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종훈.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겨울은 투수들에겐 비수기다. 날씨가 추우면 부상 위험 탓에 공을 던질 수 없다. 비 시즌 기간 따뜻한 곳을 찾아 공을 던질 수는 있지만 정규 시즌의 피로도를 고려하면 투구 훈련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150이닝 이상 던진 선발투수가 겨울에 공을 만지는 일은 매우 드물다. 가벼운 캐치볼로 감을 익힐 수도 있지만 정규 폼으로 투구 훈련을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SK 박종훈은 달랐다. 그는 개인 훈련 기간 손에서 공을 놓지 않았다. 포수를 앉혀 놓은 정규 투구는 아니었지만 네트 스로(네트를 향해 공을 던지는 것)는 정규 투구 폼과 같은 세기로 던졌다.

실내에서 한 훈련이긴 했지만 겨울에 공을 만지는 것은 특별한 훈련 일정이었다. 게다가 박종훈은 지난해 151.1이닝이나 던진 선발투수다.

목표가 뚜렷했기에 무리가 되는 줄 알면서도 공을 던졌다. 그가 목표로한 것은 투구 시간 줄이기였다.

박종훈은 KBO 리그를 대표하는 언더핸드스로 투수다. 정통파 투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투구 폼이 크다.

투구 폼이 큰 투수들은 빠른 주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 출루만 하면 언제든 뛸 수 있다는 주자의 자신감은 투구판 위에 서 있는 투수에게 크나큰 부담이 된다.

지난해 박종훈은 25개의 도루를 허용했다. 도루를 잡아낸 것은 7차례에 불과했다. 그나마 후반기에 미리 투구 폼을 준비하는 변화를 이뤄 선방하며 줄인 것이 그랬다.

특히 초구부터 도루를 내주는 경우가 많았다. 볼카운트 0-0에서 9개의 도루를 내준 반면 잡아낸 것은 1번에 불과했다. 타자와 제대로 승부를 하기 전부터 김이 새 버린 경우가 많았다는 것을 뜻한다.

박종훈은 겨울 동안 이 단점을 보완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시즌 후반기에 줄인 투구 폼을 보다 간결하게 만드는 것이 그의 과제였다. 그 숙제를 풀기 위해 시기에 상관없이 공을 뿌렸던 것이다.

지난해 박종훈의 퀵 모션 시간은 1.35초에서 1.37초대를 형성했다. 투수가 포수의 부담을 줄여주며 도루를 방지하기 위해선 1.30초 안쪽으로 공을 던져야 한다. 박종훈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1.25초까지 투구 폼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0.12초와 스스로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박종훈은 "내가 마운드에 있으면 쉽게 뛸 수 있다는 마음을 갖지 않도록 만들고 싶다. 도루가 늘 실점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도루를 너무 쉽게 허용하면 경기 흐름을 뺏기는 경우가 많다. 지난 해 후반기에 많이 좋아졌는데 아직 몸에 익지 않았다. 맘껏 공을 던지며 계속 시간을 줄이고 있다. 올 시즌엔 분명 달라진 투구 폼을 보여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하면 좋을지 감이 조금 왔기 때문에 계속 던지는 것이 필요했다. 겨울엔 공을 안 던지는 것이 좋다는 건 알고 있지만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내 것으로 만들고 싶었다. 거리를 조금씩 늘려 갔기 때문에 큰 무리는 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수가 좋은 공을 던지기 위해선 타자와 승부에 집중해야 한다. 집중에 방해가 되는 요소들은 최대한 제거해 두는 것이 좋다. 박종훈은 주자와 승부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겨울 동안에도 공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그의 특별했던 선택이 0.12초와 승부를 이겨 내는 힘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