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정호(왼쪽), 홍정남 형제. ⓒ정찬 기자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유현태 기자] 홍정남과 홍정호는 연년생 형제다. 같은 길을 걸으면서 서로 의지가 되는 사이가 됐다. 홍정호는 "형이 있어서 선배들에게 덜 혼나서 좋았다"고 할 정도. 

축구 선수로서 프로 무대에 데뷔한다는 것은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는 것'에 비유되곤 한다. 운, 노력, 재능이 모두 어우러진 소수의 선수들만 프로 선수로서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 홍정남과 홍정호. 두 형제는 프로 선수가 됐다. 프로 무대에 진출한 뒤엔 같이 뛸 기회가 없었다. 그동안 형제가 선수로서 지나온 경력도 조금 달랐다.

아우 홍정호가 먼저 주목받았다. 그는 한국을 대표하는 중앙 수비수로 이름을 높였다. 제주 유나이티드에서 데뷔해 K리그에서 최고로 꼽혔고, 2013년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에 진출해 3년간 활약했다. 2016년 장쑤에 입단한 뒤에도 주축 수비수로 활약했다. 2017년 후반기 급격히 입지를 잃고 이적을 모색해야 했다. 홍정호는 "정말 힘든 시간"이라고 돌아봤다.

멀리서나마 힘이 됐던 것은 '형님' 홍정남이다. 그는 전북에서 묵묵히 '벤치 생활'을 견딘 경험이 있다. 동생의 마음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을 터다. 동생이 고생하는 동안, 긴 세월 '조연'으로 살았던 홍정남은 2017시즌 드디어 주전으로 도약해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K리그 우승 팀 전북 현대에서 '동생'이 공격수를 막고, '형님'이 최후의 보루로 슛을 막는다. 형제가 함께하기 때문에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 이번 시즌 '홍 형제'는 '트레블(K리그, ACL, FA컵 동시 우승)'에 도전한다. 그들은 경기 내용으로는 물론 형제가 한 팀에서 함께 뛰어 경기 외적으로도 관심을 받는 만큼, 우승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24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한 홍정남-홍정호와 인터뷰 전문.

▲ 훈련하는 홍정호(왼쪽).

전지훈련에 왔다. 컨디션은 어떤가.
정남: 팀 분위기도 좋고 몸 상태도 지난해보다 더 좋은 것 같다.
정호: 유럽에서나 다른 팀들보다 훈련량은 많지 않지만, 선수들끼리 하려는 의욕이 좋다. 훈련 과정이 잘 되고 있는 것 같고 올해가 기대된다. 작년 후반기에 쉬었기 때문에 빨리 몸 상태를 끌어올려서 다른 선수들하고 비슷하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연습 경기는 어땠나.
정호: 연습 경기지만 7개월 만에 뛰었다. 생각보다 몸은 나쁘지 않아서 좋았다. 90분을 뛰어서 기쁘다.

형제 인터뷰 요청 자주 받지 않았나?
정호: 이번이 두 번째? 별로 없었다.

형제가 프로 무대에서 함께 활약하고, K리그 챔프 팀에서 뛰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정호: 4년 반 만에 외국에서 뛰다가 돌아왔다. 전북이 강팀이기도 하지만, 형이 있어서 선택할 수 있었다. 프로 선수 생활하면서 (형과) 같이 뛸 기회가 많지 않다. 올해 잘해야 좋게 봐주실 것 같다.
정남: 평소에도 (우리 팀으로 오라고) 자주 얘긴 했었다. 11년이나 지나고 올해야 이뤄진 것 같다. 프로에 와서 경기를 자주 뛰지 못하다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뛰기 시작했다. 형제끼리 K리그 우승이나 ACL 우승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꿈꿔왔다. 올해 기회가 왔는데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해보다 여유도 생기고 팀도 더 강해졌다. 리그, ACL, FA컵 트레블 우승하겠다.

