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전남맨 하태균 ⓒ전남 드래곤즈

[스포티비뉴스=광양, 이종현 기자] "전남(전남 드래곤즈) 왔는데 자꾸 수원(수원 삼성) 이야기만 하는 거 아닙니까."

돌아온 하태균(30, 전남 드래곤즈)의 따끔한 일침. 약 15분간 진행된 인터뷰 내내 무뚝뚝했던 그가 처음으로 감정(?)을 드러낸 순간은 친정 팀 "수원" 이야기가 반복됐을 때였다. 그래도 어찌하랴. 수원 삼성과 인연이 이어지는 것을. 전남의 2018 K리그1 개막전 상대는 수원. 그것도 원정 경기. 하태균은 자신이 프로 데뷔 이후 가장 오랜 기간 뛰었고, 가장 자주 잔디를 밟았던 장소에서 4년 만에 K리그 복귀전을 치를 가능성이 크다.

하태균은 2007년 단국대 재학 시절 드래프트 1순위로 수원 삼성의 파란 유니폼을 입었다. 첫 시즌 5골 1도움을 기록해 2007 K리그 신인왕을 탔다. 시작은 찬란했지만 '레전드' 반열에 오르지 못한 건 잦은 부상 탓. 2013-2014년 상주 상무 군복무 시절만 제외하곤 수원 유니폼을 입고 104경기를 뛰었던 그는 2015년 도전을 택했다. 예상치 못한 중국 갑급리그(2부 리그) 연변으로 향했다.

K리그에서 뛰던 그가 하루아침에 중국, 그것도 2부 리그로 향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하태균은 "변화가 필요했다"는 말 한마디로 색다른 도전을 정의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기회를 많이 못 얻는 상황에서 연변의 박태하 감독님께서 기회를 꾸준히 주셔서 자신감도 찾고 골 감각도 많이 회복했다"면서 연변의 좋은 추억을 회상했다. 하태균은 연변 이적 첫 시즌 26골을 넣어 득점왕에 올랐다. 이후 부상으로 연변에서 활약을 이어 가지 못했지만, 2017년 바오딩 롱다로 이적해 팀 내 최다 골인 14골을 기록했다. 여전한 값어치를 증명했다.

하지만 여건이 녹록지 않았다. 중국 프로리그에서 외국인 보유 규정을 바꾸었다. 2018년을 기점으로 외국인 보유 수를 줄였다. 자국 선수 육성을 위한 선택이었다. 하태균 같은 '용병'이 설 자리가 부족했다. 때마침 하태균의 가치를 인정한 건 유상철 전남 신임 감독. 전남은 지난 시즌까지 함께 행전 장신 공격수 페체신과 이별했다. 포항 스틸러스에서 완델손을 영입했고, 장신 공격수로 하태균을 낙점했다.

유상철 감독은 하태균을 영입한 이유로 "아무래도 태균이 같은 경우는 포워드로서 볼을 가지고 갔을 때, 볼 간수를 하고 공격 작업을 할 때 공간이나 득점할 수 있는 것들이 가능하다. 태균이 스스로 활동 범위를 넓게 해 득점도 하겠지만, 목표는 태균이가 득점을 만들 수 있게 돕는 것이다. 태균이가 결정력을 내주는 그림을 생각해서 영입했다. 그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 방콕 전지 훈련 당시 전남 ⓒ전남 드래곤즈

하태균은 전남 전지훈련에 늦게 합류했다. 아직 몸상태는 완벽하지 않다. 차츰 몸을 만들고 있는 상황. 그래도 마음만큼은 이미 전남맨이다. 하태균은 "훈련에 늦게 합류했다. 두 달 쉬고 복귀했다. 감독님께 천천히 올리겠다고 이야기했다. 다행히 배려해주셔서 이젠 몸이 좀 올라오고 있다. 지금은 부상도 없고, 개막전에 초첨을 맞추고 있다. 현재 70%는 되는 것 같다"며 몸상태를 설명했다.

자연스럽게 '공격수' 하태균에게 개막전 상대 수원전 골 세리머니에 대한 질문을 하지 없는 상황. 하태균은 "우연치 않게 수원 홈에서 개막전을 하게 됐다. 그동안 제가 가장 많이 뛰었던 구장이 수원이다. 아직까지 모르겠지만 막상 경기 날이 되면 긴장이 될 것 같기도 하고 골을 넣는다면 원래 수원 팬들을 배려해서 세리머니를 안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계속해서 수원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려는 찰나. 하태균은 "전남 왔는데 너무 수원 이야기만 하는 거 아닙니까"라며 대응했다. 반박불가.

'전남맨' 하태균은 "가장 큰 목표는 팀이 중위권, 6강까지 올라간다고 보고 있다. 그러기 위해 전체적인 선수마다 부상도 없고 공격수는 공격 포인트, 미드필더 도움을 잘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팀 목표를 이야기했다. 희망 공격 포인트를 묻자 "(가장 큰 목적은) 부상 없이 치르는 것이다. 꾸준히 나가다 보면 많은 득점을 하게 될 것이다"며 의지를 다졌다. 

하태균이 훈련 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유상철 감독은 조심스럽게 수원전에 나설 하태균을 그렸다. 은밀하게 그리고 기대에 찬 어투로. "(태균이가) 뭔가를 지금 안 보여주는데, 개막전에 보여 주려고 감추는 건지 (웃음). 상대가 수원이라 하면 본인도 동기부여가 남다를 거 같으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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