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훈련 중인 후랭코프(위)와 파레디스.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그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그 사람이 갖고 있는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화려한 수사가 많은 말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다. 짧고 굵은 각오 속에서도 미래를 엿볼 수 있다면 기대감을 가져봐도 좋다.

현재 두산엔 한국 프로야구가 처음인 두 명의 외국인 선수가 있다. 투수 후랭코프와 전천후 야수 파레디스가 주인공이다.

아직 두 선수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며칠 안된 훈련 기간 중, 파레디스는 생각 보다 파워가 좋다는 평가를, 후랭코프는 볼 끝의 변화가 심하고 위력적인 공을 던진다는 인정을 받은 것이 전부다. 출발은 분명 좋았지만 아직은 보여줄 것이 더 많이 남겨져 있다 하겠다.

다만 그들의 미래, 즉 두산에서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 것인가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는 대목이 있었다. 구단을 통해 전해 온 인터뷰를 통해서였다. 그들의 말 속에는 그들이 어떤 야구를 보여줄 것이며 성공 가능성은 어느 정도 되는지에 대한 기대치가 담겨 있었다. 인터뷰 속에서 발견한 희망 요소들이다.

먼저 파레디스.

파레디스는 자신을 "훈련을 많이 하는 선수"라고 소개했다. "나는 훈련을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다. 비시즌에도 그렇고 항상 스윙을 가다듬는 연습을 한다. 웨이트트레이닝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데, 타석에서 힘 있는 스윙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지난해 두산과 사인을 한 뒤에도 꾸준히 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훈련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언제 어떤 훈련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할 수 있다.

다만 외국인 선수의 많은 훈련량은 팀이 돌아가는데 적지 않은 힘이 될 수 있다.

특히 파레디스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가 중요한 대목이다. 슬럼프는 정신적 영향이 적지 않다. 하지만 파레디스가 슬럼프에 빠지면 하소연할 곳이 마땅찮다. 통역이 있지만 그는 야구 전문가가 아니다.

이럴 땐 훈련이 도움이 될 수 있다. 코치와 선수가 몸으로 부딪히며 몸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이 바로 훈련이다. 슬럼프에 빠졌을 때 훈련량이 많은 선수는 코치와 교감하기 쉽다. 대화가 안 통하는 상대라면 더욱 그렇다.

이승엽은 일본 진출 첫 해 큰 실패를 맛봤다. 2년차 째도 쉽지 않았다. 탈출구는 훈련이었다. 김성근 당시 코치도 함께였지만 다카하시 타격 코치도 매일 저녁 1시가 넘도록 이승엽과 씨름을 했다. 말은 필요 없었다. 치고 또 치는 시간이 계속됐다. 이승엽은 그 훈련을 통해 보다 강해질 수 있었노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파레디스가 아시아 야구 경험이 있다는 것도 분명 플러스 요인이다. 그는 "지난해 일본 지바 롯데 마린스 소속이었다. 집에서 먼 나라로 처음 떠나 있었기 때문에 적응에 애를 먹었다. 새 환경에서 야구하는 건 나에게 다소 어려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한 번 아시아 야구를 경험했기 때문에 심적으로 훨씬 편하다. 일본에서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으나 올해는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에서의 야구는 2년차인 만큼 보다 나은 모습을 기대해 볼 수 있다.

후랭코프는 자신을 땅볼 유도형 투수라고 소개했다. "나는 공격적인 투수다. 모든 구종을 스트라이크로 던져서 타자들을 불편하게 만들고자 한다. 땅볼을 유도해서 내 뒤의 야수들이 처리하게 하는 유형의 투수"라고 밝혔다.

두산에서 땅볼을 잘 유도한다는 건 분명 플러스 요인이 된다. 10개 구단 중 최강의 내야 수비력을 보이는 팀이기 때문이다.

니퍼트와 보우덴은 최고의 성과를 거둔 2016시즌 각각 0.86와 1.04의 땅볼/뜬공 아웃 비율을 보였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지난해 0.57과 0.92로 그 비율이 떨어진 것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후랭코프가 동료들과 호흡을 중시한 점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땅볼 유도형 투수가 야수와 거리감을 갖고 있다면 결과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땅볼 투수와 야수는 믿음이라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있을 때 진정한 힘을 보여줄 수 있다.

후랭코프는 "계약서에 사인한 뒤 두산 야수들에 대해 들었다.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를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 특히 내야진이 아주 탄탄하다고 들었는데 기대된다"며 "캠프 초반이기 때문에 투수들과 훈련하는 시간이 많다. 야수들 얼굴은 잘 모른다. 그렇지만 앞으로 많은 대화를 통해 잘 지낼 것이다. 팀 플레이 훈련에서 손발을 맞추다보면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가 야수와 관계를 얼마나 중시하는지 엿볼 수 있는 멘트였다.

이처럼 파레디스와 후랭코프의 인터뷰에선 긍정적 요소를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남은 것은 실전이다. 두 선수가 야구장에서 그들의 각오를 얼마나 현실로 만들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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