연년생 형제면 다투기도 많이 다퉜을테고, 함께 축구 선수를 해 좋은 점도 있었을 것 같다.
정남: 초,중,고는 같이 운동만 했다. 쉬는 날에도 같이 운동하고 경기도 같이 하고. 당연했다. 프로에 와서 떨어져서 축구를 했다. 정호는 대표 팀도 오가고 워낙 잘하니까, 형이지만 오히려 더 조언도 많이 구했던 것 같다. 평소에도 연락 자주 했다.
정호: 아무래도 학창 시절엔 편했다. 1년 선배니까. 아무래도 우리 학년이 혼날 땐 형이 있으니까 덜 혼났다. 같이 선수 생활을 하니 의지도 됐다. 서로 버팀목이 돼서 지금까지 선수 생활 하는 것 같다.

부모님께서 같은 팀에서 뛰시는 걸 보고 좋아하셨나.
정호: 원한다고 다 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왕 한국에 돌아오면 전북에 가라고 하셨다. 그런 점에선 좋아하시더라.

▲ 훈련에 매진하는 '형님' 홍정남 ⓒ한국프로축구연맹

지난해 12월 홍명보 자선축구를 마치고 나서 홍정호의 힘들었던 얼굴이 기억이 난다. 뛰지 못하는 것이 힘들었던 것 같다.
정호: 부상으로 쉬는 것이랑, 부상을 당하지 않고 쉬는 것은 완전 다르더라. 지난해 후반기에 몸은 정말 좋은데 뛰지 못해서 많이 힘들었다. 올 겨울엔 무조건 팀을 새로 찾고 뛰어야 하는데 걱정이 컸다. 긴 시간을 쉬다 보니 원하는 팀도 많이 없었다. 최강희 감독님이 원하신다고 들어서 좋았다. 그만큼 쉬었는데도 찾아주셔서 좋았다. 서울에서 만나면서 빨리 결정했다. 감독님도 저를 원하시고, 저도 빨리 뛰고 싶었다. 몇 분 만에 결정을 내렸던 것 같다.

지켜보는 형으로선 어땠나.
정남: 잘 뛰던 애가 못 뛰니 마음이 안 좋았다. 정호가 티를 잘 안 내더라. 부모님도 '다독여줘라, 말이라도 한 마디 더 해라'고 말씀 많이 해주셨다. 연락도 자주 했고, 중국에 혼자서 외로울테니 같이 게임도 했다. 그때 자주 연락하면서 더 친해진 것 같다.

홍정남은 지난 시즌 주전 자리를 잡았다.
정남: 작년은 정신없이 지나갔다. 시즌을 끝나고 돌아보니 후회가 많더라. 의욕만 넘치고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뒤를 돌아보면서 올해는 여유도 생기고 자신감도 찾았다. 올해는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고 동생도 왔다. 정호도 알아서 잘하겠지만 둘 다 잘해야할 것 같다.
정호: 저 뿐 아니라 부모님이 엄청 좋아하셨다. 10년 동안 잘 해왔고 기회를 잡았다. 형이 잘해서 팀도 좋은 성적을 냈다고 생각한다. 만족하지 않고 올해는 더 좋은 성적으로 보답해야 하지 않을까.

형이 적응을 도와주긴 하나.
정호: 프로 생활은 많이 했다. 외국이 아니라 모든 선수가 한국 선수들이다. 대표 팀에서도 자주 봤고. 저만 잘하면 다들 잘해주시니까. 편했던 것 같다. 신인 때라면 형한테 도와달라고 했겠지만 이젠 경험도 많고 여유가 있다.

함께하는 시즌, 의지가 되지 않나.
정호: 마음이 편하기도 하지만 책임감도 커진다. 형이랑 같은 팀에서 뛰고, 또 전북은 가장 강한 팀이다. 결과를 가져와야 한다. 여유는 있지만 긴장감도 가져야 할 것 같다.

