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 LG 투수 차우찬은 조기 스프링캠프를 떠나며 자신의 패스트볼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캠프 목표를 묻자 "직구에 힘이 이전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대 타자들도 그런 얘길 종종했다. 그래서 변화구 구사율이 늘어났던 것 같기도 하다. 직구 구위를 되찾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차우찬의 패스트볼은 정말 삼성 시절만 못했을까. 데이터는 차우찬의 생각과 조금 다른 말을 했다.

차우찬이 패스트볼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은 잃은 것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차우찬은 삼성 소속이던 2016년 시즌 50.45%의 패스트볼을 던졌다. 하지만 LG 이적 후 43.21%로 비율이 줄어들었다. 그만큼 힘으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약해졌다는 걸 뜻한다.

대신 변화구 비율이 높아졌다. 슬라이더는 10.68%에서 19.98%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커브도 많이 던지며 변화를 꾀했다.

하지만 타구-투구 추적 시스템인 트랙맨 데이터로 봤을 때 차우찬의 패스트볼은 위력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가 좀 더 자신감을 가져도 좋은 대목이다.

우선 움직임이 좋아졌다. 일단 회전 수가 많아졌다. 2017년 시즌 2281rpm에서 지난 시즌엔 2312rpm으로 회전 수가 좋아졌다. 공을 놓는 거리가 짧아졌지만 회전을 더 주는 새로운 시도가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직구에서 가장 중요한 상하 무브먼트도 46.91cm에서 50.99cm로 4cm 가량 높아졌다. 투수와 포수 사이의 가상의 직선을 산정했을 때 2016년 시즌보다 덜 떨어졌다(더 솟아오르는 듯 느껴지는)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삼성 시절의 궤적을 예상하고 스윙을 하면 빗맞는 공이 나오거나 스윙이 될 확률이 높았다는 걸 뜻한다.

실제로 차우찬의 패스트볼은 헛스윙 비율이 지난해 46.1%였지만 올 시즌엔 50.1%로 높아졌다.

좌우 무브먼트도 -11.93cm에서 -15.72cm로 움직임이 커졌다. 우타자 기준으로는 바깥쪽으로 더 달아났고 좌타자로서는 몸쪽으로 더 파고들었다는 걸 뜻한다.

움직임이 큰 패스트볼은 어지간한 변화구의 위력을 넘어서는 힘을 갖고 있다. 상대의 배트에 맞더라도 중심을 벗어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패스트볼로 과감한 승부를 걸어 들어가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는 이유가 된다.

공이 잘 안 간다는 느낌이 들 수는 있었다. 구속 때문이다. 2016년 시즌 평균 145.30km이던 구속은 2km정도 떨어져 143.52km를 기록했다. 투수로서는 볼 끝의 변화보다는 당장의 스피드건이 더 빨리 피부에 와 닿을 수 있다. 그러나 차우찬의 패스트볼 구위는 분명 삼성 시절보다 좋아졌다.

패스트볼에 대한 자신감이 다소 떨어진 것은 차우찬의 효과적인 투구에는 오히려 좋은 영향을 끼쳤던 것으로 보인다. 삼진 그래픽을 살펴보면 답이 나온다.

일단 우타자를 상대로는 변화구 구사 비율이 크게 높았다. 비율도 높고 구종도 다양화했다.

안쪽으로는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바깥쪽으로는 체인지업을 주로 썼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잘 쓰지 않던 스플리터(포크볼)의 삼진 비율이 적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타자의 바깥쪽을 공략할 때 체인지업을 많이 생각하는 타자들을 상대로 낯선 구종인 스플리터를 던져 각 짧게 떨어트리며 헛스윙을 유도해 냈다는 걸 알 수 있다.

커브가 많았던 것도 특징이다. 좌투수는 우타자를 상대로 커브를 결정구로 잘 쓰지 않는다. 타이밍이 걸리면 제대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우찬에게는 위력적인 패스트볼이 있다. 각이 크고 느린 커브와 궁합을 잘 맞출 수 있는 구종이 있는 셈. 때문에 패스트볼과 커브의 컴비네이션이 효과적으로 먹혔다. 차우찬이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직구 구위를 만회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노력이 적잖은 성과로 돌아왔다는 걸 알 수 있다.

좌타자를 상대로는 구종을 최소화했다.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위주로만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구종의 다양화 대신 코스의 다양화를 택했다. 좌타자 몸쪽에서 몸쪽으로 변하는 백 도어 슬라이더의 비중이 높았다.

앞서 설명한 대로 차우찬의 패스트볼은 좌타자 몸쪽으로 많은 변화를 보였다. 때문에 너무 가깝게 붙이면 몸에 맞는 볼이 나올 위험성도 안고 있다.

때문에 패스트볼은 좀처럼 좌타자 몸쪽에 붙이지 않았다. 좌타자 상대 헛스윙 삼진 그래픽에서 맨 왼쪽에 있는 세 칸에는 패스트볼이 거의 찍히지 않은 것이 그 증거다.

대신 커브와 슬라이더로 몸쪽을 공략했다. 몸쪽에서 몸쪽으로 변해 들어오니 타자의 허리를 뒤로 뺄 수 있었고 그 사이 공이 스트라이크 존으로 떨어지며 헛스윙을 유도해 낸 것이었다. 그만큼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영리한 투구를 보여줬다는 걸 뜻한다.

여기에 차우찬이 패스트볼 구속까지 회복할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가 될 것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