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글 이종현 기자, 영상 정찬 기자] "클래식(K리그1)에서 뛰는 걸 상상해왔는데, 30대가 지나서 뛰게 되니 감회가 새롭네요."(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박정수)

강원 FC의 수비형 미드필더 박정수. 지난 1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시즌 KEB 하나은행 K리그1 2라운드 FC서울과 경기에 깜짝 선발로 출전했다. 경기 전 송경섭 강원 감독과 사전 인터뷰 당시에도 기자들 사이에서 가장 궁금증을 유발했던 게 박정수다. "박정수가 누구야?."

송 감독은 박정수에 대해서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베테랑급 선수다. 중국과 태국 리그에서 오랫동안 활약했다. 군대 때문에 포천(K3의 포천시민구단 )에 잠시 들어왔다가 (영입했다)"고 말했다. 

K2 선수도 아닌 4부 리그 격인 K3 선수가 K1으로 입성했다. 그가 K리그1을 밟기 위한 걸린 시간은 자그마치 10년이다. 2009년 실업팀 대전한국수력원자력을 시작으로 J2리그 사간토스, 중국, 태국 무대를 밟았다. 군 문제로 2015년 중반 K리그2(챌린지) 고양HiFC에 5개월 동안 뛰었고, 이후 공익 생활을 하면서 K3 포천시민구단에서 기량을 유지했다.

▲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강원의 박정수

"솔직히 한국에서 뛸 거라도 생각 못 했다. 제가 그래도 태국에서 잘 해 놔서 (군 복무 후) 태국에서 뛸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에 클래식(K리그1)에서 뛰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기회가 있어서 기분이 좋다. 사실 여러 곳에서 오퍼가 있었고, 마지막에 강원에서도 연락이 왔다. 강원에서 뛰고 싶어서 강원을 선택했다." 송 감독은 박정수의 에이전트를 통해서 그의 입단을 추진했다. 

'사연 있는' 박정수의 K리그1 데뷔전이 서울 원정 경기. 박정수는 10년 차 베테랑이지만, 그래도 K리그1이다. 상대는 서울, 그리고 서울의 홈. 송 감독은 박정수의 장점과 서울전에 과감하게 투입한 배경으로 "뛰는 양이 많다. 터프한 스타일이다. 멘털이 좋다. 오늘 경기에 적합하겠다고 판단했다. 개막전 땐 부상으로 뛰지 못했는데, 수비형 미드필더를 잘 소화할 거라고 생각했다. 서울이 홈개막전이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다. 그래서 맥고완과 박정수를 홀딩으로 세워 서울의 공격을 막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 포천에서 뛰던 시절의 박정수(10번) ⓒ프로축구연맹

박정수는 선발로 나서 83분을 뛰면서 송 감독의 기대를 완벽하게 충족했다. 맥고완과 서울의 공격 예봉을 끊었다. 전반 44분 실점은 세트피스에서 나왔지만, 오픈 플레이 상황에선 서울의 공격 템포를 끊고, 후방에서 안정감 있게 했다. 강원이 후반 2골을 넣고, 서울의 파상공세를 막는데 이바지했다. 

경기 후 만난 박정수는 소탈했다. "이겨서 기쁘다. 기쁜 게 가장 크다. 데뷔전인데 이겨서 기분이 좋죠"라고 말문을 연 그는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밟은 K리그1 잔디지만 "무난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몇 경기 더 뛰면 미스 없이 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저도 게임은 외국에서 많이 뛰어서 많이 뛴 게 경험이 되서 데뷔전인데 무난하게 잘 한 거 같다. 떨리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내 "일단 박주영 선수는 유명한 선수여서 같이 뛰어 보고 싶었는데, 올해 이렇게 뛰게돼 영광이다"고 말했다.

사람은 꿈은 꾸면서 성장한다. K3 출신의 박정수가 이번 시즌 강원에서 남길 사례가 또 하나의 스토리가 돼 프로 선수를 꿈꾸는 이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다. 강원은 국가대표 공격수 이근호, 2016시즌 MVP 정조국이 있는 팀이지만, 그렇기에 박정수 행보도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한 일이다. 

▲ 강원에 입단한 박정수 ⓒ강원 F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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