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아랑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강릉, 신원철 기자]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선수 가운데 '맏언니'를 맏고 있는 김아랑(고양시청)이지만 사실 나이는 그리 많지 않다. 이제 곧 한국체육대학교를 졸업하고 실업팀에 입단할 '청춘'이다. 하지만 대표 팀에서는 어쩌다 보니 맏언니를 맡게 됐다. 김아랑 스스로도 이런 상황이 싫지는 않았다고 한다. 

김아랑은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에서 파이널A에 진출하지 못했다. 파이널B에 남은 선수가 김아랑 혼자라 경기를 한 번 덜 뛰게 됐고 다른 선수들보다 먼저 믹스트존을 지나쳤다. 그는 "마지막 경기인 만큼 개인 종목에서 더 좋은 결과 내고 싶었는데 아쉽다. 결과는 아쉽지만 후회 없이 최선을 다했다.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더 성장했다고 생각한다"며 웃었다. 

대회가 끝났다. 그동안 묻고 싶었던 질문을 꺼냈다. 23살 나이에 맏언니 호칭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는지. 김아랑은 "그래도 제 경험상으로는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아도 언니라는 존재가 있으면 의지하고 든든해 했었다. 동생들이 든든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지냈다. 부담스럽게 느낀 적은 없다"고 말했다. 

심석희(21, 한체대)와 최민정(20, 성남시청), 김예진(19, 평촌고), 이유빈(17, 서현고)까지 동생들이 김아랑을 잘 따랐다. 아무 갈등도 없이 지낸 건 아니지만 서로 양보할 때를 알았다. 

김아랑은 "계주를 중요시하는 분위기다. 아무래도 계주는 팀워크가 중요한 종목이니까 뭉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어려울 때도 있었지만 결국 잘 됐으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 거 아닐까 싶다"고 얘기했다. 그는 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도 "계주 금메달이 가장 기억에 남지 않나 싶어요. 다 같이 딴 메달이니까"라고 했다. 

이제 그는 맏언니 자리를 잠시 내려놔도 된다. 쇼트트랙 일정이 22일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한국은 금메달 3개,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를 얻었다. 선수단 최종 목표에는 못미쳤지만 쇼트트랙 팀 내부적으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불확실성이 큰 종목인 만큼 22일 일어난 일들도 받아들여야 한다는 걸 이해하기 때문이다. 

김아랑은 "이번 올림픽은 소치 때와 다르게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알찼다. 몸에 힘이 하나도 없다. 아무 생각도 안 난다.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도 생각이 안 난다.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TV도 보고 싶고, 쉬고 싶기도 하고 놀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끝나고 나니까 아무 생각도 없다"며 웃었다. 

언제나 얼굴에서 떠나지 않는 환한 웃음은 김아랑을 이번 대회 최고 스타 반열에 올렸다.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폭발적으로 늘어 올림픽 기간 중 10만 명을 한참 넘었다. 쇼트트랙 여자 선수들 가운데 1위다. 정작 김아랑은 "계속 선수촌에 있다 보니까 그런 건 잘 못 느끼겠다. 뭐라고 해야하나"라며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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