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민정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강릉, 신원철 기자] 결국 승리의 여신은 최민정(성남시청)의 편을 들지 않았다. 역설적이지만 이것이 곧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이다.

최민정은 13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500m 파이널A에서 금메달리스트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사진 판독이 필요할 정도로 작은 차이였다. 그런데 문제는 비디오 판독에서 나왔다. 레이스 과정에서 나온 킴 부탱(캐나다)과 접촉이 실격으로 이어졌다. 

경기를 마치고 믹스트존에 들어선 그는 울고 있었다. "또 눈물이 난다"며 애써 웃으며 참으려 했지만 막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말을 꺼냈다. "그동안 힘들게 노력했던 게 생각나서 눈물이 나는 것 같다. 지금까지 많은 분들이 응원하고 관심 가져주셨고, 거기에 보답하고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서 죄송한 마음이 크다. 남은 세 종목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쇼트트랙의 가장 큰 재미는 불확실성에서 온다. 코너워크가 중요하고, 추월 과정에서 신체 접촉은 불가피하다. 한 번의 실수 혹은 불운으로 메달을 따지 못하는 일은 톱 랭커들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13일 준준결승에서 이번 시즌 500m 랭킹 1위인 마리안 셍젤레(캐나다)가 실격한 것이 대표적인 일이다. 

불확실성이라는 쇼트트랙의 특성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2002년 나왔다. 솔트레이크시티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금메달을 딴 호주의 스티븐 브래드버리는 결승에서 5위로 달리다 결승선 직전 앞서 있던 선수가 전부 넘어지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금메달을 땄다.

최민정은 올림픽을 앞두고 단거리와 중장거리 주법을 병행하며 전 종목에서 메달권에 진입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7-2018시즌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에서는 캐나다의 마리안 셍젤레에 이어 500m 랭킹 2위에 오르며 조금씩 결실을 맺었다.

지난해 9월 헝가리에서 열린 월드컵 1차 대회에서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 심석희(한국, 한체대), 셍젤레를 앞질러 500m 1위에 올랐다. 마지막 점검 무대였던 지난해 11월 서울 4차 월드컵에서는 엘리스 크리스티(영국)에 이어 2위였다. 마르티나 발세피나(이탈리아)와 셍젤레는 이겼다.

그만큼 준비는 철저했다. AFP 등 외국 언론에서 최민정을 전 종목 석권이 가능한 선수로 본 건 이유가 있어서다. 하지만 불확실성이라는 쇼트트랙의 가장 큰 매력이 끝내 최민정의 발목을 잡았다. 준결승에서는 폰타나를 앞지르며 42초 422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웠지만, 결승에서는 쇼트트랙의 묘미가 최민정을 아프게 했다. 

그러나 최민정은 "심판이 보기에는 저에게 실격 사유가 있다고 본 것 같다. 제가 잘했다면 부딪히는 일도 없지 않았을까"라며 "(남은 경기에)영향은 전혀 없을 거라고 본다. 이제 남은 주 종목 더 잘 준비하겠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아직 그에게는 세 번의 기회, 그리고 지난 500m보다 더 자신감 넘치는 종목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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