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직후, 야유를 보낸 FC 서울 팬들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이종현 기자] 반전 없는 결말은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제 반전도 기가 막힌 반전이 아니면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기 십상. 

2017시즌 리그 5위. 레전드 데얀과 오스마르, 윤일록의 이탈. 개막전 제주 유나이티드와 0-0무. 반전을 위해선 단 하나 '승리'가 필요했다. 우려 속에 치러진 서울의 시즌 첫 개막전.

레전드와 핵심 선수의 이탈. 팬들이 '그래도' 서울은 믿었던 건 '설마'하는 기대감과 호기심 때문이다. 지난 1차전 제주 유나이티드 원정 개막전에선 공식 첫 경기를 치렀지만, 애매한 경기력 속에 득점 없이 비겼다. 팬들의 비판이 더욱 커졌지만, 어쩌면 팬들은 자신의 눈으로 이 부진이 진짜인지, 일시적인 흐름인지 확인해 보고 싶었을 터. 

서울은 이 경기에 대한 부담이 있었다. 마치 '사즉생필생즉사'의 심정. 황선홍 서울 감독은 지난 8일 강원전을 앞두고 GS챔피언스파크에서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첫 경기를 비기고 팬분들께서 걱정을 많이 하셨는데, 팬분들에게 열정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수들과 함께 뒤 안 돌아보고 이기기 위해 싸우는 강한 마음을 가지고 승리로 보답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경기 전 인터뷰 때도 비슷한 맥락으로 이야기했다. 모든 이야기 뒤엔 마치 "(그래서) 이기겠다"는 말이 생략된 것처럼. 

전반전만 놓고 보면 서울 팬들이 무작정 비판을 하기엔 어려웠을 결과였다. 서울의 새 외국인 공격수 안델손이 몇 차례 번득이면, 서울월드컵경기장이 술렁였다. 예상보다 높은 기대치에 대해 팬들도 얼굴을 폈다. 팽팽하던 경기에서 먼저 웃은 것도 서울. 전반 44분 신광훈의 크로스를 받은 박주영이 헤더로 골망을 흔들었다. 박주영의 서울 시즌 첫 득점이 터지자 수호신(FC서울 서포터스)의 환호성이 경기장을 흔들었다.

서울은 홈 팬들에게 득점의 기쁨을 줄 준비는 돼 있었지만, 아직 승리의 환희를 줄 준비는 하지 못했다. 후반 14분 만에 2실점했다. 역전 골을 기록한 선수가 서울의 유니폼 벗고 승승장구하는 정조국이라 서울 팬들의 마음은 더 아팠을 테다. 홈 팬 앞에서 무기력하게 2골을 내준 서울의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반전을 기대하기엔 시간도 집중력도 부족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리자, 서울 서포터스 쪽에서 벤치를 향해 야유가 쏟아졌다. 시즌 2경기 만에, 홈 첫 경기인 점을 고려하면 이례적이기도 한 상황이다. 하지만 현실이기도 하다. 

우려 속에 치른 첫 홈경기, 기온 11도(체감 온도 9.5도)의 여건이었지만 서울월드컵경기장엔 14,893명의 관중이 입장했다. 수원 삼성의 홈개막전 8,456명이, 전북 현대는 17,188명이 찾은 것을 생각하면 나쁘지도 않은, 그렇다고 좋지도 않을 딱 그정도의 관중 수였다. 

서울은 이제 오는 18일 전주로 떠난다. K리그 1강 전북 현대를 상대로 시즌 3라운드 경기를 치른다. 전망이 밝지 않은 게 사실이다. 황선홍 감독은 경기 후 어두운 표정으로 "상당히 전북전을 준비하는 데 어려워졌다. 선수, 스텝 모두 전북전을 준비하는데, 잘 준비해서 반전의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말했을 뿐이다. 자신감이 있다고 보기도 포기하기도 어려운, 복잡한 심정이 느껴지는 끝맺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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