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점프를 뛴 뒤 안정적으로 착지를 한 최다빈 ⓒ GettyIimages

[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최다빈(18, 수리고)이 첫 올림픽 프리스케이팅을 눈앞에 뒀다. 그는 23일 오전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리는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 출전한다.

그는 지난 21일 열린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 점수(TES) 37.24점 예술 점수(PCS) 30.23점을 합친 67.77점을 받았다. 최다빈은 열흘 전인 11일 팀 이벤트(단체전)에서 세운 자신의 쇼트프로그램 종전 개인 최고 점수인 65.73점(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팀 이벤트)을 다시 한번 뛰어넘었다.

지난달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부터 거침없이 상승세를 보인 그는 프리스케이팅만 남겨 놓고 있다. 쇼트프로그램에서 그는 자신의 최고 점수를 갈아치운 것은 물론 8위에 오르며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프리스케이팅에서 클린 경기에 성공하면 김연아(28)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10위권 안에 진입하는 주인공이 된다.

최다빈은 다섯 살 때 언니를 따라 스케이트를 신었다. 어느덧 한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을 대표하게 된 그는 10위권 진입에 한 걸음 다가섰다.

올 시즌 최다빈은 사실 '최악의 시간'을 보냈다. 뜻하지 않은 모친상을 겪은 것은 물론 스케이트 부츠와 컨디션 난조로 고생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해내며 올림픽 무대에 나섰고 팀 이벤트와 단체전에서 펼친 두 번의 쇼트프로그램을 완벽하게 해냈다.

▲ 2010년 당시 10세였던 최다빈은 회장배랭킹전에서 경기를 펼치고 있다. ⓒ 피겨포토 성대우

닥터 지바고, 제 기도를 들어주세요.

최다빈은 올 시즌 프리스케이팅 곡을 세 번이나 바꿨다. 2017~2018 시즌을 위해 그가 처음 준비했던 롱 프로그램은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나오는 'I feel Pretty'였다.

붉은 색의 의상에 발랄하고 연기를 펼쳤던 그는 이 프로그램으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결국 최다빈은 세계적인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의 작품인 안톤 브로르자크의 '집시의 노래'를 새 롱 프로그램으로 선택했다. 그러나 최다빈은 올림픽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상황에서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지난 시즌의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2016~2017 시즌 롱 프로그램인 모리스 자르의 '닥터 지바고'로 돌아갔다.

최다빈은 지난해 2월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닥터 지바고'를 연기했다. 이어 열린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는 '닥터 지바고'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다빈은 한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동계 아시안게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 2017~2018 시즌 최다빈의 첫 번째 롱 프로그램인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I feel Pretty' ⓒ 한희재 기자

4월 초 핀란드에서 막을 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10위를 차지했다. 10위권 진입에 성공한 최다빈은 평창 올림픽 여자 싱글 출전권 2장을 확보했다. 그는 김연아의 도움 없이 자력으로 올림픽 출전권 2장을 따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2016~2017 시즌 후반에 최다빈은 선수 생활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보냈다. 당시 그와 함께한 프로그램이 '닥터 지바고'다. 최다빈은 "닥터 지바고는 지난 시즌 해봤던 프로그램이라 익숙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 스케이트 부츠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별별 방법을 다해봤지만 소용이 없었던 그는 최후의 선택으로 '짝짝이 부츠'를 신기로 했다. 오른쪽 스케이트는 2년 전, 왼쪽은 1년 전에 신었던 것을 선택한 최다빈은 점프 감각을 되찾았다. 여기에 한결 익숙한 프로그램인 '닥터 지바고'를 연기하면서 두 어깨에 날개를 달았다.

전형적인 외유내강 소녀, "등수나 점수는 신경 쓰지 않을래요."

김연아 이후 곽민정(24)과 김해진(21) 박소연(21) 등이 국제 대회에서 선전했다. 최다빈은 이번 올림픽 쇼트프로그램 8위에 오르며 2010년 밴쿠버 올림픽 쇼트프로그램에서 16위를 차지한 곽민정을 넘어섰다. 곽민정은 이 대회에서 최종 13위를 차지했다. 김연아를 제외한 여자 싱글 선수 가운데 올림픽에서 세운 가장 좋은 성적표였다.

큰 실수가 없으면 최다빈은 최종 순위에서도 김연아 이후 올림픽 최고 성적을 낼 가능성이 크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피겨스케이팅 대표 팀을 이끄는 이수경 대한빙상경기연맹 이사는 "평창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이 모두 잘해줬다. (최)다빈이도 평소에 해왔던 것을 제대로 발휘하면 앞서 출전한 선수 못지않게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레이백 스핀을 하고 있는 최다빈 ⓒ GettyIimages

최다빈의 선배이자 전 국가 대표인 김해진 MBC 피겨스케이팅 해설위원은 "(최)다빈이는 워낙 실수가 없고 열심히 하는 선수다. 그래서인지 큰 걱정 없이 경기를 본다"며 칭찬했다. 그는 "다빈이는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좋은 기량을 보여줬다. 이 기세를 이어가면 좋은 결과를 얻을 것"이라며 격려했다.

올림픽 10위권 진입에 대해 최다빈은 "평소대로 등수나 점수는 신경 쓰지 않고 제가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전형적인 외유내강형인 최다빈은 연습에서도 점프 성공률이 매우 높다. 시즌 내내 좋지 않았던 컨디션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고 '짝짝이 부츠'를 신었지만 올 시즌 착용한 부츠 가운데 가장 편하다.

최다빈은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선수 가운데 전체 17번째, 3그룹 다섯 번째 순서로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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