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래픽=김종래 디자이너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디펜딩 챔피언’ 전북현대와 ‘FA컵 챔피언’ 울산현대는 슈퍼컵 대리전으로 치른 KEB하나은행 K리그1(클래식) 개막전에서 한국 프로축구 최고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이미 두 차례 AFC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른 두 팀은 프리시즌에 구축한 경기 계획을 초반부터 잘 수행했고, 치열하게 부딪혔다. 

울산은 후반 16분까지 전북을 잘 통제했으나 전북에 혼란을 주는 데 실패했다. 전북은 후반전에 경기 흐름을 바꿀 카드가 무궁했다. 울산의 그물은 전북의 닥공을 막기 버거웠다.

◆ 전북은 최후방에, 울산은 최전방에 23세 이하 선수를 뒀다

전북은 공격적인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했다. 김신욱과 아드리아노를 투톱으로 두고, 로페즈와 이재성을 좌우 측면 미드필더로 뒀다. 좌우 풀백 김진수와 최철순이 전진하고, 두 측면 미드필더가 공격형 미드필더 지역으로 들어와 상대 진영에 많은 숫자를 뒀다.

신형민과 손준호가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로 배치됐다. 손준호가 중앙 지역에서 공격형 미드필더 영역을 맡았고, 신형민은 두 센터백을 지원했다. 김민재와 홍정호가 두 명의 센터백으로 호흡을 맞췄는데, 홍정호는 최철순이 전진한 오른쪽 공간으로 이동해 울산의 압박을 피해 빌드업의 기점 역할을 수행했다. 

전북은 송범근이 골문을 지키면서 필드 플레이어 안에 23세 이하 선수를 둘 필요가 없었다. 권순태가 떠난 이후 확실한 골키퍼가 없다는 약점을 지적 받은 전북은, 오히려 새로 영입한 20세 이하 대표 출신 골키퍼 송범근이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이면서 선발 골키퍼 자리를 줄 수 있게 됐고, 필드 플레이의 밀도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위험한 기회를 많이 내주지 않으면서 송범근에게 기회와 자신감을 줄 수 있는 여건이 됐다. 

(수정/ 센터백 김민재의 존재로 전북은 23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규정을 충족한다. 송범근은 김민재 부재시에 23세 이하 의무 출전 규정을 충족할 수 있는 옵션으로 다듬어지고 있다. ACL 키치전에 이어 나이와 관계 없이 골문 주전 경쟁이 가능한 수준의 경기력을 보였다.)

울산은 4-1-4-1 포메이션으로 나섰다. 전 포지션에 걸쳐 좋은 선수를 영입한 울산이 채우지 못한 퍼즐조각은 플레이메이커 자리였다. 멜버른빅토리와 경기는 물론 포르투갈 전지훈련 당시 공격형 미드필더 지역에서 세밀함 부족을 겪은 울산은 레프트백 박주호를 이 자리에 배치하면서 해법을 찾았다. 가와사키프론탈레와 AFC 챔피언스리그 2차전 경기에서 전방위적 영향력으로 빌드업 중심 역할을 한 박주호는 전북전에도 울산의 공수 연결 과정을 이끌었다. 

울산은 신인 공격수 오세훈을 원톱으로 배치했다. 골문에 송범근을 23세 이하 의무 출전 선수로 배치한 전북처럼, 울산도 중원과 수비 영역에 베테랑 선수를 배치했다. 이종호가 부상 중인 가운데 새로 영입한 토요다, 주니오가 최상의 컨디션을 끌어올리지 못한 것도 배경이 됐다. 울산은 선수비 후속공을 준비했고, 우선 전방에서 버텨주고 싸워줄 오세훈을 먼저 내고 후반전에 승부수를 띄우고자 했다.

▲ 박주호는 중원에서 높은 존재감을 보였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전북의 ‘닥공 4-4-2’가 울산의 ‘4-5-1 그물’ 보다 강했던 이유

전반전은 울산의 계획이 잘 통했다. 오르샤와 황일수까지 수비 상황에서 부지런히 뛴 울산은 4-5-1 대형으로 페널티 에어리어 근방을 통제했다. 빌드업 상황은 물론 수비 상황에서 정재용이 두 센터백 사이를 커버하고, 박주호가 그 앞에서 전북의 공격 마지막 과정을 적절히 끊어내면서 김신욱, 아드리아노, 이재성이 확실한 슈팅 기회를 포착하지 못했다. 

