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프리 경기를 마친 뒤 점수를 확인하며 환하게 웃고 있는 최다빈 ⓒ GettyIimages

[스포티비뉴스=강릉, 조영준 기자] 한국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간판 최다빈(18, 수리고)이 평창 올림픽에서 김연아 이후 올림픽 최고 성적인 7위에 올랐다. 프리스케이팅과 총점에서 개인 최고 점수를 받은 그는 김연아(28) 이후 처음으로 올림픽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

러시아 10대 소녀들의 '금메달 전쟁'은 '15살 천재 소녀' 알리나 자기토바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자기토바는 총점 239.57점을 기록하며 238.26점을 받은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8, 러시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다빈은 23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8.74점 예술점수(PCS) 62.75점을 합친 131.49점을 받았다.

21일 열린 쇼트프로그램 점수 67.77점과 합친 총점 199.26점을 기록한 최다빈은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인정한 종전 프리스케이팅 개인 최고 점수인 128.45점(2017년 세계선수권대회)을 넘어섰다.

또한 총점도 종전 개인 최고 점수인 191.11점(2017년 세계선수권대회)을 경신했다. 그는 처음 출전한 올림픽에서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 그리고 총점 개인 최고 점수를 모두 갈아치웠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앞둔 최다빈이 관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 GettyIimages

최다빈은 김연아 이후 올림픽 여자 싱글에서 처음 10위권에 진입하는 성과도 거뒀다. 지금까지 김연아 이외 올림픽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여자 싱글 선수는 곽민정(24)이다. 그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에서 13위에 올랐다. 2014년 소치 올림픽에 출전한 김해진(21, 이화여대)은 16위를 차지했다.

김연아 외에 아직까지 올림픽에서 10위권에 진입한 한국 여자 싱글 선수는 없었다. 최다빈은 쇼트프로그램과 프리스케이팅에서 완벽한 경기를 펼치며 김연아의 뒤를 이었다.

올 시즌 최다빈은 뜻하지 않은 모친상과 컨디션 저하 그리고 부츠 문제로 고생했다. 그는 지난해 말까지 스케이트 부츠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최후의 방법으로 선택한 것은 '짝짝이 부츠'였다. 오른쪽 스케이트는 2년 전, 왼쪽은 1년 전에 신었던 것을 선택한 최다빈은 점프 감각을 되찾았다. 올 시즌 신었던 것 중 가장 편하다고 말한 그는 컨디션도 점점 회복했다.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ISU 4대륙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그는 시즌 베스트를 기록하며 4위를 차지했다. 이런 상승세는 올림픽까지 이어졌다. 다섯 살때 언니를 따라 스케이트를 신고 빙판을 질주하던 한 소녀의 꿈은 13년 뒤 현실로 이뤄졌다.

앞서 출전한 김하늘(16)은 개인 최고 점수인 175.71점을 받으며 선전했다. 김하늘은 기술점수(TES) 67.03점 예술점수(PCS) 54.35점을 합친 총점 121.38점을 받았다. 프리스케이팅에서 모든 요소를 큰 실수 없이 해낸 그는 최종 13위에 이름을 올렸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하고 있는 최다빈 ⓒ GettyIimages

최다빈 롱 프로그램 - 닥터 지바고

최다빈은 올 시즌 프리스케이팅 곡을 세 번이나 바꿨다. 2017~2018 시즌을 위해 그가 처음 준비했던 롱 프로그램은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 나오는 'I feel Pretty'였다. 그러나 곧 프로그램 교체를 결심했고 세계적인 안무가 데이비드 윌슨의 작품인 안톤 브로르자크의 '집시의 노래'를 선택했다.

중요한 올림픽을 눈앞에 둔 최다빈은 과감한 결정을 내린다. 지난 시즌의 상승세를 이어가기 위해 2016~2017 시즌 롱 프로그램인 모리스 자르의 '닥터 지바고'로 돌아갔다.

최다빈은 지난해 2월 올림픽이 열리는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선수권대회 프리스케이팅에서 '닥터 지바고'를 연기했다. 이어 열린 삿포로 아시안게임에서는 '닥터 지바고'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최다빈은 한국 피겨스케이팅 사상 처음으로 동계 아시안게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최고 성적을 냈던 시기에 연기했던 '닥터 지바고'는 연기하기에 한층 편했다.

최다빈은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출전 선수 24명 가운데 17번째(3그룹 다섯 번째)로 빙판에 등장했다. '닥터 지바고'의 선율에 맞춰 경기를 시작한 최다빈은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였다. 최다빈은 첫 번째 트리플 러츠를 뛰었지만 후속 점프를 시도하지 못했다. 출발은 다소 불안했지만 이어진 트리플 플립과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실수 없이 해냈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펼치고 있는 최다빈 ⓒ GettyIimages

플라잉 카멜 스핀과 스텝 시퀀스로 한숨을 돌린 그는 트리플 루프와 트리플 러츠 + 더블 토루프 + 더블 루프도 성공시켰다.

