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 주장 강민수 ⓒ한준 기자

2018시즌을 맞이하는 스포티비뉴스는 성실한 발걸음으로 현장의 소리를 전하고자 합니다. K리그 12개 구단의 국내외 프리시즌 훈련을 현장에서 취재해 밀도있는 기사로 독자 여러분을 만나겠습니다. <편집자 주>

[스포티비뉴스=알가르브(포르투갈), 한준 기자] 울산현대는 창단 첫 FA컵 우승의 환희 속에 지난 2017시즌을 마무리했다. 2018시즌 새 주장은 수비수 강민수(32). 하지만 실제로 강민수가 울산의 주장 완장을 이어 받은 것은 지난 시즌 말미. FA컵 결승전을 준비하던 일정에서다. 

강민수가 팀 분위기를 다잡은 것이 스플릿 라운드 진입 이후 연전 연패로 고전하던 울산의 반전을 이끌었다는 축구계 안팎의 이야기가 나왔다.

국가 대표 수비수로도 활약했던 강민수는 말수가 적어 보이는, 쉽게 다가서기 어려운 이미지다. 하지만 포르투갈에서 진행 중인 울산의 1차 전지훈련을 취재하면서 팀의 분위기 메이커를 묻자 지목된 선수는 주장 강민수였다. 2018시즌 전북현대에서 울산으로 이적한 수비수 임종은은 강민수에 대해 묻자 “생각보다는 캐릭터가 재미있다”고 했다. “그때그때 말이 되게… 생각지도 못했던 말도 나오고. ‘몸 개그’도 자주하시는 거 같고.”

강민수 역시 자신이 카리스마형 주장은 아니라고 했다. 주장을 맡고 밝아진 팀 분위기에 대해 묻자 “내가 특별히 할 게 없다”며 발을 뺐다. 하지만 분위기 메이커라는 이야기는 부정하지 않았다. “경기장 안에서 선수들이 지쳤을 때, 힘낼 수 있게 파이팅 해주고. 너무 분위기가 쳐지면 일부러 망가지면서 분위기 띄우고.” 

물론 마냥 ‘사람 좋은’ 주장인 것 만은 아니다. 앞서 설명한대로 지난 시즌 스플릿 라운드에서의고전, FA컵 우승으로 이어진 과정에 강민수는 선수들의 긴장을 풀어준 주장이자 선수들이 느슨한 모습을 보였을 때 다잡았던 주장이었다. 

“우리가 스플릿 라운드에 들어가면서 부진했고, 연패가 이어져 분위기가 안 좋았다. 스플릿 라운드 마지막 경기였던 강원과 원정 경기에서 힘든 상황 속에 승리한 게 FA컵 우승까지 가는 데 결정적 사건이 됐다. 강원전을 이기고 나서 FA컵을 준비할 때 분위기가 상당히 좋았다. 그 승리가 원동력이 됐다.” 

“부산과 FA컵 1차전에 상당히 좋은 경기를 했다. 스코어도 우리가 승리했고, 준비한 게 착실히 잘 이뤄졌다고 생각했다. 2차전 초반에 상대가 강하게 나올 것을 예상했는데, 그에 대한 대처가 부족했다. 선수들이 안일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 한 소리했다. 다시 집중해서 잘 해보자는 마음애서다. 수비부터 강하게 해보자는 얘기를, 조금 강하게 했다.”  

“선수들이 좋은 분위기로 계속 가면 좋지만, 흐트러지는 게 있다면 지적할 것은 한다”는 강민수지만, 전지훈련에서의 장기 합숙 등 선수들이 경기장 밖에서 생활할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하자는 생각은 확고하다.

▲ 울산의 새로운 센터백 듀오로 호흡을 맞추고 있는 임종은과 강민수(오른쪽) ⓒ한준 기자

“원래 성격은 달랐다. (임)종은이랑 2011년에도 울산에 같이 있었는데, 그때 날 봤으면 상당히 어려웠을 수 있다. 지금은 성격이 그때보다 많이 변한 것도 있고, 한번씩 의도적으로 (밝게) 하는 부분도 있다. 그때보다 성격이 많이 변했다.” 

“축구를 하면서, 경기를 하면서 집중하는 부분들이 개인적으로 많이 힘들어서 평상시엔 편하게, 릴렉스하게 가자는 생각이 들었다. 경기 외에 훈련, 생활에는 일부러 장난도 많이 치고. 그렇게 바뀌었다. 어릴 때는 축구도 잘하고, 훈련도 잘하고, 경기 준비도 잘하고. 일주일 내내 힘들었다면 그런 것을 바꿔서 경기에 대한 집중을 높이고 나머지 생활은 편하게 하는 게 덜 힘들더라. 그래서 생각도, 성격도 바꾼 것 같다.”

달라진 선배 강민수를 만난 임종은은 “그런 부분이 충분히 긍정적이고 좋다”고 반긴다. 전지훈련 내내 주장 강민수의 몸 개그와 ‘저급 농담’을 나누며 경기장 안에서의 호흡도 더 잘맞아 가고 있다. “나도 (프로 경험이) 쌓이면서 느낀 것인데, 경기장 안에서 집중은 중요하지만 생활은 편한 분위기가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울산은 좋은 것 같다.”

울산의 분위기가 밝은 것은 주장 혼자 만의 노력 때문은 아니다. 김도훈 감독도 마찬가지. 쓴 소리를 하고 다그친다고 선수가 잘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다. 울산현대는 ‘호랑이 군단’이지만, 선수단 안에 호랑이 선생님은 없다. 

“김도훈 선생님도 그전부터 알고 있었다. 엄한 쪽 보다는 선수들한테 좋은 말을 해주시려고 하고, 기를 살려주시려고 하고, 항상 그랬고 내가 왔을 때도 생각한 만큼 그랬다. 김 선생님에겐 엄하다는 표현은 안 맞는거 같다. 리그가 시작되고 경기장에 가면 다를 수 있겠지만, 아직까진 엄하기 보단 부드러운 분이다.” (임종은)

너무 편하고 부드러운 분위기로만 흘러간 탓인지 강민수는 “나태해진 부분이 보이면 쓴소리를 한번씩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좋은 분위기 속에 동계 훈련을 보내는 울산은, 지난 2017시즌 갑작스레 AFC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게 되면서 동계 훈련 스케줄이 뒤죽박죽됐던 기억 때문인지 컨디션 관리에 더 많이 신경 쓰고 있다. 지난해 초반이 워낙 어수선했기 때문에, 계획대로 진행된 1차 전지훈련에 대한 만족감이 크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개최로 2월 13일에 AFC 챔피언스리그 첫 경기로 공식 일정을 시작하지만, 알고 준비하는 만큼 걱정이 없다.

“작년엔 일정이 갑자기 변경되면서 우리가 준비한 것을 하지 못해서 힘든 부분이 있었다. 올 시즌도 일찍 하는 것은 맞지만, 그 스케줄을 인지하고 시작해서 준비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호주 원정이 첫 경기인데, 시즌 중간에 가는 것보다 처음에 가는 게 오히려 우리에겐 유리하다.” (강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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