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왼쪽 위) 네덜란드(오른쪽) 이탈리아(왼쪽 아래) 선수들이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3,000m 계주 메달을 기념하며 단체 사진을 찍었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강릉, 신원철 기자] 네덜란드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선수들이 3,000m 계주 파이널B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을 때만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 예상하기는 어려웠다. 그저 마지막 유종의 미를 위해 최선을 다한 대가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 최선을 다한 결과는 다름 아닌 동메달이었다. 최선을 다하는 일이 이렇게 중요하다. 

네덜란드는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파이널B에서 4분 3초 471로 세계 신기록을 수립했다. 종전 기록은 한국이 2016년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기록한 4분 4초 222였다. 당시 심석희(한체대) 최민정(성남시청) 김지유(화정고) 김건희(만덕고)가 일군 기록이 강릉에서 네덜란드에 의해 깨졌다.

이어진 파이널A, 한국과 중국, 캐나다와 이탈리아가 출전한 가운데 경기 막판 김아랑(고양시청)이 넘어지면서 혼전 양상이 됐다. 캐나다가 넘어졌다. 파이널 랩에서는 한국을 쫓던 중국이 막판 뒤집기를 노리다 반칙 판정을 받았다. 꽤 오랜 시간 비디오 리플레이를 검토한 끝에 캐나다와 중국이 페널티를 받았다. 캐나다와 중국 선수들 모두 당황한 가운데 오렌지 군단이 껑충껑충 뛰었다. 두 팀이 페널티를 받으면서 파이널B 1위 네덜란드가 동메달을 받게 되는 순간이었다.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500m에 이어 쇼트트랙에서 메달을 딴 요리엔 테르 모르스는 "정말 특별한 일이다. 메달을 위해 여기에 왔지만 파이널A 진출에 실패한 뒤 욕심은 내려놨다. 파이널B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우고 동메달을 받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라고 했다. 수잔 슐팅은 "우리가 얼마나 빠른지 증명하고 싶었다. 그러려면 파이널A에 갔어야 했지만 그래도 보여주고 싶었다. 그리고 세계 신기록으로 입증했다"며 "동메달을 따 너무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도 이런 과정을 거쳐 메달을 차지한 적이 있다.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 여자 500m 파이널B에 출전한 전이경 현 SBS 해설위원 겸 싱가포르 코치는 1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메달과 상관 없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파이널A에 출전한 4명 가운데 이사벨라 샤레스트(캐나다)가 실격됐고 왕춘루(중국)가 완주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전이경이 동메달을 받았다. 기록보다 순위가 중요한 쇼트트랙이기는 하지만 당시 금메달리스트 애니 페로(캐나다, 46초 568)보다 전이경(46초 335)의 기록이 더 좋았다. 이렇게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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