후반부에 배치된 단독 트리플 살코는 후속 점프로 더블 토루프를 넣어 뛰는 임기응변도 발휘했다. 첫 콤비네이션 점프 실수를 조금이라도 만회하기 위해서다. 마지막 점프인 더블 악셀도 개끗하게 뛴 그는 마지막 과제인 레이백 스핀으로 프로그램을 마무리 지었다.

전광판에 나타난 점수는 130점을 넘었다. 비록 첫 점프인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실패했지만 남은 요소를 깨끗하게 해내며 이를 만회했다.

▲ 2018년 평창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을 마친 뒤 환호하는 알리나 자기토바 ⓒ GettyIimages

알리나 자기토바 롱 프로그램 - 돈키호테

자기토바는 지난 12일 열린 팀 이벤트 프리스케이팅에서 158.08점을 받으며 러시아에서 온 선수들(OAR)이 은메달을 따는 데 힘을 보탰다.

그는 지난해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올 시즌 시니어 무대에 도전한 그는 롬바르디아 트로피와 두 번의 ISU 그랑프리 대회에서 우승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정상에 올랐다.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현역 최강자인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18, 러시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메드베데바의 오랜 독주 체제를 무너뜨린 자기토바는 평창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메드베데바와 첫 번째 자존심 싸움이었던 쇼트프로그램에서 자기토바는 역대 최고 점수인 82.92점을 받으며 쇼트프로그램 1위를 차지했다.

좀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여겨졌던 메드베데바의 벽을 깬 이는 자기토바였다. 그는 유럽선수권대회에 이어 평창 올림픽에서도 메드베데바를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기토바는 22번째 빙판에 나섰다. 그는 자신의 프리스케이팅 곡인 '돈키호테'에 맞춰 경기를 시작했다.

첫 과제인 트리플 러츠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후속 점프를 뛰지 못했다. 그러나 이어진 트리플 러츠와 더블 악셀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는 깨끗하게 뛰었다. 자기토바는 후반부에 있던 단독 트리플 러츠 뒤에 트리플 토루프를 붙이는 모험을 감행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이 기술로 13.91점의 높은 점수를 챙겼다.

남은 점프를 실수 없이 해낸 그는 세 가지 스핀(플라잉 카멜 스핀 레이백 스핀, 체인지 풋 콤비네이션 스핀)에서 모두 최고 등급인 레벨4를 받았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프리스케이팅 경기를 마친 뒤 눈물을 흘리는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 GettyIimages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롱 프로그램 - 안나 카레니나

'최강자' 메드베데바는 2016년과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유럽 선수권대회와 그랑프리 파이널에서도 2년 연속 정상에 오르며 현역 최강자로 떠올랐다. 그러나 올림픽 금메달은 1.31점 차로 그를 외면했다. 

발목 부상으로 지난해 12월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하지 못한 메드베데바는 지난달 러시아선수권대회도 불참했다. 메드베데바가 잠시 주춤한 사이 '천재 소녀' 자기토바가 그랑프리 파이널과 러시아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특히 지난달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메드베데바를 제치고 우승했다.

21일 열린 쇼트프로그램에서 메드베데바는 81.61점을 받으며 평창 올림픽 팀 이벤트에서 자신이 세운 역대 최고 점수인 81.06점을 넘어섰다.

그러나 이후 등장한 자기토바는 자신이 받은 점수보다 1.31점 높은 82.92점을 받았다. 지난 2년 간 여자 싱글에서 독보적인 존재로 군림했던 메드베데바는 올림픽 금메달을 후배에게 내줄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프리스케이팅에서 뒤집기에 성공했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경기를 모두 마친 뒤 서로 끌어안으며 격려하는 알리나 자기토바(뒤)와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 ⓒ GettyIimages

메드베데바는 자신의 롱 프로그램인 '안나 카레니나'에 맞춰 경기를 시작했다. 첫 과제인 트리플 플립과 이어진 트리플 러츠를 깨끗하게 뛴 메드베데바는 트리플 플립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와 트리플 루프 그리고 트리플 살코 + 트리플 토루프 콤비네이션 점프도 실수 없이 해냈다.

클린 경기에 성공한 그는 곧바로 눈물을 쏟았다. 그토록 염원했던 올림픽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점수가 발표되자 메드베데바는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곧 우승자인 자기토바를 축하했다. 올림픽 역사에 길이 기억될 '러시아 10대 소녀의 금메달 경쟁'은 이렇게 막을 내렸다.

동메달은 231.02점을 받은 케이틀린 오스먼드(캐나다)가 차지했다.

▲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메달리스트들, 금메달을 딴 알리나 자기토바(가운데)와 은메달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왼쪽), 동메달 케이틀린 오스먼드 ⓒ GettyIimages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최종 결과

금메달 : 알리나 자기토바(러시아에서 온 선수들 : OAR) - 239.57점

은메달 : 예브게니아 메드베데바(러시아에서 온 선수들 : OAR)) - 238.26점

동메달 : 케이틀린 오스먼드(캐나다) - 231.02점

7위 : 최다빈(한국) - 199.26점

13위 : 김하늘(한국) - 175.7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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