최강희 감독님은 어떠신가.
정호: 감독님을 오래 보진 않았지만, 따로 뵐 땐 말도 많으시고 좋은 말도 많이 해주셨다. 전북에 온 뒤는 따로 이야기한 적도 없고 말수가 없으셔서 당황했다. 팀에 오니 묵묵하게 필요한 말만 해주신다. 아직 감독님한테는 적응하고 있다.
정남: 선수들을 잘 믿어주신다. 그 선수에 대한 말이 없으면 잘하고 있다는 증거다. 말이 없으면 하던 대로 하면 된다. 미팅을 하자고 하면 고칠 점을 말씀해주시곤 한다. (한교원은 훈련 때 개인 훈련을 했는데. 그렇다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것인가.) 교원이요?(웃음) 원래도 잘하지만 더 잘할 수 있는 선수라서 바라시는 게 크다. 또 그렇게 가르쳐주시면 금방 올라오는 친구다.

뒷문을 형제가 책임지게 됐다.
정남: 개인적인 목표는 0점대 방어율이었다. 30경기에서 30실점했다. 정호가 와서 그럴 수도 있고, 사실 없었어도 0점 방어율을 생각하고 있다. 자신감도 있다. 좋은 선수들도 많다. 연습 경기 때 뒤에서 보니 정호가 뛰는 걸 보니 든든하더라. 정호가 있어서 더 집중하게 되는 것 같다.
정호: 형이 든든하긴 하지만, 앞에서 최대한 잘 막아줘야 한다. 책임감이 생긴다. 전북이 공격이 강하지만 역습에 자주 노출이 될 수밖에 없다. 닥공을 하니까. 누가 수비를 하든 상대 공격을 미리 차단하도록 체크해야 할 것 같다.

골키퍼가 주로 수비수들을 체크하지 않나. 골키퍼 홍정남이 본 홍정호의 장점은.
정남: 제공권이 확실하다. 그리고 미리 공이 올 위치에 미리 가서 차단하는 게 뛰어나다. 대인마크도 좋다. 연습 경기 때 정호한테는 별말을 하지 않았다. 말하기 전에 미리 다 돼있더라. 아예 믿고 맡겼다. 워낙 잘한다.

▲ 두 형제가 함께 우승 컵을 드는 장면을 볼 수 있을까. ⓒ전북 현대

이번 시즌의 목표는?
정호: 우승 경험이 없다. 무조건 우승이 목표다. 선수들, 감독님을 비롯한 모두 노리는 ACL 우승을 해보고 싶다. 열심히 한다면 그 외의 것들은 전부 따라온다고 생각한다. 대표 팀, 월드컵도 있지만 일단 전북에만 집중할 것이다. 트레블을 목표로 하고 싶다.
정남: 지난해 K리그 우승을 해봤으니, ACL 우승에 더 중점을 두려고 한다. K리그 우승에도 당연히 노력은 해야겠지만.

성공적인 선수 생활이 중요한가, 우승이 중요한가.
정남: 제가 경기를 뛰어 우승한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그 전엔 벤치나 관중석에서 팀의 우승을 지켜봤다. 느낌이 엄청 다르다. 벤치에서 형들이 우승하는 것을 지켜본 것과 직접 뛰어서 우승을 일궜을 때, 그 기쁨이 엄청 차이가 난다. 경기를 계속 뛰고 우승을 하는 것이 좋은 거다. 나도, 정호도 함께 뛰어서 우승 트로피를 들고 사진 한 번 찍고 싶다.
정호: 경기를 여지까지 많이 뛰어서 그런지 우승하고 싶은 게 더 크다. 경기를 뛰는 것도 좋지만 선수 생활하면서 트로피를 들 일은 많지 않다. 경기를 많이 못 뛰어도 나라면 우승 컵을 택하겠다.

팬들에게 각오를 밝힌다면.
정호: 팀이 강하고 팬들에게 늘 좋은 성적을 안겼다. 나의 합류로 당장 강해지고 이럴 것은 없다. 수비진에 합류해 조금이라도 수비진이 강해지고 한 팀으로 경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도 리그 우승은 기본이고 ACL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저 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니 응원을 부탁드린다.
정남: 믿음을 팬들에게 주고싶다고 말씀드렸다. 나 스스로를 믿지 못하다보니 팬들에게도 그러지 못했던 것 같다. 한층 더 성숙하고 여유있는 경기력을 내고 믿음을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더 큰 응원 부탁드린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