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22일 열린 여자 1,000m와 남자 5,000m 결과는 아쉬울 만하다. 여자 1,000m는 '투톱' 최민정과 심석희가 모두 파이널A에 올랐지만 둘이 부딪혀 입상에 실패했다. 남자 5,000m도 임효준이 넘어지면서 경쟁 자체를 할 수 없었다.
김선태 총감독은 "어려운 일이 있었지만 최선을 다했다. 아쉬운 면이 있지만 만족한다. 경험 없는 선수들이 개인전에서 이런 성과를 냈다는 데 칭찬하고 싶다"고 밝혔다.
해본 사람들은 안다. '이게 쇼트트랙'이라는 것을. 그래서 선수들도 "최선을 다했고 후회는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세계적인 전력 평준화 추세는 이번 올림픽에서 확실히 드러났다. 한국이 금메달 3개에 '그친' 일은 '8-4-8-4(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 종합 4위) 프로젝트'의 계산에는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한국 외에 쇼트트랙에서 2개 이상의 금메달을 딴 나라가 없다. 금메달만 세면 중국(남자 500m 우다징) 캐나다(남자 1,000m 사무엘 지라드) 헝가리(남자 5,000m 계주) 이탈리아(여자 500m 아리아나 폰타나) 여자 1,000m (네덜란드 수잔 슐팅)으로 한국 외 5개국이 하나씩 나눠 가졌다.
한국은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 동메달 2개로 쇼트트랙에 걸린 전체 메달 24개 가운데 25%를 차지했다. 최다 금메달이자 최다 메달이다. 캐나다가 금1 은1 동3으로 5개, 네덜란드가 금1 은2 동1로 4개를 얻었다. 이탈리아와 중국이 각각 3개, 헝가리 미국 OAR(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이 1개의 메달을 가졌다.
전이경 SBS 해설위원 겸 싱가포르 코치는 "개인적으로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본다. 전력 평준화 추세가 이번 올림픽으로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다 발전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도 금메달을 3개나 땄지만 예전같이 싹쓸이하는 건 쉽지 않다는 걸 많은 이들이 알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기대치가 높다는 건 부담감이 될 수 있지만 그만큼 관심이 많다는 의미다. 그래도 이제 팬들의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이번 대회에서 그랬던 것처럼 메달 외에도 그 뒤의 노력 같은 걸 더 많이 알아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밝혔다.
경기 운영이 구식이라는 지적도 있다. 다들 빠른 선수들 사이에서 예전처럼 막판 스퍼트로 결정하는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이 역시 변수가 많은 쇼트트랙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현장은 말한다.김선태 감독은 이에 대해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고 결과는 받아들여야 한다. 아쉬운 면이 있겠지만 어떤 플레이를 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최선을 다한 뒤 결과를 받아들이는 걸 가르쳐 왔다. 처음부터 치고 나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은, 결과만 보고 그렇게 말할 수는 있겠지만 선수들이 평준화했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작전을 짜야 한다. 결과는 아쉬워도 최선을 다했기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임효준은 "쇼트트랙이라는 게 작전을 세우고 들어 가도 그대로 이뤄지는 일이 거의 없다. 자기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저희의 도리라고 생각한다. 누구보다 잘하고 싶다.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했다. 그것만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끝까지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