울산은 오르샤, 박주호, 이명재로 이어진 왼쪽 라인에서 공격도 수비도 밀도가 좋았다. 전북은 로페즈가 중앙으로 치고 들어와 과감하게 슈팅을 뿌렸으나 정확성이 부족했다. 

전반전 전북은 김신욱이 뒤로 내려와서 연결 고리 역할에 주력하고, 아드리아노가 전방에 도사렸다. 두 선수간 유기성이 부족했고, 손준호 중심으로 중원 배급이 이뤄져 이재성의 영향력도 크지 않았다. 울산의 밀집 수비를 흔들지 못했다. 박주호가 주도한 울산의 중원이 더 안정적으로 보였다.

결과는 결국 스쿼드의 두께에서 갈렸다. 전북은 후반 15분 손준호와 아드리아노를 빼고 티아고와 이동국을 투입했다. 손준호가 빠지고 티아고가 들어와 로페즈와 티아고가 측면 공격을 펼치고, 이재성이 중앙 지역 빌드업 영향력을 높였다. 공격 지역에 숫자가 늘어나면서 활기가 돌았고, 김신욱은 이동국과 투톱 파트너를 이루면서 더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결국 두 명을 교체한지 2분 만에 골이 나왔다. 후반 17분 이재성의 코너킥을 이동국이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했다. 이동국의 킬러 본능이 확인된 장면이었다. 울산의 수비 집중력은 세트피스 상황에 깨졌다. 

사실 선제적으로 교체한 쪽은 울산이었다. 후반 11분 오세훈을 빼고 주니오를 투입했으나 주니오는 2017시즌 후반기 대구FC에서 보여준 날카로움을 재현하지 못했다. 울산은 선제골 실점 후 후반 22분 황일수를 빼고 김인성을 투입했으나 전북 수비를 흔들지 못했다. 전북은 공격에 무게중심을 뒀으나 김진수의 수비 전환 속도가 빨랐고, 최철순은 무리해서 전진하지 않으며 오르샤를 적절히 제어했다.

더구나 울산은 좌우 측면 공격수의 수비 가담 빈도가 전반부터 많아 후반전에 추진력을 내기 어려웠다. 전북이 선제골을 넣은 이후 라인을 높였고, 공격 주도권을 가져왔으나 좋은 슈팅 상황을 많이 만들지 못했다. 울산은 박주호가 있는 왼쪽에 치우쳐 공격이 풀리자 박용우와 박주호의 자리를 바꿔 좌우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 

▲ 이동국이 전북의 클래스를 대표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 교체 용병술에서 최강희 감독의 수가 높았다

최강희 감독의 수가 높았다. 후반 32분 로페즈 대신 한교원을 투입해 역습 속도를 높인 전북은 후반 41분 신형민의 롱패스를 이동국이 발리 패스로 돌려 놓으면서 한교원에게 기회를 열어줬다. 한교원이 1대1 상황을 침착하게 성공시켜 2-0으로 달아났다. 울산은 심리적으로 추격 동력을 잃었다. 김도훈 감독은 실점 직전인 후반 40분 지친 박주호를 빼고 슈팅력이 좋은 이영재를 투입했다. 박주호가 교체된 상황에 울산의 집중력이 한 차례 더 흔들렸다. 

이동국은 오래 공을 소유하거나, 힘이나 속도로 경합하지 않고도 좋은 위치를 선점하고 원터치 플레이로 골로 가는 길을 여는 노련미를 보였다. 이재성은 경기 주도권을 잡자 빛났다. 한교원은 빨랐다. 김신욱은 부지런했다. 티아고와 아드리아노, 로페즈는 100%를 보여주지 못했으나 각기 다른 장점을 갖고 있다. 다양한 공격 카드를 갖고 있는 전북, 그 카드를 적재적소에 쓸 줄 아는 최강희 감독의 용병술은 전북이 왜 ‘1강’인지, 2-0 승리라는 결과로 보여줬다.

울산은 주니오가 대구 시절의 컨디션을 되찾도록 이끄는 게 급선무다. 신인 오세훈도, 일본 대표 출신 토요다도 결과를 내는 날카로움에 숙제를 보였다. 이종호가 부상에서 돌아오기 전까지 최전방의 파괴력을 확보해야 한다. 빌드업고, 수비도 잘 했지만 매듭을 짓지 못하면 무용이다. 세트피스 상황에서 내준 실점을 불운했다고 진단할 수 있지만, 그 보다 후반전에 승부수를 띄운 카드가 확실한 골 기회를 만들지 못한 문제가 완패의 원인이 됐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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