이야기다. 끝까지 티격태격 두 선수는 훈련을 마쳤다.

로페즈는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선후배 관계없이 편하게 받아준다. 내가 괴롭힐 때도 있고, 괴롭힘 당할 때도 있다. 하지만 팀에서 가장 편한 동료"라고 말했다.

훈련을 마치고 로페즈와 한참 즐거운 시간을 보낸 조성환에게 이유를 물었다. 그는 "외국인 선수들은 타지생활을 하지 않나. 조금 더 편할 수 있게 도와주고 있다"면서 허물없는 사이가 된 '깊은 속내'를 밝혔다. 데뷔 17년차, 265경기에 출전한 베테랑 선수의 진면목은 경기장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경기장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으니 전북의 전지훈련은 활기차고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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