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석희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강릉, 신원철 기자] 모두가 힘들게 올림픽을 준비하지만, 심석희(한체대)는 누구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을 선수다. 주장이라는 책임감에, 지난달에는 선수촌 이탈이라는 사건까지 있었다. 그러나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모두 마친 그는 이제 후련하다. 

심석희는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파이널A에서 최민정(성남시청)과 충돌해 페널티 판정을 받았다. 올림픽이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그래도 심석희의 얼굴은 한결 편해져 있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심석희는 정말 오래 준비한 평창 동계 올림픽인데, 제 경기가 드디어 끝났다. 여기까지 잘 버틴, 살아와 준 제 자신에게 고맙다. 힘든 일이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원해 준 팬들에게 고마운 날이다"라고 얘기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아달라는 말에는 "힘들지 않았던 순간을 떠올리는 게 빠를 것 같다. 저뿐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올림픽을 준비하며 힘든 과정을 거쳤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도 그 많은 선수 가운데 하나다"고 밝혔다. 

주장이라는 책임감은 어땠을까. 그는 오히려 동료들에게 고마워했다. 심석희는 "계주를 위한 단합도 필요했고, 서로 더 힘을 내고 뭉쳐야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후배들도 잘 따라와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혼자 넘어진' 1,500m 예선이다. 심석희는 당시 말 없이 믹스트존을 지나쳤다. 지금은 미소를 지으며 "1,500m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려서…그래도 다른 경기에서 최선은 다했다"고 할 수 있게 됐다. 

강릉에서 자란 '강릉의 딸' 심석희에게 이번 올림픽은 더욱 의미가 깊었다. 심석희는 "너무 좋았다. 셔틀버스 타고 다니면 제가 어릴 때 오가던 길이 보인다. 저희 집도 보인다. 그런 것들이 감사하면서 신기하고, 또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아버지가 저 때문에 강릉에서 서울도 왔다갔다 하면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항상 제 편에서 절 응원해주시고 믿어주셨다. 너무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 전하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이던 심석희는 바로 다음 질문에 표정을 바꿨다.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뭔지 묻자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우선은 떡볶이, 그리고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아주 해맑은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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