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헌 ⓒ한준 기자


2018시즌을 맞이하는 스포티비뉴스는 성실한 발걸음으로 현장의 소리를 전하고자 합니다. K리그 12개 구단의 국내외 프리시즌 훈련을 현장에서 취재해 밀도있는 기사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겠습니다. <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알가르브(포르투갈), 한준 기자] “올해는 꼭 기회를 줄 것이다. 초반에 올 것이다. 그 기회를 잘 잡아라.” (김도훈 울산현대 감독)

지난 몇 년 사이 울산현대는 신인 선수 선발과 유소년 선수 육성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2015년에 김승준, 이영재가 신인으로 입단해 1군 팀에 빠르게 자리 잡았고, 2016년에는 김건웅, 2017년에는 한승규가 약관의 나이로 프로 템포에 녹아 들었다. 

울산 유스팀인 현대고 박기욱 감독은 2017년 대한축구협회 시상식에서 올해의 지도자상을 받았다. 울산이 전국고교축구대회와 K리그 주니어 전후기, 전국제전, 후반기 왕중왕전까지 5관왕을 차지한 공로를 인정 받았다.

2017년에 입단한 이상헌은 2017년 FIFA U-20 월드컵에 참가했으나 데뷔 기회를 얻지 못했다. 김건웅도 2016녀의 기세를 2017년에 이을 만한 기회가 오지 않았다. 2018년에도 울산은 지난해 고교 축구 5관왕을 이끈 공격수 오세훈, U-20 대표팀의 주장 출신이자 U-23 대표팀의 주전 수비수 이상민 등이 입단했으나 출전 기회를 잡기가 녹록하지 않다. 

2018시즌 울산의 키워드는 폭풍영입. 이종호, 토요다, 주니오, 황일수, 조영철, 오르샤, 김인성, 김승준 등 공격 라인이 탄탄하고, 수비 라인도 박주호, 이영재, 강민수, 리차드, 임종은, 최규백, 김창수, 정동호가 더블 스쿼드를 구축하고 있어 23세 이하 젊은 선수들은 포지션별로 세 번째 옵션을 겨우 기대할 수 있다.

그나마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자리는 이창민 영입에 실패한 척추 라인. 박용우, 김성주, 정재용 등 선수들이 있지만 한상운과 김성환이 빠져나간 자리에 특급 보강이 이뤄지지 않았다. 울산의 고민은 중원 지역의 창조성인데, 이 자리에 23세 이하 의무 출전 선수를 둘 생각이다. 김도훈 감독은 1월 포르투갈 전지훈련에서 이상헌과 김건웅에게 기회와 믿음을 줬다.   

“23세 이하 선수를 어떻게 운용할지 대략의 그림은 그렸다. 4~5명 정도의 선수 안에서 기회가 갈 것이다.” 김 감독은 올 시즌 전지훈련 시작에 앞서 지난 시즌 기회를 많이 주지 못한 울산의 젊은 선수들에게 “시즌 초반에 기회를 줄 테니 꼭 잡으라”는 메시지를 줬다고 했다. 그 영향인지 젊은 선수들의 준비 자세가 남다르다.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도르트문트에서 울산으로 건너온 박주호는 “아침에 개인 운동을 하러 나갔는데 있고, 저녁에 나갔을 때도 또 있더라. 울산의 젊은 선수들에게 자극을 받았다”며 혀를 내둘렀다. 김 감독도 그 점에서 흐뭇해 한다. “젊은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한다. 인성이 좋다. 인성이 좋다는 게 그냥 착하다는 게 아니라 자기 스스로 관리하고 준비하고, 또 겸손하게 헌신한다.”

1월 16일부터 28일까지 총 7차례 연습 경기를 포르투갈에서 치른 울산은 각 포지션 별로 고르게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줬다. 공격수 오세훈과 김민규, 미드필더 이상헌과 김건웅, 수비수 김기영과 김수안, 골키퍼 문정인 등 모나지 않는 플레이로 베테랑 선수들과 보조를 맞췄다.

▲ 오세훈 ⓒ한준 기자


특히 지난 해 프로 데뷔를 못한 이상헌의 각오는 남다르다. 선수들의 칭찬도 많다. “상헌이를 주목해 달라”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 김 감독도 “작년에 인천과 경기에 데뷔를 준비시키기도 했는데 여러가지로 상황이 엇갈리고 타이밍이 안맞았다”며 미안해 했다. 이상헌이 훈련장에서 더 이를 악물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작년에는 제가 데뷔도 못했고… 올해 더 잘 준비해서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경기에 최대한 많이 나가서 제 실력을 보여주는 게 목표입니다.” 이상헌은 일단 뛰고 싶다고 했다. 겸손한 자세지만 “내가 가진 것을 자신있게 펼치겠다”는 말에서 도전적인 경기를 하겠다는 생각이 읽혔다. 이상헌의 강점은 자신 있는 드리블링과 슈팅이다. 중앙 지역에서 상대 허를 찌르는 과감성을 갖췄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자신감이 충분한 이상헌은 “동계 훈련에 들어오기 앞서서 계속 PT를 하면서 준비했어요. 체력적인 부분을 더 올려서 팀이 원하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라며 성인 무대의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각오를 보였다. 그래서 호텔 내 헬스장에 부지런히 다니고 있다. 

전방과 측면 자원이 풍부한 울산의 고민은 중원 운용이다. “다른 팀에 가면 1군 경기에 나설 선수들이 수두룩 하다”는 현장의 평가 속에 울산은 “R리그를 씹어먹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2018시즌 김 감독은 이 선수들에게 기회의 문을 더 열어주겠다는 생각이다. 

이상헌은 투톱 중 한 자리, 미드필더 중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 기용될 예정이다. 김건웅은 포백 앞에서 빌드업을 펼치는 중앙 미드필더. AFC U-23 챔피언십에 참가하고 돌아올 한승규도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공격의 젖줄을 만든다. 여기에 193cm의 장신에 힘이 좋은 공격수 오세훈도 이종호가 부상에서 돌아오기 전 데뷔 기회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개최로 타이트해진 전반기 일정이 젊은 선수들에겐 기회의 장이다.그러나 기회는 기회일 뿐, 주어진 기회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활약이 필요하다. 중앙 지역의 플레이가 미진하면 여름 이적 시장에는 강화부가 움직일 수 있다. 

울산은 매년 쏟아지는 유망주를 썩히지 않기 위해 올해부터 유럽 구단에 임대를 보내 성장시키는 프로그램도 시행을 시작했다. 폭풍 영입과 더불어 유소년을 직접 키우겠다는 울산의 투 트랙 전략. 과연 젊은 척추라인이 2018시즌 울산의 비밀병기로 활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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