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스웨덴전 동점골에 환호하는 관중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강릉, 신원철 기자] 한 달을 조금 넘긴 사이, 새러 머리 감독이 이끄는 남북 아이스하키 여자 단일팀은 많은 역사를 썼다.

단일팀은 20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아이스하키 여자 7~8위 결정전에서 스웨덴에 1-6으로 완패했다. 단일팀의 올림픽은 이렇게 끝났다. 5경기 2득점 28실점. 말 많고 탈 많은 시작부터 하나가 된 아름다운 마무리까지 41일 간의 기록을 모아봤다.

시작

1월 11일, 아이스하키 여자 단일팀이 추진 '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졌다. 한겨레신문은 이날 20일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4자 회의를 소집해 북한의 평창 동계 올림픽 참가와 남북 동시 입장, 거기에 더해 남북 단일팀 구성을 논의할 것이라고 단독 보도했다. 인사이드더게임스는 아이스하키 여자 팀이 남북 단일팀을 이룰 것이라고 예상했다. 13일 장웅 북한 IOC 위원은 단일팀 제안을 IOC에서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후폭풍이 컸다. 새러 머리 감독은 이 소식을 '전해'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지훈련을 마치고 지난달 16일 귀국한 머리 감독은 "6월에 단일팀 얘기가 나왔다 무산됐다. 다시 얘기가 나왔을 땐 믿지 않았다"면서 "올림픽이 임박한 시점에 단일팀 의논이 다시 진행된다니 놀랍다"고 했다. 단일팀을 결성해 대회를 준비하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 새러 머리 감독(왼쪽)과 박철호 감독 ⓒ 연합뉴스

실언 

갑작스런 단일팀 추진, 그리고 코칭스태프의 반발에 여론은 악화했다. 이에 이낙연 국무총리가 진화에 나섰다가 역풍을 맞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16일 "여자 아이스하키는 우리가 세계 랭킹 22위, 북한이 25위로 메달권에 있지 않다. 우리 선수들도 (북한 선수 추가에) 큰 피해의식이 있지 않고 오히려 전력 강화의 좋은 기회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들었다"고 했다.

사실과 달랐다. 올림픽을 코앞에 두고 열린 일부 선수들은 자신들의 의견과 별개로 추진되고 있는 단일팀 구성에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다. 지난달 17일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진천 선수촌을 방문해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들을 격려하며 분위기를 바꾸려 했다. 17일 밤 개회식 남북 공동 입장과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한 남북 합의가 이뤄졌다.

▲ 북한 아이스하키 선수들 ⓒ 연합뉴스

수용

1월 18일, 청와대는 단일팀 추진 과정에서 불거진 '불통' 논란을 받아들인다며 다시 한걸음 물러섰다. "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했다는 지적에 충분히 공감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기존 선수들이 입을 피해를 최소화 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20일에는 북한 선수 12명이 참가하고 적어도 3명이 출전해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이 정해졌다. 머리 감독은 22일 "최악은 피했다"고 말했다. 북한 선수의 출전 비중을 더 늘려야 한다는 지시가 없었다는 점에 안도했다.

북한 선수단이 평창에 선수를 파견하기로 한 건 당초 이달 1일이었다. 아이스하키 선수들만 먼저 지난달 25일 방남했다. 박철호 감독이 김은정, 려송희, 김향미, 황충금, 정수현, 최은경, 황설경, 진옥, 김은향, 리봄, 최정희, 류수정과 함께 진천 선수촌에 합류하면서 단일팀이 구성됐다. 1월 29일에는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단일팀이 모여 북한 주장 진옥에게 생일 파티를 열어줬다. 30일에는 최은경의 생일 파티도 열렸다.

이달 4일 단일팀의 첫 평가전이 열렸다. 정수현이 2라인, 려송희가 3라인, 김은향과 황충금이 4라인에 포진했다. 팀은 1-3으로 졌지만 선수들은 하나가 되려는 의지를 보였다. 머리 감독 역시 "북한 선수들이 배우려는 마음이 강하다"고 호평했다. 그는 7일 "단일팀에 걱정이 많았는데 실제로 해 보니 환상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 북한 응원단의 응원을 받는 단일팀. ⓒ 연합뉴스

하나

10일은 단일팀의 올림픽 데뷔전이었다. 스위스전 결과는 0-8 대패. 여기에 정수현 김은향 황충금이 출전했다. 북한 응원단이 응원에 참가해 분위기를 띄우는 장면도 포착됐다. 12일 스웨덴전 역시 0-8 대패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14일 일본과 경기에서는 랜디 희수 그리핀이 0-2로 끌려가는 2피리어드 추격골을 넣어 역사적인 골의 주인공이 됐다. 골리 신소정은 "다 같은 아이스하키 선수다. 북측 남측 그런 건 없다"며 팀워크에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어쨌든 3패로 조별리그 B조 최하위에 머문 단일팀은 18일 5~8위 순위 결정전 1라운드에서 스위스에 0-2로 졌다. 불과 일주일 전보다 점수 차가 6점이나 줄었다.

19일 단일팀은 단체 사진을 찍었다. 20일 스웨덴과 7~8위 결정전을 앞두고 마지막을 준비하기 위해서였다. 머리 감독은 "같이 훈련한 지 일주일이 됐을 때 한 팀이 됐다고 느꼈다", "우리가 언제 다시 사진을 찍을 수 있을지 모른다. 박철호 감독이 추억을 간직할 수 있게 오늘 찍은 사진을 나눠주려고 한다"고 얘기했다.

20일 스웨덴전에는 김은향 김향미 황충금이 라인업에 포함됐다. 김은향은 모든 경기에 나왔다. 여기에 출전 기회가 없던 한국의 이연정까지 명단에 들었다. '원팀'에 마침표를 찍는 선택이었다. 12일 0-8 대패를 안긴 스웨덴을 상대로 단일팀은 다시 선전했다. 마지막 경기에 모든 것을 쏟아내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0-1로 끌려가던 1피리어드 6분 21초, 파워플레이 상황에서 한수진이 박종아의 기막힌 패스를 받아 동점골을 뽑았다. 

이후 3골을 더 내준 단일팀은 5전 전패 2득점 22+실점으로 올림픽을 마무리했다. 20일 낮에 열린 경기를 보기 위해 찾아온 관중들의 함성 속에, 그리고 선수들의 눈물과 함께 41일 간의 여정도 종착역을 향했다. 머리 감독은 26일 북한 선수단이 돌아갈 때까지 함께 훈련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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