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효준(왼쪽)을 위로하는 김선태 총감독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강릉, 신원철 기자]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에서 한국의 아성에 도전하는 경쟁 팀들의 발전 속도가 만만치 않다. 특히 남자부는 세계적으로 기량이 평준화해 한국이 쉽게 메달 수집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노 메달' 이후 절치부심하면서도 한동안 고전한 이유다. 

그러나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린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한국 남자 선수들은 다시 일어났다. 10일 남자 1,500m 임효준 금메달, 17일 남자 1,000m 서이라 동메달에 이어 22일 '취약 종목'으로 꼽히던 500m에서 황대헌과 임효준이 각각 은메달과 동메달을 차지했다. 여자 팀까지 포함하면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다. 김선태 감독은 '골든 데이' 노골드를 의식한 듯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까지 응원해주셨으면 한다.(넘어지는 일은) 쇼트트랙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했다. 

중국과 일본에서 대표 팀을 이끌었던 김선태 감독은 한국 쇼트트랙이 가장 어려울 때 '컴백홈' 했다. 한국이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남자 선수들이 메달 수확에 실패한 뒤부터 태극 마크를 달고 대표 팀을 이끌기 시작했다. 위기가 있었다. 2015년 12월에는 대장에 종양이 발견돼 잠시 감독직에서 물러났지만 다시 돌아왔고 목표했던 평창까지 달렸다. 

건강도 그랬지만 한국 쇼트트랙도 위기를 겪었다. 김선태 감독이 복귀하기 전 일부 쇼트트랙 선수들이 불법 도박에 참가한 사실이 적발됐다. '노 메달'에서 시작한 위기를 겨우 극복했는데 이번에는 여론까지 돌아설 만한 사고가 터졌다. 그러나 김선태 감독은 또 해냈다. 2016-2017시즌 심석희-최민정 투톱이 세계를 휩쓸었다. 

올림픽 직전에도 위기가 있었다. 심석희(한체대)를 쇼트트랙으로 이끈 조재범 코치가 제명됐다. 심석희에게 손찌검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효자 종목' 쇼트트랙을 보는 시선은 다시 불안해졌다. 대회 직전 악재가 터져 팀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였다. 그러나 기우로 끝났다. 선수들은 밝은 얼굴로 훈련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 서이라-김도겸-임효준-곽윤기-황대헌-김선태 총감독 ⓒ 곽혜미 기자
특히 값진 성과가 있다. 선수들이 무엇보다 바라던 여자 계주 금메달이다. 남자 팀은 비록 파이널A에서 4위로 경기를 마쳤지만 월드컵 대회를 거듭하면서 팀워크가 살았다. 김선태 감독의 맞춤형 지도로 10명의 선수들의 호흡은 더욱 긴밀해지고 세밀해졌다. 이정수 KBS 해설위원 겸 선수는 "여자 3,000m 계주 예선에서 보셨겠지만 넘어지고 난 뒤 재빨리 터치하는 일부터 훈련의 결과물이다. 이게 다 팀워크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팀워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이정수 해설위원은 대표 팀 김선태 감독의 몫이 크다고 했다. 2016-2017 ISU(국제빙상경기연맹) 월드컵 대회에 이정수 해설위원은 선수로 뛰었다. 강릉에서 열린 아이스아레나 개장 대회 겸 올림픽 테스트이벤트에도 참가했다. '증인'이나 마찬가지다. 

선수들의 의견도 마찬가지다. 임효준은 1,000m를 4위로 마친 뒤 "감독님이 늘 이런 말씀을 하신다. '네가 못 했을 때 다른 선수를 축하해줘야 다른 선수들에게 축하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이게 팀워크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위기를 이기고 '팀 코리아'를 만든 김선태 감독이 한국 쇼트트랙을 다시 최고의 자리에 올렸다. 그는 "결과를 떠나 같이 훈련한 과정이 아름다웠다. 아쉬울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에는 대견하다. 우리는 챔피언이 될 자격이 있고, 그렇게 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3,000m 계주 메달 후 김선태 감독을 찾는 김아랑 ⓒ 연합뉴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