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모창민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시범경기는 말 그대로 정규 시즌 전 컨디션을 점검하는 시간이다. 개인 타이틀 1위에게 돌아가는 상도 없다. 기억하는 이들도 보기 드물다. 선수들 역시 시범경기 성적에 의미를 두기 보다는 정규 시즌을 건강하게 보내는 데 중점을 두곤 한다. 그렇다고 완전히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시범경기부터 빛났던 이들이 있기 때문에.

2017년 모창민 - 커리어 하이 예고편

모창민은 지난해 시범경기에서 타율 0.385, 홈런 3개로 2개 부문에서 모두 1위에 올랐다. 다른 선수들이 그렇듯 여기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다. 그는 "준비 과정이니까 성적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 이제 시작이니 첫 단추를 잘 끼울 생각만 한다"고 했다.

이호준이 2017년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예고한 가운데 모창민은 개막 전부터 주전 지명타자로 낙점됐다. 늘어난 기회만큼 결과도 좋았다. 타율 0.312는 2016년 시즌 0.331에 이은 데뷔 후 두 번째로 좋은 성적. 홈런 17개와 90타점은 커리어 하이였다. 시범경기 쾌조의 출발이 아름다운 마무리로 이어진 모범 사례다.

▲ 한화 시절 윌린 로사리오 ⓒ 한희재 기자
2014년 테임즈와 2016년 로사리오 - 괴물의 탄생

우람한 팔뚝과 와플. 2014년 시범 경기 초반 NC 에릭 테임즈(현 밀워키)는 이 두 가지로 기억에 남았다. 외국인 타자가 KBO 리그에 돌아온 첫 시즌이라 누가 성공적으로 적응할 것인지에 대해 쉽게 장담할 수 없을 때, 테임즈는 시범경기부터 타율 0.367(4위)을 기록하면서 NC 김경문 감독을 웃게 했다. 그리고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동안 정규 시즌 타율 0.349와 홈런 124개를 남겼다.

KBO 리그에 오기 전 메이저리그 경험만 보면 2016년 한화 윌린 로사리오(현 한신)가 2014년 테임즈를 앞섰다. 로사리오는 첫 시즌 캠프에서 다른 선수들과 달리 자신만의 일정대로 몸을 만들었다. 한국으로 들어온 뒤에는 자신이 왜 메이저리그 유망주인지 결과로 입증했다. 시범경기 타율 0.395(2위), 홈런 4개(4위)를 기록했다. 시즌 중에는 단점을 수정하면서 3할 타율(0.321)과 30개 이상의 홈런(33개)으로 KBO 리그 데뷔 시즌을 마쳤다.

2005년 이종범 - 그래도 야구는 이종범

일본 프로 야구 주니치 드래건스에서의 3년을 마치고 해태 아닌 KIA 타이거즈로 돌아온 이종범. 2001년 0.340(45경기), 2002년 0.293, 2003년 0.315의 높은 타율을 기록했다. 2003년 20홈런-50도루로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 이종범이지만 2004년에는 타율이 0.260으로 뚝 떨어졌다. 그러나 2005년에는 시범경기에서 타율 0.458로 1위에 올랐고, 그해 다시 3할 타율(0.312)을 회복했다.

▲ LG 임찬규 ⓒ 한희재 기자
2017년 임찬규 - 첫 100이닝 시즌의 출발

경찰 야구단 입대 후 팔꿈치 수술을 받은 임찬규는 2016년 시즌 15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51을 기록했다. 수술 후 1군에서 보낸 첫 시즌이라지만 그 점을 고려해도 인상적인 결과는 아니었다. 포스트시즌에서는 준플레이오프부터 엔트리에 들었지만 NC와 플레이오프에서 패색이 짙어진 뒤 마운드에 올랐을 뿐이다.

그랬던 임찬규가 지난해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120이닝을 넘겼다. 26경기(선발 25경기)에 등판해 124⅓이닝을 책임졌다. 시즌 내내 좋은 성적을 유지한 건 아니었지만 3~4월1.74, 5월 1.05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안정감을 심어줬다. 그 시작은 시범경기였다. 3경기 9⅓이닝 동안 4피안타 2볼넷 7탈삼진 4실점으로 안정적인 투구를 했고, 시즌 초 선발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 두산 시절 마이클 보우덴 ⓒ 곽혜미 기자
2016년 보우덴 - 시범경기, 정규 시즌 K 1위

지난해까지 두산에서 뛰었던 마이클 보우덴은 2016년 160탈삼진으로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사실 캠프에서는 그리 큰 믿음을 받지 못한 선수였다. 그런데 시범경기에서 조금씩 강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14이닝 동안 탈삼진 17개(1위), 볼넷 2개를 기록했다. KBO 리그 공식 데뷔전인 2016년 4월 6일 NC전 8이닝 10탈삼진을 시작으로 삼진왕의 길을 걸었다. 정규 시즌 한 경기 두 자릿수 탈삼진은 이 경기가 유일했지만 꾸준히 삼진을 잡았다.

2015년 손민한 - 마지막 불꽃

3경기 13이닝 2실점 1자책점. 은퇴를 앞둔 NC 손민한이 2015년 시범경기에서 남긴 성적이다. 그는 이렇게 마지막 불꽃을 태울 채비를 마쳤다. 2008년 롯데에서 179이닝을 던진 뒤 롯데-NC를 거치는 동안 붙박이 선발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가 된 손민한이 은퇴 전 마지막 시즌에서는 105이닝을 책임졌다. 최종 성적은 11승 6패 평균자책점 4.89였다. 그는 두산과 플레이오프에서 5이닝 2실점하며 데뷔 첫 포스트시즌 선발승을 마지막 시즌에 올리는 진기록도 세웠다. 데뷔 후 16년 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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