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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수원, 글 조형애 기자·영상 김태홍 기자] 수원삼성의 2018시즌 예고는 화끈했다. 시나리오는 착착 들어 맞았다. 이적생들은 팬들을 향해 인사라도 하듯 앞다퉈 공격포인트를 기록했고, 그 끝엔 승리가 있었다.

유독 추웠던 30일. 눈발이 흩날린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는 2018 AFC 챔피언스리그 동아시아 지구 플레이오프 단판 승부가 열렸다. 이변은 없었다. 수원은 2017시즌 베트남 V리그 준우승팀 타인호아를 5-1로 완파하고 상하이 선화, 가시마 앤틀러스, 시드니 FC가 안착해 있는 H조에 이름을 올렸다.

2018시즌 공식전 완승은 수원을 단꿈에 빠지게하기 충분했다. 상대가 약체이긴 했지만 '푸른' 데얀의 성공 가능성과, '균형의 미'가 수원엔 있었다. 그리고 부상으로 아시아 정상을 향한 도전을 이어갈 수 있는 티켓이 주어졌다.

◆ 공격포인트로 인사…푸른 데얀과 이적생들

선발 라인업을 받아 들고 꽤 낯설었다. 선발 11명 가운데 5명이 수원에 새로 둥지를 튼 선수. '아 이적했지'라는 말을 뇌되이면서 포메이션에 이름을 적다 보니 거의 절반이 채워졌다. 데얀, 바그닝요, 임상협, 크리스토밤, 그리고 이기제. 수원 유니폼을 입고 첫 공식 데뷔전을 치른 이들이다.

전날까지 밝으면 사각사각 얼음 깨지는 소리가 났다는 그라운드였다. 그보다 살짝 나아졌지만 날씨는 도와주지 않았다. 하늘에선 경기 몇시간을 앞두고 눈을 뿌리기 시작했다. 킥오프 한시간 전, 그라운드는 라인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하얗게 물들어 버렸다.

급히 모래 나르는 차량이 투입. 겨우 페널티박스와 센터서클 인근 눈을 치우자 경기 시작을 알리는 휘슬이 울렸다. 선수들은 초반부터 미끄러지고 야단이었다. 문전에서 속도를 줄이려다 미끄러지는 데얀은 마치 빙판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듯 보였다. 순간 스피드를 내려다 미끌, 크로스 올리려다 엉덩방아. 그렇게 날씨 탓에 제 기량이 안나오던 경기는 익숙해 지는 순간 수원 쪽으로 확 기울었다. 그 중심엔 이적생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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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골부터 이적생들의 합작품. 한차례 미끄덩 이후 임상협이 올려준 크로스를 바그닝요가 해결한 게 선제골이었다. 전반 막판 나온 임상협의 추가 골에도 이적생 데얀, 바그닝요가 함께했다.

후반 초반 승기를 완전히 가져온 세 번째 골 역시 이적생들 몫. 이번엔 임상협이 패스를 주고 바그닝요가 넣었다. 네 번째 골과 다섯 번째 골도 모두 이적생들 발끝에서 나왔다. 왼쪽 측면 수비수로 출격한 이기제가 4-0으로 벌리는 골을 넣었고 마지막 골은 데얀이 터트렸다. 기가막힌 위치 선정과 깔끔한 원터치 슈팅 이후 골. 데얀은 두 팔을 번쩍 들어 올리며 '푸른 데얀' 역사의 시작을 알렸다.

경기 후 서정원 감독의 말은 모든 이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듯 했다. "이렇게까지는 생각 못했습니다."

◆ 4골이 오른쪽에서…'균형의 미' 예고한 수원

골 비율로 보면 수원이 더 웃음을 지을만하다. 5골 가운데 무려 4골이 오른쪽에서 나왔다. '균형의 미'를 기대해 볼만한 대목이다.

지난 시즌 수원 공격은 왼쪽에 치중돼 있었다. 김민우, 염기훈이 버티고 있는 왼쪽 측면만 분주할 뿐 오른쪽 측면은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럴 수록 상대는 왼쪽 측면을 대비하고, 공격은 힘에 부치기도 했다. 하지만 2018시즌 첫 경기는 달랐다. 오히려 골 비중만 보면 오른쪽이 훨씬 더 활발했다.

이적생 가운데 유일하게 골을 기록하지 못했지만 크리스토밤의 활약은 빼놓을 수 없다. 공격과 수비에서 모두 눈에 띄었다. 일단 활동량으로 눈도장 한 번, 과감한 돌파와 능수능란한 드리블로 두 번 시선을 사로잡았다. 여기에 임상협이 1골 2도움으로 힘을 보탰다.

서정원 감독은 '균형의 미'에 만족. "왼쪽에 치중되는 것을 바꾸고 싶었는데 오른쪽 선수들이 보강되면서 밸런스가 맞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여유 생기면, 이전보다 다양성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서 감독만 만족하는 건 아니다. 왼쪽에서 고군분투 하다 오른쪽까지 신경썼던 염기훈도 한시름 놨다.

전력 열세인 팀을 상대로 너무 의기양양할 것까지야 없지만, 자신감을 갖기엔 충분한 첫 경기였다. 수원이 '이적 시장 큰 손'이라는 이야길 들으며 영입한 선수들이 모두 맹활약을 펼쳤고, 고질적인 왼쪽 측면 과부하도 풀었다.

"참고로 제주에서 훈련할 때, 염기훈 선수가 '체력이 남아돈다'고 하더라고요. 오른쪽, 왼쪽 다 하다가 왼쪽만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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