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언킹' 이동국의 포효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전주, 유현태 기자] 맞불. 산불이 난 앞쪽에 불을 마주 놓아 더 이상 타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놓는 불을 말한다. 가시와 레이솔의 반격을 잡아먹지 못하자 최강희 감독은 더 큰 불을 놓아 가시와를 끝내 잡아먹었다. 가시와의 작은 불은 후반전 활활 타오른 전북의 큰 불꽃 앞에 사라지고 말았다.

전북 현대는 13일 '전주성'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E조 1차전에서 가시와 레이솔에 3-2로 역전승했다.

초반엔 불이 붙지 않아 어려웠다. 시즌 첫 경기였다. 화끈하게 전방부터 압박하고 다퉈야 했지만, 첫 실전부터 과감하게 하긴 어려웠다. 최강희 감독은 "기싸움, 세컨드볼 싸움에서 강조"했지만 "축구는 후반전 45분만 한 것 같다. 전반전엔 준비한 것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기 뒤 이재성도 "첫 경기라 그런지 준비한 것보다 잘 안 풀렸다.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주지 못해 조금 다운됐다"고 평가했다.

더구나 전북은 동계 훈련 동안 A대표 팀에 차출된 선수들이 7명이나 됐다. 그리고 그 선수들이 모두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아직 조직력이 완벽하지 않았다. 전방부터 압박을 펼쳤지만, 아직 손발이 맞지 않는 듯 전반전을 어렵게 치렀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으니 결과도 좋을 리가 없었다. 전반 10분 홍정남의 성급했던 도전 때문에 라몬 로페스에게 선제 실점했다. 전반 27분에는 역습 한 방에 무너지면서 에사카 아타루에게 추가 실점했다. 지난 6번 맞대결에서 1무 5패. 역대 전북이 ACL에서 거둔 가장 큰 점수 차로 졌던 1-5 경기를 만들었던 것 역시 가시와가 아니던가.

전북엔 믿음이 있었다. 역습에 흔들리고 있으니 수비를 다잡거나, 중원 싸움을 강조하기 위해 미드필더를 교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강희대제'의 선택은 역발상이었다. 오히려 공격을 강화했다. 심지어 지난 시즌 여러 차례 '실패'라고 평가받았던 4-4-2 포메이션로 전환을 시도했다. 이른바 '닥공(닥치고 공격)'이다.

"전반에 0-2로 뒤졌다.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축구는 정신적인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에게 10골을 먹어도 똑같이 지는 거니까 적극적으로 하자고 했다. 홈에서는 이기고 있어도 이런 교체를 했다. 전반에 강조한 것 중에 기싸움, 세컨드볼 싸움에서 더 강조했다." -최강희 감독

▲ 코칭스태프와 기쁨을 나누는 이동국.

하프타임이 지나고 난 뒤에 신형민과 최철순을 빼고, 이동국과 이용을 투입했다. 주장, 부주장이 동시에 빠진 대신 더 공격적인 카드를 빼들었다. 최 감독의 공격 강화 선택과 이를 그대로 실행한 전북 선수들의 믿음은 옳았다. 앞에서부터 가시와를 밀언허고 공격을 펼치면서 완벽히 주도권을 틀어쥐었다. 경기를 주도하니 전북의 경기력도 점점 살아났다.

바뀐 분위기는 득점으로 이어졌다. 후반 10분 교체로 투입된 이동국이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북은 흐름을 탔다. 가시와를 상대 진영에 몰아넣고 파상공세를 퍼부었다. 후반 16분 이재성의 크로스를 받아 김신욱이 멋진 발리슛을 날렸지만 골대를 살짝 넘었다.

후반 20분 홍정남과 김진수의 소통 실수로 결정적인 위기를 맞았지만 홍정호의 활약으로 겨우 실점을 피했다. 위기를 넘긴 전북은 끝내 동점을 만들었다. 후반 30분 이동국이 얻어낸 프리킥을 티아고가 직접 프리킥으로 연결했다. 수비벽에 맞고 굴절되자 김신욱이 먼저 슛을 날리고 공이 흐르자 김진수가 멋진 발리슛으로 또 골망을 흔들었다. 공격적인 교체가 그대로 맞아들었다.

동점에 그치지 않았다. 후반 40분 드디어 역전 골이 터졌다. 홍정호가 단번에 넘겨준 패스를 가시와 수비진이 흘렸다. 티아고는 오프사이드 위치에 있었지만, 중앙에 있던 이동국은 온사이드였다. 침착하게 공을 컨트롤한 뒤 골대 구석을 노린 슛으로 골망을 또 다시 흔들었다.

"대단한 것 같다. (4-4-2 포메이션이) 지난 시즌 실패라고 했지만 선수들을 믿고 또 경기를 바꿔야 할 때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선수들을 믿기에 그런 결단을 하고, 선수들도 그 믿음에 보답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미드필더 이재성

의미 있는 승리였다. 전북답게 이기는 법을 다시 깨달았다. 최 감독은 수비수들에게도 물러나면서 수비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빠르게 접근해야 상대가 실수를 저지르고 반격의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난 오키나와 전지훈련에서도 수없이 강조한 이야기다. 앞에 있는 것을 태워버리려면 강한 불꽃이 돼야 한다. '천적'이라 불리던 가시와전 승리로 '닥공'에 대한 자신감을 얻을 수 있었다.

"홈에서는 훨씬 더 강하게, 공격적으로 경기하라고 지시할 것이다. 내려서는 팀을 상대로는 모험적인 경기를 해야 한다. 이번 역전승은 심리적으로 자신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강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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