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 결승에서 한 바퀴를 남겨 놓고 빙판에 넘어지는 심석희와 최민정 ⓒ 연합뉴스 제공

[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누구도 따라오지 못할 재능을 지닌 소녀들은 신의 질투를 받았다. 한때 '천재 소녀'로 불렸던 심석희(21, 한체대)는 끝내 올림픽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지 못했다.

여자 쇼트트랙 세계 랭킹 1위 최민정(19, 성남시청)은 이번 평창 올림픽에서 최대 4관왕이 가능하다는 전망도 나왔다. 그러나 최민정은 1500m와 계주 3000m에서 2관왕에 오른 점에 만족해야 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22일 저녁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은 한국의 골든 데이가 될 것으로 여겨졌다. 남자 500m, 여자 1000m, 남자 계주 5000m에서 3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는 날이었다.

이 가운데 가장 금메달이 유력하게 점쳐졌던 종목은 여자 1000m였다. 최민정과 심석희는 금, 은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두 선수는 마지막 바퀴를 남겨 놓고 서로 치고 나오려고 하다 부딪혔다.

뒤에서 쫓아오던 최민정이 먼저 넘어졌고 심석희도 곧이어 빙판에 미끄러졌다. 결국 이들은 1000m에서 '노 메달'에 그쳤다.

최민정은 평창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특정 종목에서 가장 압도적인 기량을 가진 이로 뽑혔다. 그는 1500m에 이어 1000m에서도 강력한 금메달 후보였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불운으로 3관왕의 꿈을 놓쳤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레이스를 펼치고 있는 심석희 ⓒ GettyIimages

심석희는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에이스로 꼽혔다. 이 대히 여자 3000m 계주 우승의 주역이었던 그는 이후 혜성처럼 등장한 최민정(19, 성남시청)과 여자 대표 팀을 이끌 쌍두마차로 꼽혔다.

그러나 평창 올림픽 500m 예선에서는 조3위로 준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또한 랭킹 2위인 주 종목 1,500m 예선에서도 탈락했다.

심석희는 올림픽을 앞두고 컨디션이 계획대로 오르지 않았다. 이 문제로 코치진과 갈등을 겪었고 그에게 선수를 제안했던 10년 은사 조재범 코치에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심석희는 잠시 진천 선수촌을 떠나 있다 복귀했다.

많은 난관이 있었지만 그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스케이트로 이를 극복했다. 3000m 계주 우승으로 웃음을 되찾은 그는 1000m 우승에 도전했다.

그러나 동료인 최민정과 함께 넘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수많은 국제 대회에서도 이런 장면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두 천재를 질투한 신은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에서 이들의 행운을 허락하지 않았다.

신이 행운을 내린 이는 가장 먼저 결승 지점에 들어온 수잔 슐탱(네덜란드)이었다. 베테랑 아리아나 폰타나(이탈리아)는 동메달을 차지했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