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석희는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1,000m 파이널A에서 최민정(성남시청)과 충돌해 페널티 판정을 받았다. 올림픽이 끝났다는 안도감 때문일까. 그래도 심석희의 얼굴은 한결 편해져 있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심석희는 정말 오래 준비한 평창 동계 올림픽인데, 제 경기가 드디어 끝났다. 여기까지 잘 버틴, 살아와 준 제 자신에게 고맙다. 힘든 일이 있었는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응원해 준 팬들에게 고마운 날이다"라고 얘기했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아달라는 말에는 "힘들지 않았던 순간을 떠올리는 게 빠를 것 같다. 저뿐 아니라 많은 선수들이 올림픽을 준비하며 힘든 과정을 거쳤을 거라고 생각한다. 저도 그 많은 선수 가운데 하나다"고 밝혔다.
주장이라는 책임감은 어땠을까. 그는 오히려 동료들에게 고마워했다. 심석희는 "계주를 위한 단합도 필요했고, 서로 더 힘을 내고 뭉쳐야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만큼 후배들도 잘 따라와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혼자 넘어진' 1,500m 예선이다. 심석희는 당시 말 없이 믹스트존을 지나쳤다. 지금은 미소를 지으며 "1,500m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너무 허무하게 끝나버려서…그래도 다른 경기에서 최선은 다했다"고 할 수 있게 됐다.
강릉에서 자란 '강릉의 딸' 심석희에게 이번 올림픽은 더욱 의미가 깊었다. 심석희는 "너무 좋았다. 셔틀버스 타고 다니면 제가 어릴 때 오가던 길이 보인다. 저희 집도 보인다. 그런 것들이 감사하면서 신기하고, 또 행복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아버지가 저 때문에 강릉에서 서울도 왔다갔다 하면서 고생을 많이 하셨다. 항상 제 편에서 절 응원해주시고 믿어주셨다. 너무 감사하고, 사랑한다는 말 전하고 싶다"고 했다.
아버지를 떠올리며 눈물을 글썽이던 심석희는 바로 다음 질문에 표정을 바꿨다.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뭔지 묻자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우선은 떡볶이, 그리고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아주 해맑은 얼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